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화합이 기업가치 높인다>"MZ세대를 읽어라".. 대기업 '소통 경영' 에 새바람 분다
(1) 다양한 소통창구 마련
삼성전자 ‘C랩’사내벤처 육성
미래성장동력 신사업영역 발굴
현대차그룹 총수 타운홀 미팅
현안· 미래에 대해 의견 교환
LG, 밀레니얼 세대 위원회 구성
경영진에 아이디어 전달 채널로
롯데, MZ세대 맞춤 콘텐츠 개발
신입사원 교육 획기적으로 개선
지난해 중견 유통기업에서 이커머스 기업으로 회사를 옮긴 개발자 이모(30) 씨는 이직 1년여 만에 퇴사를 결심했다. 요즘 그야말로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개발자여서 이전 직장보다 배 이상의 연봉을 받고 이직했지만, 회사를 그만둔 것이다. 이 씨는 “전 직장은 역사가 오래된 튼실한 중견기업이다 보니 신입사원 초봉도 4000만 원대고, 쉽게 말해 가만히 있어도 월급이 인상되는 편안한 직장이었다”며 “높은 연봉에 이직 제의가 들어와 회사를 옮겼는데, 옮긴 회사는 연봉은 많았지만 소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최대 수혜업종으로 몸집이 급격히 불어난 이커머스 기업들이 개발자 등 인력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지만, 신생기업인 탓에 조직문화 토대가 단단하지 않고 외부 경력 인력이 급증하면서 임직원 간 유대감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높은 업무 강도에 비해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제도나 문화가 아직 확립되지 않아 워라밸을 기대할 수 없다는 얘기다.
◇기업의 주축으로 부상한 ‘MZ세대’ = 이 씨는 가장 ‘핫하다’는 ‘MZ세대’다. 19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에 출생한 젊은이들을 지칭하는 MZ세대는 이전 세대와는 다른 독특한 ‘세대 특징’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다. 자신이 가졌던 직장에 대한 기대나 추구했던 방향과 다르면 미련 없이 진로를 바꾼다. 할 말은 꼭 하고, 조금이라도 불공정하다고 느껴지는 조직 관행에 대해서는 정정당당하게 개선을 요구한다.
MZ세대는 국내 인구의 34%가량으로 알려져 있는데, 국내 주요 기업 임직원의 60%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다. MZ세대가 기업의 주축 세대로 떠올랐다는 것이며, 이제 기업들도 이들을 빼놓고는 기업 문화를 구축할 수 없다는 의미다.
◇소통과 화합에 나서는 기업들 = 이 같은 시대적 변화에 기업들도 소통과 임직원 화합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기업들 역시 새로운 경영 및 인사 환경에 맞춰 소통의 방법을 업그레이드하고, 젊은 직원들과의 다양한 소통 창구를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젊은 직원들의 사고방식과 의식을 알고 그에 맞는 인사 정책을 펼치는 것만이 회사 성장의 토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창의적이고 유연한 조직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이미 지난 2012년부터 ‘C랩’(Creative Lab)이라는 사내 벤처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창의적인 끼와 열정이 있는 임직원들에게 아이디어를 직접 구현해볼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이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신사업 영역을 발굴하기 위한 것이다.
C랩 과제에 참여하는 임직원들은 1년간 현업에서 벗어나 독립된 근무공간에서 스타트업처럼 근무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총수가 직접 MZ세대 직원들과 소통에 나서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달 서울 서초구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도서관에서 그룹 임직원을 대상으로 타운홀 미팅을 하고, 그룹의 현안과 미래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밝혔다. 이날 타운홀 미팅은 그룹사 주요 사업장 TV와 모바일, 웹사이트를 통해 생중계됐다. 앞서 정 회장은 수석부회장 시절이던 지난 2019년 10월 22일, 그룹 양재사옥 대강당에서 1200여 명의 임직원이 모인 가운데 타운홀 미팅을 진행했다. 현대차그룹은 인사 및 채용 제도 등을 통해서도 ‘MZ세대가 일하기 좋은 직장’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LG그룹 역시 적극적인 소통을 중시하는 MZ세대와 소통의 기회를 늘리려는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룹 계열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부터 ‘CEO VOE’(Voice of Employee)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CEO와 임직원들이 한 달에 2번 화상회의를 통해 만나, 사내 주요 이슈에 대해 청취하고 개선하는 사내 행사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올 1월부터 3월까지 신입사원, 경력사원, 해외 현지 법인 직원 등 150여 명과 온라인으로 만나 의견을 청취했다.
LG화학도 CEO를 비롯한 사업본부장급 리더가 사원 및 선임급 직원들과 쌍방향 소통을 하며 격의 없이 의견을 교환하는 ‘Speak Up Table’이란 제도를 정기적으로 운영 중이다.
LG 주요 계열사들은 밀레니얼 세대로 구성된 별도의 위원회를 구성해 경영진에게 임직원들의 의견을 적극 전달하는 채널로 활용하고 있다. LG전자 ‘주니어보드’, LG에너지솔루션 ‘섀도 커미티(Shadow Committee)’, LG CNS ‘미래구상위원회’ 등 이름과 형태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밀레니얼 세대의 참신한 의견을 경영진 의사결정에까지 반영하려는 노력은 비슷하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최근 본사를 LG트윈타워에서 파크원 타워1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사무공간 배치 및 ‘소통 라운지’ 조성 등에 섀도 커미티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기도 했다. 또 LG전자, LG화학 등 대부분 계열사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리프레시(Re-fresh)’ 휴가 사용을 장려하고, 심리상담소를 운영하는 등 임직원들의 ‘마음’까지 살피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CJ그룹은 유연한 근무환경 및 창의적 조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시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크리에이티브 챌린지’(Creative Challenge)다. 그룹 입사일을 기준으로 근속 연수가 5년, 10년, 15년 등 5배수에 도달할 때마다 최대 4주간의 재충전과 자기계발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자기계발의 기회를 얻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를 찾게 하자는 취지로 1년 내 사용이 가능하다.
계열사인 CJ ENM 커머스부문은 지난달 회사의 미래 전략 방향과 진화 과정에 대해 임직원이 대표이사에게 궁금한 점을 직접 묻고 대답을 듣는 ‘CEO 직문직답 간담회’를 개최했다. 임직원들이 대표이사의 진솔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반응이 좋았다는 평이다. 올리브영도 2019년부터 헬스앤드뷰티 트렌드를 공유하는 타운홀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전 부서 사원부터 대표까지 직원들이 자유롭게 참석해 열린 공간에서 급변하는 트렌드 정보를 나누고, 변화와 혁신을 위한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다. CJ프레시웨이 역시 젊은 직원들과의 대표적인 소통 창구로 CEO 타운홀 미팅과 ‘N.F.N.S 챌린지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인사·교육도 ‘MZ세대에 맞게’ = SK그룹은 젊은 인재들을 위한 채용에 혁신을 가하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해 SK 채용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전대미문의 환경은 오히려 더 큰 성장을 이룰 새로운 기회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희망을 잃지 말고 열정과 패기로 꿈을 이룰 것을 당부하며 취업준비생을 격려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은 올해 입사 지원자들의 전문 역량을 세밀하게 평가하고 지원 시기도 다양화하는 등 실무형 인재 채용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그룹도 교육방식과 내용을 MZ세대에 맞춰 적극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지난 1∼2월에는 ‘2021 상반기 신입사원 입문과정’을 100% 언택트(Untact·비대면)로 진행하기도 했다. 롯데는 교육에 앞서 ‘웰컴키트’를 신입사원들에게 개별 배송했다. 비대면 교육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스마트 디바이스 거치대와 같은 학습용품은 물론, 장시간 모니터를 보며 누적되는 피로감을 해소해줄 스팀 아이 마스크, 목 마사지 스틱 등을 넣었다.
MZ세대 맞춤형 콘텐츠로 신입사원 교육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커뮤니케이션, 개인의 발전 등 MZ세대가 직장생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특화했다. △동료들과 겪게 되는 의사소통 사례 △성격유형 분석을 통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 모색 △조직 내에서 스스로 성장 계획 수립 △재택근무 환경에서 효율적인 시간 및 목표관리 등이 주요 내용이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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