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부산까지 자율 배송로봇 만들겠다"

이한얼 기자 2021. 4. 15.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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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기업이 미래다 51] 자율주행 로봇 솔루션 업체 '로보티즈'

(지디넷코리아=이한얼 기자)사람을 대신해 로봇이 택배 배송을 한다. 우범지역에 순찰을 돌고, 방역에 최전선에서 전염병과 싸운다. 음식 배달은 물론이다. SF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얘기가 아니다. 곧 우리의 삶에 도래할 현실이다.

로보티즈 배송 로봇(사진=로보티즈)

로봇 산업은 공정을 돕는 산업용 로봇으로 출발했지만 이제 인간의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든 서비스 로봇까지 등장했다. 최근엔 온라인 쇼핑 시장의 확대와 물류 유통 패러다임 전환에 따라 자율주행 배송 로봇이 업계에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했다.

자율주행 로봇이란 말 그대로 스스로 주변을 살피고 장애물을 감지하면서, 바퀴나 다리를 이용해 목적지까지 최적 경로를 찾아가는 로봇이다.

실제 아마존은 배송로봇 '스카우트'를 출시했고 페덱스 역시 배송로봇 '세임데이봇'을 개발했다. 상대적으로 과학 기술이 떨어진다고 평가 받는 남미의 콜롬비아에서도 '키위봇(kiwibot)'이라는 배송 로봇이 제작됐다.

글로벌 자율주행 배송 시장은 올해 141억 달러에서 내년 225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자율주행 배송 로봇 시장 역시 뜨거울 기술 격전지로 주목 받고 있다. 이 치열한 자율주행 로봇 시장에 토종 로봇 솔루션 제작업체 로보티즈는 묵묵히 20년간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배송하는 로봇 탄생시키는 게 목표"

지난 1999년 설립된 로보티즈는 현재 마곡에 둥지를 틀고 있다. 임직원 124명 중 연구 개발 인력이 60여명이나 차지할 만큼 자율주행 로봇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최근 모바일 사업 철수를 선언한 LG전자가 지분을 투자하는 등 자율주행 로봇 분야에 선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로보티즈는 지난 2003년 시스템을 움직이거나 제어하는 데 쓰이는 기계 장치인 로봇전용 액추에이터 '다이나믹셀'을 출시하며 로봇 기술 개발의 신호탄을 쏘았다. 이후 2008년 연구용 플랫폼 휴머노이드 '유리아'를 출시하며 로봇 연구 개발을 이어왔다.

로보티즈 김병수 대표

로보티즈는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로봇산업 핵심기술 개발사업자로 선정되는 한편 로봇 배달 시범 서비스 시행 시장창출형 로봇활용 실증사업에도 선정됐다.

이에 로보티즈는 국산 자율주행 로봇 상용화에 마중물 역할을 한다는 자부심 역시 가지고 있다.

시범 서비스는 식권대장 앱을 통한 예약주문과 결제는 물론이고 자율주행로봇의 위치, 배송운행 정보, 음식 배송 도착알림 등 자율주행로봇의 배송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 앱를 추가해 2주간 다수의 자율주행로봇을 활용한 CBT(Closed Beta Test)를 진행했다.

지난 1월에는 자율주행로봇 20대로 관제 배차하는 시스템을 OBT(Open Beta Test) 진행해 10개 이상의 음식점을 통해 배송의 다양성을 높히는 테스트도 진행했다.

지난 2018년 코스닥에 상장되기도 한 로보티즈는 이듬해 LG전자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자율주행 로봇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로보티즈 이선영 수석은 "자율주행 로봇이라는 게 한 순간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실험과 레퍼런스가 쌓여야 상용화가 가능하다"며 "감히 말하건대 국내 로봇 제조 기업 중에서 우리 회사가 제일 많은 자율주행 레퍼런스를 쌓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인간의 개입 없이 서울에서 부산까지 스스로 배송할 수 있는 로봇을 갖추는 것이 우리 회사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日産 제품 일변도 감속기 분야에서도 두각 나타내

한국은 감속기의 불모지라고 평가 받고 있다. 감속기는 로봇이 움직일때 모터의 회전수를 조절해 속도를 제어라는 역할을 한다. 실제 산업용 로봇이 개발된 이래 국내 시장은 줄곧 일본제 감속기 제품에 잠식된 상태다. 심지어 지난 2019년 일본과의 무역 분쟁 후 로봇 감속기 분야 국산화에 대통령까지 나서 독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감속기 국산화 개발에 로보티즈도 땀을 흘리고 있다. 로보티즈는 

과거 개발한 엑츄에이터(동력을 이용하여 기계를 동작시키는 구동 장치) 기술력을 기반으로 감속기 기술력을 진화시키고 있다.

로보티즈는 엑츄에이터 '다이나믹 셀' 이라는 제품을 통해 싸이클로이드 감속기를 개발한 상태다.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사용이 가능한 분리형 싸이클로이드 감속기의 개발을 본격화해 서비스 로봇시장에서 산업용 로봇시장까지의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로보티즈의 다이나믹셀

로보티즈 장수영 개발 이사는 "감속기 개발의 모태가 된 '다이나믹 셀'은 이미 전세계 56개국에 수출될 정도로 검증 받은 제품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 이사는 "국내 공과 대학 연구개발 쪽에선 우리 회사 '다이나믹 셀'을 쓰는 것은 물론이다 디즈니와 아마존의 개발 공정에서도 우리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보티즈는 다음달부터 순수 국산 기술로 만든 감속기 '다이나믹셀 드라이브'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미 소프트웨어 로봇 업체쪽에서 예약 주문이 들어오는 상황이다.

로보티즈는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감속기를 출시해 신뢰성이 결여된 국산 제품 시장에 공신력을 더한다는 다짐이다.

자율주행 로봇 법안 정비 속도 내야..."일본과 비교하면 아직 멀었다"

로보티즈는 지난 2019년 산업통상자원부가 개최한 '제6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신의 위원회'에서 '실외 자율 주행로봇'의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를 국내 로봇 기업 최초로 승인받았다.

현행 도로교통법과 보행안전법에 따르면, 로봇은 보도 통행이 불가능한 것으로 돼 있지만, 규제 샌드박스 통과로 본격적인 실외 주행로봇의 테스트가 가능해진 것이다.

로보티즈는 산자부의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로 다양한 방식의 주행 실험이 가능해졌지만 자율주행 로봇이 상용화되는 건 아직 요원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로보티즈 장수영 개발 이사는 "규제 샌드박스로 테스트를 하더라도 서울 강서구 지역에서 밖에 테스트를 할 수 없다"며 "다른 지역에서 테스트를 하고 싶은 경우 또 규제 센드박스를 신청해야 한다"고 답답한 속내를 내비쳤다.

자율주행 로봇 실증 특례 테스트 중인 로보티즈 배송 로봇

로보티즈 이선영 수석은 "공식적인 자율주행 로봇 안전기준에 대한 평가 체계 자체가 없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현장이 이렇다보니 상황에 따라 자의적으로 안전 기준 평가를 적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현행 도로교통법 법령의 주체는 경찰청인데 개정작업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경찰청 독자 개정으로 이뤄질 지 국회의원 입법 과정을 거칠 지 논의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더해 법령 개정의 주무 부처 역시 혼선이 따르는 상황이다.

반면 로봇 기술의 선진국이라 평가 받는 일본은 자율 배송 로봇 상용화에 그야말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 아베 총리는 미래투자회의에서 "사람 손을 거치지 않는 배송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저속∙소형 자동배송 로봇에 대한 원격감시∙조작의 도로주행실증이 연내 가능한 한 조속히 실행되어야 한다"며 자율 주행 로봇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일본 거리에는 '자동배송 로봇'이 돌아다닐 수 있게 됐다. 지난달 일본 매체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내년 3월 22일까지 소형 자율주행 로봇이 공공도로를 6㎞ 이하로 저속 주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밝혔다.

이는 현행 제도상 자율주행 로봇 등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자동배송 로봇을 상용화 하기 위한 방편이다. 일본 정부는 올해 국회에서 도로교통법과 도로운송차량법 등을 개정해 이후에도 합법적으로 각 기업이 자동배송 로봇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한얼 기자(eol@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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