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대표 헌법학자, 의붓아들 상습 성폭행 의혹 시인

파리/손진석 특파원 2021. 4. 15.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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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에 뒤아멜 시앙스포 명예교수, 아내가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아온 아들 상습 성폭행했다는 의혹 인정
프랑스의 좌파 지식인 올리비에 뒤아멜/AFP 연합뉴스

시앙스포(파리정치대학) 명예교수인 올리비에 뒤아멜(71)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헌법학자이자 정치학자다. 프랑스의 거의 모든 법학도가 그가 쓴 헌법 교재를 공부한다. 뒤아멜은 프랑스 최고 엘리트들의 사교모임 ‘르 시에클(Le Siècle)’의 회장이었다. 방송 진행자·변호사·EU의회 의원·신문 칼럼니스트로도 이름값이 높았다.

그런 뒤아멜이 의붓아들을 성폭행했다는 충격적인 폭로가 지난 1월 제기돼 프랑스를 뜨겁게 달궜는데, 결국 그가 이 같은 의혹을 사실로 인정했다고 프랑스 언론이 14일(현지 시각) 일제히 보도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뒤아멜과 소르본대 교수였던 그의 아내, 그리고 국경없는 의사회를 창설한 아내의 전 남편까지 3명의 성(性)과 관련한 추악한 이면이 드러나 프랑스인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셋 다 널리 이름이 알려진 좌파 지식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일간 르몽드를 비롯한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뒤아멜은 지난 13일 경찰 조사에서 1980년대 의붓 아들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했다는 폭로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의붓 아들 성폭행은 워낙 오래전 일이라 공소 시효가 지났다. 하지만 워낙 사회적 관심이 커졌기 때문에 다른 피해자가 있는지를 경찰이 뒤아멜을 불러 조사했고, 이 과정에서 뒤아멜이 이붓아들 성폭행 의혹을 시인한 것이다.

근엄한 학자였던 뒤아멜에 대한 폭로는 이런 것이었다. 그가 1987년 재혼한 두번째 부인 에블린 피지에(1941~2017)가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아 데려온 의붓아들 빅터(가명)를 상습적으로 성폭행했다는 것이었다. 폭로한 사람은 빅터의 이란성 쌍둥이로서 뒤아멜의 의붓딸인 카미유 쿠슈네르(46)다.

에블린 피지에의 2002년 모습. 그는 2017년 숨졌다./AFP 연합뉴스

카미유에 따르면, 1988~1989년 사이 뒤아멜은 당시 13~14세이던 빅터의 방에 수시로 들어가 성폭행을 저질렀다. 2년 이상 이런 일이 지속됐다고 한다. 당시 빅터는 쌍둥이 누이 카미유에게 이런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비밀을 유지해달라고 했다.

쌍둥이가 30대가 됐을 때 카미유는 어머니 에블린에게 뒤아멜이 어린 시절의 빅터를 성폭행했다고 알렸지만, 에블린은 이를 문제삼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에블린으로서는 세간에 알려진 사회 지도층이라는 점을 고려해 근친 성폭행이라는 충격적인 가정사가 공개되는 것을 꺼렸을 가능성이 있다.

카미유 쿠슈네르가 의붓 아버지 올리비에 뒤아멜의 추악한 이면을 폭로한 책 '대가족(La Familia grande).'/AP 연합뉴스

에블린은 소르본대 정치학 교수, 변호사, 소설가로 활동하면서 여성 좌파 지식인으로 이름값이 높았다. 아버지가 프랑스가 인도차이나반도를 식민통치할 때 총독이었을 정도로 유복한 집안 딸로 자랐다. 에블린이 프랑스에서 유명한 이유 중 하나는 그녀가 20대 시절 쿠바에 가서 4년간 피델 카스트로의 연인으로 살다 왔다는 것이다.

에블린은 젊은 시절 인권을 부르짖는 페미니즘 운동가였지만 막상 아들이 성폭행당한 사건에 대해서는 입을 다무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인생이 위선으로 가득 찼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프랑스 명문가 집안에서 태어난 에블린 피지에(오른쪽)는 1950년대 쿠바에 가서 4년간 피델 카스트로의 연인으로 지냈다. 당시 피지에와 카스트로의 모습.

카미유는 어머니 에블린이 2017년 세상을 뜨자 그때부터 뒤아멜 빅터를 성폭행한 과거를 주변에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결국 카미유는 올해 1월초 ‘대가족(La Familia grande)’라는 책을 써서 뒤아멜이 숨겨온 과거를 까발렸다. 프랑스인들은 지식인으로 존경받던 뒤아멜의 추악한 사생활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의붓아버지 뒤아멜의 추악한 이면을 폭로한 카미유 쿠슈네르. 파리5대학 법학과 교수다./위키피디아

카미유가 책에 쓴 내용이 큰 파장을 일으키자 빅터는 일간 르몽드 인터뷰에서 “카미유가 쓴 내용은 모두 진실이며, 누이가 나를 대신해 이야기를 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카미유는 파리5대학 법학과 교수이며, 빅터는 파리7대학 물리학과 교수다.

카미유의 폭로로 파문이 커지자 뒤아멜은 카미유의 책이 출간된 지 며칠만에 시앙스포를 감독하는 기구인 ‘국립정치학재단(FNSP)’의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하차했다.

어린 시절 의붓아버지 뒤아멜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시인한 앙투안 쿠슈네르 파리7대학 교수. 쌍둥이 누이 카미유는 책에서 '빅터'라는 가명으로 앙투안을 소개했다.

카미유는 어머니 에블린과 친부(親父), 그리고 이모를 둘러싼 성추문도 공개해 또다른 충격을 가져왔다. 에블린의 첫 남편이자 카미유·빅터의 친부인 베르나르 쿠슈네르(82)는 ‘국경없는 의사회(MSF)’를 설립한 의사다. 프랑스 보건장관·외무장관을 지낸 중량급 좌파 정치인이기도 했다. 에블린의 여동생이자 베르나르의 처제였던 마리-프랑스 피지에(1944~2011)는 1960~70년대에 이름을 제법 떨친 영화배우였다.

국경없는 의사회를 창설한 베르나르 쿠슈네르는 프랑스 보건장관, 외무장관을 지낸 좌파 정치인이었다./위키피디아

카미유는 친부 베르나르가 이모 마리-프랑스와 내연 관계였다고 공개했다. 카미유는 심지어 어머니 에블린이 남편과 여동생이 내연 관계라는 것을 알고도 묵인했다고 주장한다. 카미유는 책에서 “엄마와 이모는 모든 것을 공유하는 사이였다. 심지어 남편까지도”라고 썼다.

베르나르는 국경없는 의사회를 설립해 인도주의를 실천한 의사로 존경받아왔지만 처제와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체면을 구기게 됐다.

1960~70년대 프랑스 영화배우였던 마리-프랑스 피지에. 그가 형부 베르나르 쿠슈네르와 내연 관계였다고 조카 카미유 쿠슈네르가 폭로했다.

무엇보다 에블린이 사후에 이름값에 먹칠을 하게 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여동생과 첫번째 남편을 공유한 삼각 관계였다는 추문이 드러나고 두번째 남편이 아들을 성폭행한 근친상간에 대해 고의로 침묵했다는 사실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에블린의 동생 마리-프랑스는 2011년 프랑스 남부에 있는 자택의 수영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왜 죽었는지 사망 경위가 불확실해 의문사로 처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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