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석의 푸드로지>'어서 맛보시게'.. 살 오른 밥도둑의 유혹

기자 2021. 4. 1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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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꽃게가 제철이다. 알배기 제철 꽃게로 짭조름하게 담근 간장게장은 ‘원조 밥도둑’이란 이름에 값하고도 남는 맛이다.
왼쪽 사진부터 충남 태안 서해수산의 꽃게찜, 충남 공주 서해꽃게장의 게장 상차림, 서울 이자카야 카덴의 북방털게찜, 전남 목포 장터본가의 게장살, 충남 태안 솔밭가든의 간장게장.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 지금은 꽃게철

- 비벼먹어도… 찜 쪄먹어도… 끓여먹어도… 한 그릇 뚝딱

산란기 앞둔 4월, 살 꽉찬 암게 가장 맛있는 시기

짭짤한 간장게장, 쌀밥과 찰떡궁합… 외국인도 극찬

묵은지·애호박 넣고 끓여낸 ‘게국지’도 입맛 자극

까먹기가 다소 번거롭지만 그 맛이 훌륭해 ‘국민 갑각류’로 불리는 꽃게가 제철을 맞았다. 꽃이 한창인 계절에 잡히고 익으면 꽃처럼 빨갛지만, 꽃게는 사실 ‘곶(串)게’에서 나온 말이다. 등딱지의 끄트머리가 가시처럼 뾰족하게 돋아난 까닭이다. 대신 그 희고 부드러운 살을 머금으면 혓바닥에서 당장 맛이 피어나니 꽃의 이름을 갖기에 모자람이 없다.

꽃게는 대게와 달리 알까지 먹을 수 있는 데다 향도 매우 진해 다양한 요리에 쓰인다. 쪄먹기도 하고 국물 재료로도 이용된다. 된장국에 넣으면 진한 풍미를 느낄 수 있으며 아예 꽃게만 넣고 시원하게 끓여내는 꽃게탕도 있다.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선 비교적 껍데기가 얇은 연갑게를 통째로 볶거나 튀겨낸다. 태국의 뿌 팟퐁 까리, 싱가포르의 칠리크랩이 대표적이다.

꽃게의 제철은 봄·가을. 사실 요즘에는 제철이란 게 별 의미가 없다. 산란기인 6월 중순부터 8월 말, 그러니까 제철이 아닌 때에 꽃게는 금어기이기 때문이다. 알배기 암꽃게는 봄, 수꽃게는 가을에 주로 먹는다. 게장에는 알배기가 좋아 보통 게장 전문식당은 봄에 잡은 오월 꽃게를 잔뜩 사다가 얼려 놓고 1년 내내 쓴다. 꽃게는 달빛에 민감하다. 보름에 살이 빠지고 그믐에 살이 가득 차, 그믐에 잡은 꽃게로 게장을 담그면 훨씬 맛있다고 한다.

간장게장은 역사가 오랜 음식으로 원래는 게젓 또는 동난지라 불렀다. 청구영언에는 게장을 파는 장사꾼을 다룬 시가 등장한다. “겉은 뼈요, 속은 고기. 두 눈은 하늘을 향하고, 앞으로 가고 뒤로 가고. 작은 다리 여덟 큰 다리 둘, 간장 맛이 아스슥한 동난지 사시오.” 교과서에도 실릴 정도로 유명한 이 시는 게의 특징을 잘 묘사하고 있다.

옛날에는 게장을 참게로 담갔다. 한자로 해(蟹)라고 하면 대부분 참게를 지칭했다. 요즘 유명한 자산어보에 ‘참궤’가 등장한다. 여러 고서에 참게 요리법이 소개될 정도로 진귀한 음식이었다. 꽃게로 대체된 현대에는 인기 해물요리, 신한류 음식에 등극했다. 일본인들은 한국식 간장게장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

게장은 복합 양념을 한 간장을 달여 게를 산 채로 담가 절인 음식이다. 태안, 서산 등 서해안 지방에서 참게보다 살이 푸짐하고 달달한 꽃게로 장을 담가 지역 향토음식으로 유명해졌다. 충남 서해안에는 소금게장, 된장게장도 있는데 간장게장이 가장 대중적이다.

남해안에서는 돌게, 동해안에선 홍게로 게장을 담그기도 한다. 신안 섬마을이나 전남 남해안에선 칠게나 방게, 벌떡게 등으로 담근 게장도 반찬으로 상식한다. 원래는 그냥 게장이라 불렀는데 빨간 고추 양념에 재운 양념게장이 나오면서 이와 구별하기 위해 사족이 붙었다.

간장게장은 간장도 중요하지만 꽃게의 선도가 핵심이다. 선도가 떨어져 내장이 녹아버린 게로 담근 게장은 맛이 없고 비리다. 특유의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간장에 양파나 파뿌리, 마늘, 고추 등을 넣고 단맛을 더하기 위해 과일을 넣기도 한다. 게를 발라 먹은 뒤 감칠맛이 진하게 밴 간장을 떠서 먹으면 그 맛이 퍽 좋다. 밥을 비벼도 먹고 나물을 무칠 때 조미료 대신 넣기도 한다. 생선회 간장으로도 쓴다. 남은 간장에 묵은 김장김치를 넣고 끓여낸 것이 충남 향토음식인 게국지다.

게장을 두고 밥도둑이란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짭짤하고 감칠맛이 도니 밥 한두 공기는 그냥 들어간다. 게다가 게딱지에 든 내장은 어떤 젓갈보다 감칠맛이 뛰어나다. 게장 내장을 싹싹 긁어 밥을 비비면 다시 한 공기의 밥이 필요해진다. 특히 알배기 꽃게는 알까지 맛볼 수 있어 값은 비싸지만, 개체 보존을 위해 알을 먹을 수 없는 대게의 지위까지 단숨에 뛰어넘는 맛이다. 꽃비 내리는 육상의 봄보다 더욱 풍요롭고 감칠맛 나는 4월의 바다. 맛있는 ‘게 요릿집’을 모아봤다.

◇태안 솔밭가든 = 꽃게장의 본향을 자처하는 충남 태안 안면도에서 게장 잘하기로 소문난 집. 달달한 게향을 오롯이 간직한 봄철 암꽃게를 사다 1년 내내 쓴다. 그리 짜지 않아 실컷 먹을 수 있다. 게장백반을 주문하면 게장 한 마리와 갖은 반찬을 깔아준다. 꽃게탕과 게국지, 우럭젓국도 파는데 게장을 함께 주는 세트가 있어 가족 단위로 찾기에 좋다. 태안군 안면읍 장터로 176-5. 게장정식 2만9000원.

◇박보연 간장게장 = 서울 종로에서 사장이 직접 이름을 내걸고 하는 집. 직접 담근 간장게장이 아주 실하다. 함께 내주는 솥밥과 궁합이 좋다. 뜨거운 밥에 올린 차가운 게장이라니. 후루룩 떠먹어도 될 정도로 그리 짜지 않아 곁들여 차려낸 갖은 찬과 함께 한 끼 제대로 맛보기에 딱이다. 게장은 솥밥에 남은 누룽지에도 안성맞춤이다. 서울 종로구 종로5길 42-5. 3만5000원. 불고기, 새우장 세트 3만7000원.

◇목포 장터본가 = 꽃게의 유일한 단점인 ‘귀찮음’을 극복해낸 집이다. 게장의 살을 미리 빼놓아 매콤한 양념을 해 접시에 담아낸다. 사발에 밥을 담아 쓱쓱 비벼 먹으면 끝이다. 달달한 게살에 칼칼한 양념이 버무려져 있어 바로 밥에 스며든다. 이런 밥도둑도 따로 없다. 3만∼4만 원쯤 하는 간장게장보다 가격도 헐하다. 껍데기째 버무려낸 것도 있다. 목포시 영산로40번길 23. 2만4000원(2인 기준).

◇공주 서해꽃게장 = 충남 공주는 분명 내륙인데 꽃게장이 맛있다. 실한 암꽃게를 골라 게장을 담그는데 손질한 후 파채를 잔뜩 얹어 내온다. 게장집인데 산채정식집이라 해도 믿어질 정도다. 계룡산에서 나는 나물이며 부침개, 두부, 묵 등 반찬 접시가 스무 개 가까이 된다. 그 중심에 게장이 올려진다. 바로 썰어낸 파채가 맛을 더 끌어올려 준다. 공주시 반포면 사봉길 77-2. 3만2000원.

◇마포 서산꽃게 = 살이 꽉 찬 싱싱한 암게와 화려하게 깔리는 반찬으로 유명한 집. 한정식을 방불케 하는 반찬의 진용이 가히 역대급이다. 먹기 좋게 손질한 게장에 참깨와 청양고추채를 올려 정갈하게 담아낸다. 김과 감태에 밥을 올리고 게장 속살을 얹어 싸먹으면 좋다. 게딱지는 하나씩 주니 성급하게 굴지 말고 마지막에 비벼 먹는 것이 좋다. 서울 마포구 도화길 12-3. 3만6000원.

◇전라도벌교고흥소문난집 = 송도 신도시를 마주 보는 시흥 월곶 해변 회타운에 위치한 횟집. 훌륭한 횟감 생선과 이를 에워싼 소찬(小餐) 안줏거리로 이름난 곳인데 봄에는 꽃게찜을 낸다. 살이 꽉 찬 제철 꽃게로 찜을 내는데 푸짐한 살이 입에 가득 찬다. 횟감을 차릴 때 한두 마리는 그냥 내주기도 한다. 따로 주문하면 값을 받는다. 시흥시 월곶해안로 199. 시가.

◇보령 풍미식당 게국지 = 조개구이집으로 가득한 대천해수욕장 먹거리 골목에서 향토음식인 게국지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집. 묵은지에 게국(게장의 간장)을 넣고 끓인 것이 게국지다. 애호박과 김치 등을 넣어 끓인, 시원하면서도 구수한 게국지 한 냄비를 앞에 두면 밥그릇을 뚝딱 비우게 된다. 두부부침과 김치전 등 반찬도 훌륭하고 진한 풍미의 전복죽도 인기다. 보령시 해수욕장4길 74. 게국지 5만 원(소)부터.

◇강화 석모도 솔밭식당 = 정말 해변가 솔밭 사이에 있다. 석모도 안에서 게장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라 주말이면 문전성시를 이룬다. 꽃게장에 홍고추와 대파, 각종 채소를 얹어 내는데 부드러운 게살에 씹는 맛을 더해준다. 옛날식 전통 간장게장 맛으로 적당히 짭조름하다. 강화도답게 순무김치와 나물 등 반찬들이 에워싼다. 인천 강화군 삼산면 삼산남로 828번길 14. 게장백반 4만 원.

◇태안 서해수산 = 꽃게찜은 신선도와 쪄내는 기술이 중요하다. 오래 삶으면 게 맛이 그득 밴 ‘육즙’이 빠져버린다. 태안읍의 서해수산은 각종 횟감 등을 파는 해산물집. 간장게장과 게국지로도 이름났지만 초여름까지는 꽃게찜을 찾는 손님이 몰린다. 보기에도 탐스러운 꽃게를 한 접시 가득 쪄준다. 반씩 툭툭 잘라 살을 바르고 내장 속까지 긁어먹으면 ‘아 정말 봄이구나’ 하게 된다. 태안군 태안읍 시장5길 18-3. 시가.

◇임진대가 = 민물에서 잡는 참게는 지금이 끝물이다. 참게의 제철(겨울∼4월)은 꽃게와 다르다. 이곳은 임진강에 배를 띄우고 참게를 잡아 탕으로 끓여낸다. 참게는 살이 적지만 단맛이 일품이다. 알이 가득 찬 내장과 국물로 밥을 비비고, 가느다란 다리는 쪽쪽 빨아먹으면 된다. 냄비 바닥을 박박 긁게 만드는 국물엔 참게 맛이 녹아났다. 파주시 문산읍 임진나루길 80. 7만 원.

◇이자카야 카덴 = 북방털게를 판다. 북방털게도 제철이 5월까지로 꽃게와 비슷하다. 북방털게는 까기가 까다로운데 이곳에서는 다리 살을 죄다 게딱지 안에 모아서 낸다. 숟가락으로 퍼먹기만 하면 되니 편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달달하고 고소한 맛이 꽤 오래간다. 입맛보다 오래 남는 사진을 찍어두면 평생을 간다. 참, 겨울이 제철인 남해안 털게(왕밤송이게)와는 다른 종류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173 거화빌딩. 1마리 6만8000원.

놀고먹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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