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재개발 공사장 바로 옆 상가주택..균열 등 피해 호소

시공사 "기준치 이내 발파·균열 인과관계 확인 안 돼" 맞서

(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인천 한 재개발구역 바로 옆 건물인 상가주택의 주민과 소유주 등이 장기간 계속된 발파와 공사 등으로 인한 건물 균열과 소음 등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 14일 찾아간 인천시 부평구 백운역 인근 한 재개발 공사 현장 바로 옆 상가 주택 내부 천장에는 곰팡이가 가득했다.

화장실 벽면에는 길게 금이 간 균열의 흔적이 있었다. 과거 철물점이었던 1층 상가 내부에는 천장에서 떨어진 것으로 보이는 흰색 가루가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해당 건물 소유주의 아들인 김성식(39)씨는 "2019년 5∼6월쯤 부모님이 지내실 수 있도록 2천500만원을 들여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했으나 재개발 공사 이후 누수로 곰팡이가 생겼다"며 "건물에 균열, 뒤틀림도 발생해 엄청난 재산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로 옆 상가주택 건물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가정집으로 쓰고 있는 건물 2층으로 올라가자 타일이 바닥과 분리돼 들떠 있었다.

이들 건물은 재개발구역 공사 현장 울타리와 불과 1∼2m도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다.

주민들은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재개발공사에 따른 발파 작업이 진행되면서 건물 곳곳에 균열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현장에서는 이달도 발파 작업이 진행됐다. 직접 찾아간 당일은 발파 작업이 없었으나 옆 사람과 대화에 지장을 줄 수 있는 크기의 공사 소음이 계속됐다.

이곳에서 곱창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주온(57)씨는 "밤에 장사한 뒤 낮에 잠을 자려고 해도 공사 소음 때문에 제대로 잘 수 없다"며 "지난해 발파를 한창 할 때는 쿵쿵하는 소리로 집이 통째로 울려서 집이 무너지는 것 아닌가 걱정될 정도였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시공사 측은 재개발 공사와 주민들이 주장하는 피해의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별다른 후속 조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시공사 관계자는 "공사장 주변 건물에 균열이 발생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계측기를 설치했으나 균열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며 "발파 작업은 경찰에 정식으로 허가를 받아 허용기준치인 0.3카인(kine) 이내 범위에서만 진행했다"고 말했다.

카인은 진동 진폭의 크기를 진동 속도로 표현하는 단위로 1카인은 초속 1cm에 해당한다.

관할 지방자치단체는 민원인이 공사와 피해의 인과 관계를 명확하게 정리해 시공사 측에 제시하고 그에 따른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5일 부평구 관계자는 "민원인이 주장하는 건물 균열이 공사에 따른 것인지 건물 노후화 때문인지 판단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민원인은 공사에 따른 피해를 주장하고 있으나 이를 입증할 명확한 자료를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건물 소유주의 아들인 김씨는 "일반 시민이 대기업 시공사에 맞서 공사로 인한 피해를 입증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보상을 받으려면 소송을 하라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막대한 소송 비용도 감당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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