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 딸 입시 수상한 필체 못 밝혀.."서울교육청 부실감사"
[박나리 <셜록> 기자]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 딸의 하나고 부정편입학 의혹에 제3자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증명할 정황 증거가 드러났다. 편입학 당시 평가위원은 2명이었는데, 평가표에서는 총 4명의 글씨가 발견됐다.
서울시교육청은 2015년 감사 당시 관련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알아내지 못했거나 이를 방관해 ‘부실 감사’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서울시교육청은 관련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아 책임 방기 지적을 받고 있다.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 딸 김새미(가명)는 2014년 8월 하나고등학교 편입학 당시면접 점수가 상향 조작되는 혜택을 받고 부정 입학한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면접 전형 당시 김새미는 총점 12점을 받았는데, 돌연 이 점수가 14점으로 상향 조정되어 전산에 입력됐다. 면접 점수가 상향 조정된 김새미는 2014년 8월 하나고 전·편입학 전형에서 최종합격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하나고 전편입학전형 등에 대한 특별 감사를 2015년 진행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같은 해 11월 "하나고의 전편입학전형 성적 관리가 부당하게 처리되었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았다.
동시에 서울시교육청은 감사 내용을 근거로 김승유 당시 하나고 이사장, 이태준 교장, 정철화 교감 등을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하지만 검찰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2016년 11월 30일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고등검찰청에 항고했지만, 고검은 2017년 4월 12일 항고를 기각했다.
검찰의 불기소로 묻힐 뻔한 ‘동아일보 사장 딸 편입학 의혹‘에 새 변곡점이 생겼다. 면접 평가위원이 아닌 제3, 제4의 인물이 쓴 글자가 담긴 ‘서류 및 면접 평가표’가 2019년 새롭게 발견된 것이다.
2014년도 8월 하나고 전·편입학 당시 평가위원은 이효민(가명) 하나고 교사, 조민준(가명) 교사, 단 두 명이었다. 두 교사가 1차 서류평가와 2차 면접평가 모두를 담당했다.
‘서류 및 면접 평가표’에는 두 교사의 필체만 있는 게 당연지사. 하지만 ‘서류 및 면접 평가표’ 원본엔 평가위원이 아닌 제3, 제4의 인물이 쓴 글자가 담겼다.
먼저, ‘서류 및 면접 평가표’ 속 두 교사의 서명을 보자.
왼쪽은 서류 평가표 속 서명, 오른쪽이 면접 평가표 속 서명이다. 이효민과 조민준 교사 각각 서명란에 이름을 썼는데, 글씨체가 상이하다.
서류와 면접 평가표상 조민준 교사의 ‘조’를 비교하면, 글씨의 기울기, 획의 각도 등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 이효민 교사의 ‘효’도 모음의 모양새가 다르다.
숫자에서도 글씨체 차이가 이어진다.
조민준 교사의 서류 평가표와 면접 평가표에 기재된 숫자 ‘8’의 경우 획의 교차 위치가 다르다. 숫자 ‘4’의 경우 획의 각도와 기울기가 제각각이다. 특히, 서류 평가표 속 글자가 면접 평가표의 필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각져있다.
이효민 교사의 평가표도 확연히 다르다. 이효민 교사의 서류 평가표 속 숫자 ‘4’는 기울기가 수직이며 모양도 둥글다. 반면, 면접 평가표 속 숫자 ‘4’는 획의 방향이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육안으로 봐도, 필적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정도다.
MBC는 2019년 12월 18일자 "'서류 평가’는 괜찮았다?…낯선 필적 ‘심사관' 정체는" 기사에서 2014년 하나고 편입학 당시 평가자 외의 필체가 평가표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당시 MBC가 필적감정 의뢰를 맡긴 서OO 문서감정사도 '서류 및 면접 평가표'를 비교한 결과 "다른 특징이 많이 관찰되는 상이한 필적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줬다.
전교조는 하나고의 ‘서류 및 면접 평가표’ 등을 입수해 김승유 전 하나고 이사장, 김재호 <동아> 사장, 이태준 전 교장, 정철화 전 교감을 2019년 10월 24일 검찰에 재고발했다.
이효민 교사는 올해 1월경 검찰 조사에 출석해 평가표 속 필체가 평가위원이 아닌 다른 사람의 글씨라고 인정한 걸로 알려졌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하다. 2015년 하나고 특별 감사 당시, 서울시교육청은 왜 ‘의문의 필체’를 발견하지 못했을까?
기자는 "2015년 하나고 감사 당시 의문의 필체를 왜 밝혀내지 못했는지" 등을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에게 지난 3월 18일 질의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렇게 답변해왔다.
"서울시교육청은 2015년 하나고 감사 당시 면접위원의 필체가 다른 부분까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일부러 그런 건 아닙니다. 대신에 편입학 성적처리가 부적정하였다는 걸 발견해 관련자에게 신분상 조치를 했습니다. 최근 해당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수사를 진행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하나고 측에서 서류 평가표와 면접 평가표를 서울시교육청에 제출하지 않았던 건 아닐까?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2015년 하나고 감사 당시 학교로부터 해당 자료를 제출받았다”고 답변했다.
정리하자면, 서울시교육청은 2015년 감사 당시 하나고의 2014학년도 전편입학 전형 서류 및 면접 평가표를 살폈지만, 면접위원의 필체가 다른 사실까지는 알아내지 못했다.
서울시교육청은 2015년 감사 당시 관련 사실을 미리 인지하고 지적할 수 있었음에도 알아내지 못했거나 이를 방관해 결국 ‘부실 감사’를 초래한 셈이다.
서울시교육청의 수장,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입장은 무엇일까?
조희연 교육감은 2020년 10월 15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2014년 하나고 부정 편입학 의혹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
국회 교육위 소속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5년 하나고) 감사에서 드러나지 않은 평가표 필체 부분이 다시 재기됐고, 재감사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조희연 교육감은 이렇게 대답했다.
"(전형 평가표가 대리 작성됐다면) 다른 의혹 사건처럼 동일한 입시 부정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중략) 재감사의 타당성 문제에 대해 저희가 검토하고 (국회에)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잊어버린 건지, 의지가 없는 건지, 서울시교육청은국정감사로부터 6개월이 지난 2021년 4월이 되어서야 국회에 해당 내용을 보고해왔다.
“하나고 입시비리 의혹에 대해 징계사유 시효(3년) 도과로 교육청 자체조사(감사)의 실효성은 낮을 걸로 보입니다. 검찰의 수사 협조 의뢰시 적극 협조해나가겠습니다.”
한 마디로, 서울시교육청은 하나고 부정편입학 의혹에 의문의 필체가 나왔다는 사실이 2019년 MBC 보도와 2020년 국감에서 알려진 뒤에도, 징계시효를 이유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다.
이용민(가명) 하나고 교사는 서울시교육청의 감사에 아쉬움을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이 2015년 감사 당시 서류 및 면접 평가표 원본을 안 본 것도 아닌데, 의문의 필체를 밝혀내지 못했다는 건 부실감사 지적을 피할 수 없죠. 교육청이 감사 때 ‘서류 및 면접 평가표’ 필체가 다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면, 검찰의 불기소 판단이 다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는 반론을 듣기 위해 김새미의 서류와 면접을 담당했던 이 교사와 조 교사에게 연락했다. 수차례 전화했지만, 이들에게 아무런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기자가 “당시 면접 현장에 이 교사, 조 교사 외에 다른 평가자가 있었는지, ”편입학전형에서 진행요원으로 참석한 (평가위원 외의) 선생님들이 서류 평가표에 지원자의 점수를 대리로 작성한 건지” 등을 문자로 물었지만, 두 교사는 답변하지 않았다.
2014년 당시 편입학 전형의 행정 업무를 도왔던 진행요원 3명에게도 질의했다. 이들은 서류분류 및 평가 준비, 회의록 작성 등 보조를 담당했다.
문OO 당시 하나고 교사와 이OO 하나고 교무행정팀장은 기자의 연락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유일하게 서OO 당시 하나고 교사만 “진행요원이 대리로 평가표에 글씨를 작성한 건지”, “평가위원 외의 제3의 인물이 면접 등에 참여한 건지” 등을 묻는 기자의 질의에 답변했다.
서 교사는 “오래 전 일이라 잘 기억나지 않는다”면서 “누군가 대신 평가자로 참석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서 교사는 “검찰 쪽에서 필체 확인 요청을 해와 기자에게 답변을 하기 조심스럽다”면서 기자의 서류평가표 필체 확인 요청을 거절했다.
2014년 하나고 부정 편입학 의혹의 업무방해 공소시효는 7년이다. 해당 의혹의 공소시효 만료일은 올해 8월경으로 약 4개월이 남았다.
검찰의 재수사는 고발장 제출일부터 1년이 훨씬 지난 2021년 4월 현재까지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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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나리 <셜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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