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8위 + FA컵 조기 탈락.. 그런데도 낙관론 펼친 부산 페레즈
(베스트 일레븐=성남)
“성남을 놀라게 했다고 생각한다. K리그1(1부) 팀을 상대로 전방 압박을 펼쳤다. 상대는 전반전에 세트피스로 득점했지만, 그 외에는 크게 위험한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우리가 더 많은 장면을 만들었다.”
성남에 패한 부산 아이파크 히카르두 페레즈 감독은 2021 하나은행 FA컵 3라운드(24강)에서 그다지 특별할 것 없던 경기력을 보이고도 선수단에 낙관론을 펼쳐 보였다. 부산은 14일 오후 7시 성남 탄천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전에서 0-1로 패하며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날 부산은 최전방 공격수 안병준을 필두로 드로젝, 김진규, 발렌티노스, 최필수 등 주전급 선수들을 벤치에서 출발시켰다. 수비수 김동우를 제외하고 모두 1997년생 이후 태어난 선수들을 선발로 내보냈다. 미드필더 이래준이 1997년생으로, 김동우를 제하고 나이가 제일 많았다. 수비수 조혜성은 심지어 2003년생이었다.
사실상 2진급 멤버였고, 대다수가 스무 살 안팎의 어린 선수들로 구성한 ‘U-23 부대’였다. 그래도 선발 명단에 박용지, 김현성, 권순형, 이스칸데로프, 김근배 등 경험 많은 K리거와 외국인 선수를 포진한 성남에 당최 경험 면에서 필적하기 힘든 스쿼드를 낸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0-1이라는 결과는 페레즈 감독과 부산에 나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페레즈는 이날 부산 선수들의 경기력에 과한 만족감을 보였다. 그는 “우리가 성남을 놀라게 했다고 생각한다. K리그1 팀을 상대로 전방 압박을 펼쳤다. 상대는 전반에 세트피스로 골을 넣었지만, 그 외에는 크게 위험한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우리가 더 많은 장면을 만들었다. 전술 등 여러 가지로 준비를 많이 했다”라며 무기력하게 패한 부산의 경기력에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성남은 그다지 놀라지 않았고, 오히려 부산을 놀라게 하는 선제골을 전반에 넣으며 리드를 잡아 나갔다.
페레즈 감독은 그것도 모자라 “우리가 더 좋은 경기를 하고 오래 경기를 지배했다고 생각하기에 불공평한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축구다. 결과가 이렇다고 해서 고개를 떨구지는 않을 것이다. 선수들이 만들어 가는 과정에 함께하고 있는지가 중요하기에 긍정적인 효과와 결과인 것 같다. 선수들이 고맙고 자랑스럽다”라고 선수들에게 격한 칭찬을 건넸다.
그러나 현장에서 본 경기력은 페레즈 감독의 말과 달리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려웠다. 여기에 페레즈 감독은 “부산 팬들이 오늘 경기를 보면서 전술적 부분, 투지, 투쟁심, 의지를 느끼셨을 것 같다. K리그1 팀과 경기에서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는 점에서도 기뻐하셨을 것 같다”라고 말했는데, 과연 부산 팬들이 선수단의 경기력에 기뻐했을지는 다소 의문이 든다. K리그1 팀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며 낙관론을 펴는 것도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다. 부산은 불과 작년까지 K리그1에 있었다. 성남과 레벨이 비슷했다. 비록 최하위로 강등 당했지만, 10위 성남과 승점 차는 3점에 불과했다.
어쨌거나 부산은 이날 무기력한 패배로 FA컵에서 조기 탈락했고, 리그에서는 여전히 8위(2승 1무 3패, 승점 7)에 머무르고 있다. 리그는 아직 초반이라 단언하기 어렵지만, 어쨌든 시즌 전 예상과는 달리 하위권 포지션의 한 축으로 내려앉은 모습은 분명 실망스럽다. 이번 시즌 승격 도전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게 한다.
페레즈 감독은 “사실 우린 성남과 달리 경기를 준비하는 시간이 이틀밖에 없었다.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데 72시간 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성남은 하루 전날 경기를 했다. 4장의 교체카드를 사용하기도 했다. 우리는 K리그2 팀이라 3장의 교체밖에 활용하지 못했다. 72시간의 간격을 두고 3경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할 수 없었다”라며 부산에 주어진 환경에 아쉬움을 드러냈는데, 자신들의 경기력에 만족감한다고 한 것 치고는 그 아쉬움이 구구절절했다.
페레즈 감독의 관대함과 달리 부산 팬들은 이날 경기력에 적어도 만족하지는 못했을 것 같다. 어린 선수들로 구성된 스쿼드 치고는 나쁘지 않았다고 자기 위로를 건넬 수 있을지는 몰라도 말이다.
마지막 우승이 1997년으로 무려 사반세기 가까이 지났지만, 그래도 부산은 K리그 역사 전체를 놓고 봤을 때는 전북 현대(8회)-성남 FC(7회)-FC 서울(6회)-포항 스틸러스(5회)에 이은, 수원 삼성(4회)과 리그 우승 횟수 동률로 어깨를 나란히 하는 최다 우승 5위의 명가다. 2015시즌과 2020시즌에 2부리그로 떨어졌어도 오래 걸리지 않아 승격하는 저력을 보인 팀이다.
그런데도 페레즈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에게 축하한다고까지 말을 했는데, 대체 어떤 포인트에서 건네는 축하인지 당최 이해되지 않는다. 이런 식의 경기력과 자기 인식이면 부산 팬들은 속에서 열불이 천불이 나도록 울화가 치미지 않을까. 서울 이랜드, 충남 아산 등 지난 시즌 중위권과 하위권 팀들도 초반부터 대단한 피치를 올리는 시점에서 부산은, 초반이긴 해도 굉장히 너그러운 스탠스와 관대한 운영을 보이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글=임기환 기자(lkh3234@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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