"타다 막았더니 카카오에 먹힌다" 플랫폼 먹이된 택시기사들

홍순빈 기자 2021. 4. 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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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카카오, 혁신과 포식사이 - ②

[편집자주] '카카오식 혁신'이 시험대에 올랐다. 5000만 국민이 활용하는 카카오톡이라는 압도적 플랫폼을 앞세워 다양한 산업군으로 공격적 확장에 나서는 가운데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온다. 이른바 '갑카오' 논란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유료화에 택시업계가 반발하는 게 대표적이다. 금융권에서도 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 등이 기존 업권과 충돌하고 있다. 혁신기업으로 주목 받아온 카카오가 본격적인 포식성을 드러냈다는 평가와 함께 카카오 경계령도 커졌다. 카카오의 사업확장 과정에서 빚어진 마찰상과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진단을 들어본다.

#서울에서 20년째 택시 운전을 하는 안모씨(64)는 카카오T 진출 이후 수입이 50% 가량 줄었다. 카카오T가 처음 출시될 때만 하더라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지만 지금은 수입, 일감이 모두 줄어 언제까지 택시 운전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는 것이다.

그는 "젊은 사람들은 죄다 카카오T를 이용해 택시를 잡기 때문에 일감이 줄었다"며 "하루에 나이 든 사람 몇 명 태우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25일 만근을 채우지 못하면 돈벌이가 힘들다"며 "카카오T가 시장에 진출하기 전엔 한 달에 250만~300만원을 벌었지만 지금은 반도 안 된다"고 토로했다.
택시업계 "플랫폼 앞세워 협의 없이 유료 서비스화 "...15일부터 1인 시위 시작

지난 1월4일 서울역 인근에서 택시들이 손님을 태우기 위해 길게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타다'를 막으니 ‘카카오’가 택시 시장을 흔든다. 택시 업계는 2015년 중계수수료를 받지 않겠다며 시장에 집입한 카카오가 사실상 유료화 수순을 밟고 있다고 비판한다. 택시기사들은 ‘호출 서비스 점유율 80%’라는 독점적 지위를 가진 카카오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카카오T가 시작한 '월 9만9000원'짜리 '프로멤버십'은 택시 기사들에게 적지않은 부담이다. 이미 택시 기사의 수입이 크게 줄어든 상태여서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티머니 기준 개인, 법인택시 수입은 71억6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26% 감소했다.

택시기자 김모씨(67)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카카오T 멤버십에 가입했다고 했다. 멤버십을 가입하지 않으면 콜(호출)을 받기 힘든 게 현실이어서다. 그는 "손님도 없는데 멤버십 비용까지 내야 하니 남는 게 없다"며 "카카오의 횡포라 생각하지만 그거라도 해야 콜을 받으니 안 할 수도 없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택시기사들이 불만이 쌓이자 택시업계는 단체행동을 예고했다. 15일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과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4개 단체는 국회, 청와대, 카카오모빌리티 본사 앞에서 콜 중계 유료화 반대 1인 시위를 한다.

이양덕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무는 "2015년 카카오가 처음 택시 운송시장으로 들어올 때 콜 중계 수수료를 받지 않을 것이라 했다"며 "카카오T의 시장독점을 이용한 것으로 사전에 유료화 논의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도 "카카오T 가맹서비스가 출시되면서 콜 배차 건수, 수입 부분이 줄어드는 것이 체감된다"면서 "대기업이 매출 향상을 위해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했다.

카카오T, 개인·법인 택시 사업자들과 상생하는 방안 찾아야...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뿐만 아니라 자체 가맹 사업(카카오T블루)을 하면서 택시시장 장악력을 키우고 있다. 카카오T블루 가맹택시 1만6000대가 전국의 도로를 달리고 있다. 국토부 집계 전국 가맹택시 3만539대의 절반이상이다. 게다가 카카오T블루 가맹 택시는 올해 3만대 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전국 총 택시가 27만 대인 만큼 전국 택시 10대 중 1대는 카카오 간판을 다는 셈이다. 더욱이 카카오모빌리티가 VCNC, 우버코리아, KST모빌리티 등 다른 가맹택시 사업자에게 "카카오T 승객 콜을 받으려면 일정 수수료를 내라"는 업무제휴를 제안하면서 카카오T블루 가맹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ICT 기술로 무장한 카카오T의 택시 운송시장 확장을 막을 수는 없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플랫폼 대기업들이 기존 개인, 법인 택시 사업자들과 상생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운송시장의 양극화를 막기 위해서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플랫폼 대기업들이 막대한 자본과 ICT 기술을 갖고 택시 운송시장에 들어왔고, 기존 개인 택시 사업자들과 상생하도록 고민해야한다"며 "카카오의 새로운 실험을 막을 순 없지만 개인 사업자들에게 돌아갈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함께 논의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협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도 "ICT 플랫폼 기술이 발달하면서 개인, 법인택시들의 설 자리가 없어질 우려가 있다"면서 "플랫폼 기술로 카카오T가 점점 노동시장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 가시화된다"고 했다. 이어 "개인, 법인 택시들도 사회적 협동조합 등을 구성해 기존의 월급제와 노동 시스템을 바꿔야한다"며 "기존의 택시 사업 법인들도 법인 택시에 종사하는 임금노동자에 대한 열악한 관리 시스템을 점검해야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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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빈 기자 binih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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