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전단금지법 청문회 증인 "北에 정보전달 중단..韓 민주주의 퇴보"

정재영 2021. 4. 15.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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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단체가 보낸 대북전단 살포용 풍선 모습. 연합뉴스
미국 의회의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15일(현지시간) 개최하는 대북전단금지법 관련 청문회에서 한국 민주주의 실태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제기될 것이라고 ‘미국의소리’(VOA)방송이 전했다.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서는 일부 인사들이 한국 민주주의가 자유로운 정보 유입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정도로 퇴보했다고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측 증인 중 한명인 수전 솔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15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한국의 시민적·정치적 권리: 한반도의 인권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청문회와 관련해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증언하기로 했다”며 “북한에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야말로 내가 하는 일의 전부인데, 매우 중요한 이 일이 한국에서 일어난 일에 영향을 받아 중단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증인인 고든 창 변호사는 “미국이 이제 한국의 심각한 인권 문제 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번 청문회가 중요하다”면서도 “이는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사안으로, 한국의 민주주의가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공격당하고 있다는 데 초점을 맞추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발언할 내용을 밝힐 수 없다면서도 “한국의 민주주의가 거꾸로 가고 있다”며 “취임 당시 민주주의의 진전을 약속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일반적인 민주주의의 개념이 아닌 북한이 정의하는 민주주의 방향으로 한국을 끌고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청문회에는 솔티 대표와 창 변호사 외에도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존 시프턴 아시아국장, 제시카 리 퀸시연구소 선임연구원, 한국의 이인호 전 주러시아 대사가 증인으로 참석한다. 대북전단 살포의 무용성을 주장해 온 전수미 변호사도 증인으로 나선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워싱턴에서 동맹인 한국의 민주주의 실태를 점검하는 청문회가 개최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동맹의 뿌리는 군사·외교뿐만 아니라 가치 공유에 있는 만큼, 이번 청문회를 동맹 강화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2016년 4월 2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탈북자 단체들이 대북 전단을 날리는 모습. 연합뉴스
그레그 스칼라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은 “청문회가 한국에 애정을 가진 매우 적절한 미국인 증인들을 선택했다”며 “미국이 한국의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 실태에 대해 염려한다는 데 이번 청문회의 중요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과 한국은 동맹으로서 잘될 때든 잘못될 때든 목소리를 낼 자유가 있는 만큼, 이번 청문회는 한국에 문제가 될 게 없고 미국의 친구와 파트너, 동맹을 돕기 위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 그러면서도 대북전단금지법과 관련해서는 “북한인권위원회를 이끄는 사람으로서 탈북민들의 목소리가 묻히고, 북한 인권 단체들에 대한 재정 중단과 압박이 가해지는 것은 중대 사안”이라며 “이는 한국 민주주의의 현 실태를 크게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도 “이번 청문회는 논란이 된 대북전단금지법의 의도와 잠재적 파급 효과에 대한 미 의회 의원들의 우려를 반영한다”며 “(한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들여다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킹 전 특사는 “대북전단 살포가 가장 효과적인 정보 전달 수단인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면서도 “정보를 담은 풍선을 북한에 날려 보내는 것이 (접경지역 주민들에게) 위험하다는 증거를 본 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대북방송이 더 효과적인 채널이라고 생각하지만, 전단을 통해서도 북한에 정보가 전달되고 있다”며 “더 확실한 증거가 없는 한, 전단 살포가 위험하다는 주장을 크게 신뢰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통일부는 북한 주민의 알권리 증진 등 인권적 가치들과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안전 보호와 같은 가치가 함께 조화를 이룰 수 있게 하는 것이 관련 법 개정 취지라고 설명했다. 남북관계발전법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대북 확성기 방송, 시각 매개물 게시, 전단 등 살포를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2020년 12월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북전단을 금지하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인권 전문가들은 통일부가 이번 청문회를 개최하는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를 경시하는 듯한 발언을 한 데 대해서 “미 의회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중요한 조직을 폄훼하지 말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차덕철 통일부 부대변인이 지난 9일 브리핑에서 “미국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청문회는 의결 권한이 없는 등 국내 청문회와 성격이 다르고 정책 연구 모임 성격에 가깝다”고 한 발언을 직격한 것이다.

톰 랜토스 전 하원 외교위원장의 비서실장을 지냈고 해당 인권위원회의 전신인 ‘하원 인권 코커스’ 설립을 주도한 킹 전 특사는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입법권한은 없지만 전원 미 의회 의원들로 구성돼 있고 이들은 모두 여러 위원회에 소속돼 있다”며 “이번 청문회를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스칼라튜 사무총장도 “통일부는 한·미 동맹의 진정한 친구이지만, 미 의회 청문회에 대한 이번 발언은 실례”라며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그동안 전 세계 인권과 관련해 크게 기여해 왔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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