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원전 오염수 방류에 "수산물 HMR, 이제 시장 성장하기 시작했는데.."
"일본산 사용 거의 없어..대체 산지 찾아야" 고심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해양에 방출하기로 공식 결정하자 국내 식품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이 전 세계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수산물 소비가 많은 국내 시장에서 먹거리 안전에 빨간 불이 켜졌다.
식품업계는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산 원재료를 취급하는 비율을 현저히 낮춰 당장 소비자 식탁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집밥 열풍을 타고 급격히 성장 중인 수산물 가정간편식(HMR) 시장 확대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커져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日, 2023년부터 방류 결정…식품업계 "손쓸 방법 없어 막막"
15일 정부와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 13일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 보관 중인 오염수를 해양에 방출하기로 정식 결정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해양 방류에 필요한 설비 심사와 공사에 2년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방류는 2023년 초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식품업계는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결정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식품 중에서도 수산물은 우리 국민의 소비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대표 식품이기 때문이다.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NSC)가 발표한 지난 2016년 기준 한국 국민의 1인당 수산물 섭취량은 연평균 58.4㎏으로 전 세계 1위를 기록했다. 당시 전 세계 평균인 20.2㎏를 2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일본(50.2㎏) 국민의 섭취량보다 많았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전 오염수 위험성을 우려해 일본산 식자재를 사용하는 식품업체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오염수 방류가 소비자 식탁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알려지더라도 당장 손쓸 방법이 없어 막막하다"고 말했다.
수산 제품에 투자 중인 식품업체들은 일본산 수산물을 사용하지 않아 일단 안도하는 모습이다. '비비고 생선구이'로 수산물 HMR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CJ제일제당은 현재 제품에 일본산 수산물을 사용하지 않는다. 현재 판매 중인 제품 종류는 Δ고등어(노르웨이) Δ임연수(미국) Δ가자미(미국) Δ삼치(중국) 4종이다. 선물세트용으로 출시한 갈치는 세네갈산을 사용하고 있다.
동원산업은 지난해 수산물 HMR 통합 브랜드 '수산명가'를 론칭하고 온라인 몰에서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판매 상품은 Δ두툼한 생연어회(노르웨이) Δ맛있는 자숙 소라(터키·우크라이나·불가리아) Δ가시없는 고등어구이(노르웨이) Δ가시없는 삼치구이(국내산) Δ쫄깃한 데친 문어(모리타니아)가 있다.
그러나 후쿠시마와 인접한 태평양부터 시작해 전 세계적으로 오염수가 해양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나와 대책 마련에도 고심하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3년 또는 4년 뒤 위험이 현실로 다가오면 식자재 오염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며 "방사능 검사를 강화하거나 대체 산지를 발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같다"고 설명했다.
◇수산 HMR 제동 걸리나…"대체산지 발굴 고민"
수산물은 최근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집밥 수요가 늘면서 간편하게 조리가 가능한 가정간편식(HMR) 형태로 진화 중이다. 특히 기존 육류 위주였던 HMR 시장에서 수산물 HMR 시장의 성장세는 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실제 비비고 생선구이는 지난 2월 출시 1년 6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이 600만개를 돌파했다. 누적 매출은 250억원으로 월평균 매출이 20%씩 성장했다. CJ제일제당은 급증하는 수산물 HMR 수요에 대비해 제품 생산 라인을 증설해 제조 역량을 기존보다 최대 두 배 이상으로 늘렸다.
동원산업 역시 수산물을 친환경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보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어업 뿐만 아니라 양식 단지 조성에도 적극적으로 투자 중이다. 지난해 동원산업은 강원도 양양군에 약 2000억원을 투자해 육상 연어 양식 단지를 착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으로 우리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에도 제동이 걸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축산업이 더 주목을 받게 될 가능성도 높아졌다"며 "취급하는 수산물 원산지가 일본과 멀다 하더라도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으면 대체 시장을 찾거나 대체 산지를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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