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코로나!"..우리 안의 '아시안 헤이트'는?
동남아시아 출신 이주노동자에 대한 멸시도 여전
외국인 코로나 전수검사 계획에 외교적 항의까지
스포츠경기 관람 때도 "외국인만 전원 문진표 쓰라"
정책 결정자와 미디어 역할 중요.."인식이 바뀌어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초롱 기자 (CBS 심층취재팀)
◇ 김현정> 뉴스 속으로 훅 파고드는 시간, CBS 심층취재팀 박초롱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아시안 헤이트(Asian Hate)',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고 오셨다고요?
◆ 박초롱> 네, 신종 코로나 대유행 이후에 미국에서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과 증오범죄 우려가 높아진 상황이죠. 미국 애틀란타에서 아시아인 6명의 생명을 앗아간 총기 난사 범죄, 기억하실 겁니다.
◇ 김현정> 이후 전세계적으로 '스탑(stop) 아시안 헤이트' 운동이 벌어졌잖아요. 유명인들이 제각기 규탄 성명을 내기도 하고요.
◆ 박초롱> 네, BTS도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했던 순간들을 언급하면서 성명을 내기도 했습니다. 내용을 볼게요. "길을 걷다 아무 이유 없이 욕을 듣고, 외모를 비하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때 겪은 일들은 저희를 위축시켰고 자존감을 앗아가기도 했습니다"라면서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했죠.
◇ 김현정> 그렇죠. 그런데 한국, 우리 안의 모습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는 말씀이에요?
◆ 박초롱> 화가 나죠, 잘못된 일이고요. 그런데요,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이 이런 입장을 발표한다면 어떨까요? "한국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욕을 듣고 외모를 비하당했다", 이렇게요. 오늘 훅 뉴스에서는 코로나 사태 이후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외국인 차별과 혐오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 김현정> 코로나 유행 이후에 외국인 차별과 혐오가 심해진 건가요?
◆ 박초롱> 네, 근거 없는 비판인 셈인데요. 외국인들이 한국에 코로나를 옮긴다, 방역 정책을 방해한다는 식의 글들이 인터넷에서 많이 떠돌고 있거든요. 저희가 만난 한 A씨는 아버지가 동남아시아인인, 한국에서 나고 자란 한국인이에요. 그런데 코로나 대유행 이후, 지난해 인천에서 길을 가다가 모욕적인 발언을 들어야만 했다고 합니다.
[녹취/A씨]
"횡단보도에서 딱 섰을 때 벤치에서 남자 두 분이 술을 드시고 계시더라고요. 눈 마주치고 나서 한 5-10초 뒤에 "야 코로나" 부르더라고요 저를. 생각해보니까 너무 화가 나는 거에요. 너무 화가 나서 따지고 싶은데 무서운 거죠."
◇ 김현정> 그냥 길을 지나갔을 뿐인데, 피부색이 좀 어둡고 외국인인 것 같으니까 "야, 코로나!" 이렇게 모욕적인 발언을 한 거 에요. 심지어 이 분은 한국인이었던 것이고요.
◆ 박초롱> 네, 피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는데요. 이 분이 항의하자 욕설과 인종차별 발언이 쏟아졌습니다.
[녹취/A씨]
"너희 불법 체류자지, 그러니까 너희 신고 못하지? 왜 경찰이 여태까지 안 오냐고, 내가 신고 대신 해줄까?"(하고 빈정거렸어요) "이 새끼들 너희 한국인 상대로 사기치는 꾼들이지?" "남의 땅에 와서 피곤하게 산다고 말하고"
◇ 김현정> 서구권 국가에서 아시안들에 대한 차별이 벌어지는 데에 대해서는 많이들 분노하셨을 겁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거에요.
◆ 박초롱> 네, 이 분은 모욕죄로 욕설을 한 한국인들을 고발했습니다. 이런 사례는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대체로 우리나라보다 못 산다고 생각되는 나라 출신 외국인들에 대한 언어폭력 문제가 많이 지적돼 왔지만, 고쳐지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네팔인 B씨의 말을 들어 보실게요.
[녹취/B씨]
"'XX 새끼들이 왜 일 안 해. 너희들이 외국에서 여기 왜 왔어.' 이런 욕도 하고. 외국 사람도 사람이야. 똑같이 한국 사람처럼 외국 사람도 사람인데, 그렇게 행동하면 안 돼요, 여기 우리 가족들 다 우리나라 있을 때 여기 외국 와서 어차피 이만큼 고생하고 있었는데 우리한테 이런 행동 하지 말아요. 라는 말을 (고용주에게) 하고 싶어요."
◆ 박초롱> 이 분의 경우는 시민단체 도움으로 다른 곳에서 일하게 된 케이스에요.
◇ 김현정> 참 이중적이다. 우리가 너무 이중적이지 않았는가 생각하게 되네요.
◇ 김현정> 그런데, 박초롱 기자. 이것도 문제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에 내놓는 정부 대책, 시책에도 이런 외국인 차별, 인종차별 요소가 있다면서요?
◆ 박초롱> 네, 기억하시는 분도 계실텐데요. 얼마 전 서울시와 경기도에서 외국인 코로나 검사 전원 의무화 방침을 발표해서 거센 비판을 받았거든요. 영국 주한대사가 트위터를 통해 영상 성명을 내기도 했습니다. 들어보시죠.
[녹취/사이먼 스미스 주한영국대사]
"영국 대사관은 이런 조치가 공정하지 않고, 비례적이지 않으며 효과적일 것 같지도 않다는 점을 중앙정부와 서울시·경기도 정부에 명확히 했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이후에 서울시와 경기도가 해당 방침을 철회하면서 정리가 됐죠.
◆ 박초롱> 네, 하지만 많은 외국인들이 해당 성명에 댓글을 달았습니다. '영국에서 외국인에 대한 전원 검사 의무화 정책을 폈다간 인종차별이라면서 폭동이 일어났을 것'이라며 우리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어요.
◇ 김현정>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자칫 잠재적 보균자로 취급받았다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어요.
◆ 박초롱> 네, 그런데 스포츠 경기장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벌어졌습니다. 한국야구위원회 KBO와 한국여자농구연맹,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등 여러 종목 협회 홈페이지를 뒤져봤는데요. 그 곳에 게시된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을 보면, 외국인 관람객에 대해서는 전원 문진표를 작성하도록 하라는 내용이 있어요.
◇ 김현정> 문진표라면, 건강에 이상 증세가 있는지 체크하는 건가요?
◆ 박초롱> 발열이나 기침과 같은 증상이 있었는지, 최근에 자가격리 대상자로 지정된 적이 있거나 그러한 사람과 접촉한 적이 있는지를 스스로 적도록 돼 있습니다. 연락처, 이름과 함께요.
◆ 박초롱> 네 외국인에게만 굳이 요구를 했습니다. 정 필요하다면 내국인 외국인 가리지 않고 쓰면 될텐데 외국인에게만 요구를 했고요. 여기에 대해 저희가 KBO에 물어보니 이렇게 해명을 했습니다.
[녹취/KBO 관계자]
"최초 협의는 지난해 2월인데요. 코로나가 확 유행을 시작했을 때 프로 스포츠 입장이 이슈가 됐었거든요. 그때는 상당히 폐쇄적인 분위기였죠. 회의를 통해 외국인 분들은 더 정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이 있었고. 저희 코로나TF에는 저희만 있는 건 아니고 질병 전문가 분들이 참여하고 계세요. 그분들이 이 매뉴얼 검수를 다 한 거거든요."
◇ 김현정> 작년 2월이면 초반에는 국경 봉쇄 논의도 있었잖아요. 그때 만들어진 규칙이 지금까지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거군요.
◆ 박초롱> 지금은 내국인과 외국인 사이, 감염 위험이 누가 더 높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죠. 그런데도 외국인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여전한 겁니다. 이에 대해 공익인권법 재단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의 얘기를 들어 보실게요.
[녹취/공익인권법재단 공감 황필규 변호사]
"외국인을 특정하는 방식 자체가 국적을 직접 확인하겠다는 방식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피부색을 보고 구분하는 것으로 보여지는데 굉장히 인종주의적인 방식임이 분명하고요. 외국인들에 대해서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굉장히 차별적이고 이런 부분들이 구체적인 삶의 영역에서부터 시정되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코로나는 국적이 아니라 사는 환경에 영향을 받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내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이런 차별 대우를 받는다면 화가 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박초롱> 우리 사회가 이같은 인종주의적인 인식에 대해 큰 문제 의식조차 없다는 방증이죠. 최근 코로나로 인해서 부정적인 면들이 한층 더 불거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요, 박 기자, 이런 외국인 인종 차별에 대해서 경각심을 좀 불러일으킬 방법은 없는 건가요?
◆ 박초롱> 사실 서구권 국가들에서는 이 외국인 혐오나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을 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 보고서를 보면, 미국은 인종이나 종교, 성별,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행해지는 특정 행위를 혐오 범죄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그 통계를 법무부가 매년 발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특히 오늘 아침 기사를 보면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자체 인종차별을 시정하기 위해서 최고 다양성 책임자라는 고위직을 신설했다고 합니다.
◇ 김현정> 증오 범죄를 더 세심하게 관리하고 예방하겠다. 이런 뜻인거죠?.
◆ 박초롱> 네, 다른 국가들의 경우 처벌도 강하게 하고 있는데요. 캐나다의 경우 피부색이나 종교 성별로 인한 편향이나 혐오에서 범죄가 발생하면 양형이 가중되도록 규정하고 있고요. 영국이나 프랑스도 마찬가집니다. 이런 것들이 특별한 게 아니고 UN 인종차별 철폐위가 권고하고 있는 것들이거든요.
◇ 김현정> 물론, 우리나라 인종차별 문제보다 그쪽 나라가 훨씬 심각하긴 해요. 훨씬 인종차별 범죄도 많고 심각하지만, 우리도 미리미리 이런 부분에 대해 준비해야 하는 거잖아요.
◆ 박초롱> 또 SNS의 영향을 많이 받는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인들에 대한 잘못된 정보, 그리고 혐오의 언어가 빠르게 확산되고 전파되는 경향이 있거든요. 이 부분은 국제이주기구 한국대표부 심나리 정책공보관의 말로 들어보시죠
[녹취/심나리 국제이주기구 한국대표부 정책공보관]
"예를 들어 차별금지법에 들어가는 대상들, 이런 것들에 대한 컨센서스가 이뤄지지 못해서 난관에 부딪히고 있는 상황인거죠. 이런 것들을 바꾸기 위해 누가 노력해야 하느냐를 생각해보면 대중들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 결정자라든지 미디어라든지, 이런 쪽에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거든요"
◆ 박초롱> 저를 비롯해 지금 이 방송을 들으시는 많은 분들, 언제 어디에서 외국인이 될지 모른다는 점을 꼭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어딘가에서 외국인 혐오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우리 안의 부끄러운 모습을 고쳐나가는 일 역시 어렵지 않을 것 같네요.
◇ 김현정> 네, 박초롱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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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초롱·김정훈·김승모 기자, 유정주·유시은 인턴기자] pc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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