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모델 '경고등' 켜졌나, 터져 나오는 플랫폼 갈등
[편집자주] '카카오식 혁신'이 시험대에 올랐다. 5000만 국민이 활용하는 카카오톡이라는 압도적 플랫폼을 앞세워 다양한 산업군으로 공격적 확장에 나서는 가운데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온다. 이른바 '갑카오' 논란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유료화에 택시업계가 반발하는 게 대표적이다. 금융권에서도 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 등이 기존 업권과 충돌하고 있다. 혁신기업으로 주목 받아온 카카오가 본격적인 포식성을 드러냈다는 평가와 함께 카카오 경계령도 커졌다. 카카오의 사업확장 과정에서 빚어진 마찰상과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진단을 들어본다.
"이 상태라면 3년전 택시기사들이 잇따라 분신한 '카풀 사태'가 재현될 겁니다"(한 택시업계 종사자)
최근 급팽창하는 모빌리티 시장에서 카카오의 플랫폼 유료화를 둘러싼 택시업계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최근 타 가맹택시에 카카오T 플랫폼을 유료로 이용토록 한데 이어 일반택시 대상 '유료배차권'(월 9만9000원 프로멤버십)까지 출시해서다.
이에 택시 4개 단체(전국택시노조·민주택시노조·개인택시조합연합회·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공동대응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요구에 이어 국토교통부에 대책을 촉구하는 건의서도 냈다. 카카오가 콜(호출)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유료화를 강제한다는 게 핵심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플랫폼 사용 방식이 다양하기에 각자의 수요에 맞춰 선택할 수 있는 부가적인 옵션"이라며 "해당 상품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카카오T 택시는 기존과 동일하게 이용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카카오는 고객의 콜을 택시기사에 전달하는 '중개사업'의 80%를 차지한 동시에 '가맹사업'을 통해 직접 1만 6000여대의 택시를 운영한다. 심판이 경기를 조율하면서 직접 선수로도 뛰는 식이다. 택시업계가 불합리하다고 지적하는 것도 이부분이다. 정부 모빌리티 법규가 정교하지 못한 허점을 십분 활용한 것이다. 유료화는 결국 택시요금 인상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카카오가 내세운 소비자 혁신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택시기사들이 조만간 배달라이더 처럼 '플랫폼 노동자'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도 나온다.
한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최근 칼라일로부터 2억달러, 구글로부터 5000만달러의 투자를 받고 4조원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카카오가 미국 상장을 노리고 매출과 수익구조를 견고히 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종용 전국대리기사협회장은 "기존 전화콜 업체들은 출근비 명목으로 대놓고 갑질을 한 반면 카카오는 초기 우호적으로 접근하다 이후 교묘하게 유료모델을 안쓸 수 없게 했다"면서 "기존 업체보다 더 영악한 방식으로 대리기사들을 종속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거듭된 갈등에 대리운전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해 최근 단체행동권을 확보했다.
뿐만아니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공세에 금융권은 역차별을 받는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결제수수료 등 여러 사업에서 카카오가 혁신 기업으로 포장돼 규제를 비껴간다는 것이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빚었던 카카오 헤어샵의 경우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수수료를 인상해 업주들의 불만을 샀다. 카카오톡의 네트워크 효과를 이용해 특정분야 고객을 록인(Lock-in·잠금)한 이후 지배력을 강화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셈이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과거 대기업의 경우 크기와 무관하게 한 업종의 사업자였는데 카카오 같은 플랫폼은 그 자체가 여러 영역에 걸친 하나의 시장"이라며 "이처럼 확장이 가능한 것은 결국 데이터가 연결돼 있기 때문으로 소비자 보호나 중소 사업자들의 경쟁에서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 교수는 "데이터 기반의 독과점 이슈를 해결하는 규정이나 체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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