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만나면 알아서 뚜벅뚜벅.. AI 장착한 로봇 다리, 똑똑해졌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21. 4. 15.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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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카페]
카메라 영상으로 보행 환경 파악하고 그에 맞게 로봇 작동
AI가 사용자 가슴에 장착한 카메라의 영상을 분석해 주변 상황을 파악하고 다리에 장착한 입는 로봇에 그에 맞는 동작을 하도록 지시한다. 입는 로봇이 사람 도움 없이 자율주행할 수 있는 것이다./캐나다 워털루대

다리에 입는 로봇이 인공지능(AI)을 장착해 자율주행차처럼 사람 도움 없이 스스로 걸어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하반신 마비 환자가 다리에 장착하는 로봇이 다양하게 개발됐지만 보행 형태가 바뀔 때마다 수동으로 조작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캐나다 워털루대의 존 맥피 교수 연구진은 지난 4일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AI와 휴대용 카메라를 이용해 장애인이 다리에 장착하는 보행 보조 로봇이 주변 환경을 스스로 파악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AI가 카메라 눈으로 로봇 보행 결정

입는 로봇은 다리를 감싼 보행 보조 장치로, 몸에 장착한다고 ‘웨어러블(wearable·입는) 로봇’, 또는 곤충처럼 몸을 지탱하는 골격이 몸 바깥에 있다고 해서 외골격 로봇이라고도 한다. 장애인의 몸을 고정하고 기계장치의 힘으로 걷게 해준다.

문제는 평지에서 계단으로 올라가거나, 서 있다가 앉으려면 그때마다 사용자가 로봇의 동작 형태를 수동으로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근육의 움직임을 감지해 사용자가 어떤 동작을 하려고 하는지 예측하는 방법도 있지만 근육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전기신호의 변화를 포착하기가 어렵다.

AI와 카메라를 이용한 보행 환경 분석 시스템. AI는 사용자 가슴에 장착한 카메라(왼쪽)가 찍은 영상들(가운데)을 분석해 이동하는지 정지했는지, 계단을 올라가는지 내려가는지 파악하고 다리에 장착한 입는 로봇에 그에 맞는 동작을 하도록 지시한다. /캐나다 워털루대

연구진은 사진 분석에서 이미 능력을 입증한 AI의 힘을 빌렸다. 연구진은 입는 로봇을 다리에 장착한 사람이 실제 환경에서 걸어 다니면서 가슴에 매단 휴대폰 카메라로 주변 상황을 찍도록 했다. 워털루대 연구진은 이런 방식으로 560만 장의 사진을 확보해 엑소넷(ExoNet)이라는 입는 로봇용 고해상도 사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AI는 데이터베이스의 사진 중에서 상황 정보가 입력된 92만3000여 장을 학습하면서 스스로 주변 환경의 차이를 파악했다. 평지인지 계단인지, 아니면 계단을 올라가는지 내려가는지 사진을 보고 알아내는 것이다.

학습 결과 AI는 나중에 처음 보는 영상을 보고 73% 정확도로 보행 환경을 알아낼 수 있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제 평지를 걷다가 계단을 올라갈 때 사람이 개입하지 않아도 AI가 알아서 입는 로봇의 보행 형태를 바꿀 수 있게 된 것이다.

◇풀밭과 콘크리트 길도 구분

미국 노스 캐롤라이나 주립대의 에드가 로바톤 교수 연구진도 같은 방식으로 입는 로봇의 자율주행을 연구하고 있다. 연구진은 입는 로봇의 무릎 부분과 사용자의 안경에 각각 주변 환경을 찍는 카메라를 장착했다.

미국 노스 캐롤라이나 주립대 연구진은 사용자의 안경과 입는 로봇 무릎에 각각 카메라를 달고 주변 환경을 찍도록 했다. AI는 이 영상을 분석해 8가지 지형을 구분한다./미국 노스 캐롤라이나 주립대

연구진은 지난해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발간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AI와 카메라를 이용해 6가지 지형을 구분하고 그에 맞게 입는 로봇을 작동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AI는 타일 바닥과 벽돌, 콘크리트, 풀밭을 구분하고 계단을 올라가는지 아니면 내려가는지도 파악했다.

입는 로봇은 거동이 힘든 장애인이 사용한다는 점에서 안전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로바톤 교수는 AI가 지형을 확실하게 판단하기 힘들면 섣부른 결정을 내리지 않고 스스로 안전 모드로 가도록 했다고 밝혔다.

워털루대 연구진은 앞으로 저성능 컴퓨터와 메모리 장치로도 작동할 수 있게 AI의 환경 분석 능력을 향상시킬 계획이다. 노스 캘롤라이나 주립대 연구진도 움직이면서 촬영한 영상이 흐릿하게 나올 때도 AI가 제대로 분석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발전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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