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의약품위탁생산(CMO), 치킨게임 우려는 없나

김지완 2021. 4. 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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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수율이 증가로 치킨게임 발생 우려 제기
학계·산업계 생산수율 향상 위한 세포주 연구 활발
유전자-세포치료제 트랜지션되면 현재 시설 필요없어
치킨게임 경험 풍부한 삼성주도 CMO 증설도 우려

[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산업에 치킨게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바이오기술 발전에 따른 생산 수율 향상과 유전자-세포치료제 시장 개화가 공급과잉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

14일 스위스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기업 론자(Lonza)에 따르면 글로벌 전체 바이오 의약품 생산규모는 올해 580만ℓ에서 오는 2024년 770만ℓ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기간 삼성바이오로직스, 베링거인겔하임, 우시, 론자 등의 주요 CMO의 증설 용량이 80만ℓ에 달한다. 중소바이오기업들의 CMO 증설 용량을 합치면 100만ℓ는 훌쩍 넘긴다는 게 업계 추측이다. 글로벌 전체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증가분 중 절반 이상이 CMO인 셈이다.

바이의의약픔 고성장과 바이오텍 증가에 따라 바이오의약품 CMO가 각광받고 있다. CMO는 평균 20~40% 영업이익률을 나타내고 있고 코로나백신 위탁생산을 하는 경우 50%에서 70%까지도 이익을 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의약품 CMO 비중(Frost & Sullivan 기준)은 전체 제조 시장의 18%에서 오는 2025년 25%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수익과 수요증가가 맞물리며 글로벌 주요 CMO들이 일제히 증설에 나섰고 다수의 제약사들이 바이오의약품 CMO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하지만 CMO가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수요-공급 전망은 현재 기술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이다.

윤수영 LG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바이오 의약품의 전망에 대한 기대로 전세계적으로 다수 기업이 공장을 증설하고, 기술 발전으로 수율이 빠르게 개선될 경우 과잉 생산 능력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율 증가로 1000ℓ 생산라인에서 1000바이알(병)을 생산하다 2000바이알을 생산하게 되면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진다는 얘기다.

실제 매년 바이오의약품 생산 수율을 높이기 위한 연구가 쏟아지고 있다. 툴젠은 유전자편집 기술을 이용해 단일항체 생산수율을 증가시키는 세포주를 만들어냈다. 이 외에도 고효율 단백질의약품 생산을 위한 세포주 구축 플랫폼 기술개발, 신규 유전자증폭 기반 단백질 의약품 고생산성 동물세포용 발현시스템 개발, 바이오 의약품 고효율 생산을 위한 세포 발현벡터 개발, 지능형 바이오 시스템에 의한 고품질 항체 의약품 생산성 극대화 등이 보고서와 논문으로 발간됐다.

CMO 트랜드가 ‘합성의약품→바이오의약품→유전자-세포치료제’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도 치킨게임 우려를 심화시킨다. 맥킨지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기준 의약품 시장 내 유전자-세포치료 (적응증 기준) 비중은 출시 기준 전체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임상 단계에 있는 유전자-세포치료제 비중은 전체 12%에 달하며 전임상의 경우 16% 정도로 추정된다.

문제는 유전자-세포치료제는 항체의약품처럼 대용량 설비가 필요 없다는 점이다. 세포치료제는 여타 의약품과는 달리 투여가능한 최대 세포수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세포치료제 생산에 사용하는 바이오리액터 용량은 보통 50ℓ, 300ℓ이며 500ℓ가 가장 큰 수준이다. 유전자-세포치료제에선 2만ℓ 규모의 항체의약품 배양시설이 필요 없단 얘기다.

또 유전자-세포치료제로의 변화가 후발 CMO에겐 진입 장벽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미국 캐털란트가 최근 바이럴벡터를 중심으로 유전자-세포치료제 시설에 지속적으로 5억 달러(5580억원) 투자를 단행해 CMO 장벽을 형성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유전자-세포치료제의 상업화를 위해선 DNA 플라스미드, 바이럴 벡터 등 유전형질을 전달하는 유전물질을 생산 기술을 우선 확보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전문인력 확보와 트랙레코드(수주실적)를 쌓지 않으면 CMO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국립대학 교수는 “반도체 선수들끼리 만나면 매번 ‘무어의 제3법칙’을 얘기한다”며 “제3법칙은 반도체 단위가 메가에서 기가 등으로 하나씩 올라갈 때마다 글로벌 메인 플레이어가 2개씩 도산한다는 내용이다. 바이오업계라고 해서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글로벌 CMO 증설 경쟁의 한복판에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의 향후 행보에도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규모 36만4000ℓ로 현재 글로벌 1위 CMO 사업자다. 또 내년 상업생산을 목표로 25만6000ℓ 규모의 4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는 “신성장 산업에 투자가 몰리고 경쟁을 통해 승자가 패자가 구분되는 건 자연스런 현상”이라며 바이오 CMO 치킨게임을 기정사실화했다. 한편 글로벌 CMO 전체 생산용량은 140만ℓ로 파악되고 있다.

김지완 (2pac@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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