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끝없는 전쟁 끝낼 때"..아프간 철군 공식발표

황준범 2021. 4. 15.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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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전 부시가 아프간전 발표한 트리티룸에서 연설
"5월1일 철군 시작해 9·11 20년까지 완료"
"빈 라덴 제거로 목적 달성..더 있을 이유 불분명"
"내가 아프간전 네번째 대통령..후임자에 안 넘겨"
"철군 뒤에도 아프간에 외교·인도적 지원 계속"
나토 30개 회원국도 성명 내어 철군 계획 밝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각) 백악관 트리티룸에서 오는 9월11일까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을 완전 철수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이 방은 20년 전인 2001년 10월17일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이 이슬람 무장단체 알카에다가 일으킨 9·11 테러에 대응해 아프간 공습을 발표한 장소다. 워싱턴/AP 연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각)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을 9·11 테러 20년을 맞는 오는 9월11일까지 완전 철수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미국과 함께 아프간에 주둔해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몇 달 안에 병력을 완전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2001년 이슬람 무장단체 알카에다가 일으킨 9·11 테러에 대응해 미국이 시작한 아프간 전쟁이 20년 만에 종식을 가시권에 두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트리티룸에서 한 연설에서 “끝없는 전쟁을 끝낼 때가 됐다”며 아프간 철군 계획을 밝혔다. 이 방은 20년 전 9·11 테러 뒤 10월7일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이 아프간에 대한 보복 공습을 발표하며 끝모를 전쟁의 서막을 연 곳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철군을 위한 이상적인 조건을 만들기를 바라고 다른 결과를 기대하면서 아프간 주둔 미군을 연장하거나 증대시키는 순환을 지속할 수 없다”며 “미국의 가장 긴 전쟁을 끝낼 때다. 미군이 집으로 올 때”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철군은 5월1일 시작돼 9월11일까지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5월1일은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아프간의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미군과 나토 국제동맹군을 철수하기로 합의한 날짜다. 애초 약속보다 4개월 늦춰졌지만 반드시 철군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아프간에는 공식적으로 2500명의 미군과 약 7000명의 나토 동맹군이 주둔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이 아프간 주둔 미군을 지휘하는 미국의 네번째 대통령이라면서 “이 책임을 다섯번째 대통령에게 떠넘기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부시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전날 상의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철군 결정의 이유로 “아프간에 들어갔던 목적을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미국을 다시 공격하는 기지로 아프간이 사용되지 못하게 하자는 게 전쟁의 애초 목적이었고,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은 2011년에 미군의 작전으로 제거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10년 전에 빈 라덴에 정의를 실현했는데 그 뒤로도 10년 동안 아프간에 머물렀다”며 “그 이후 아프간에 남아있을 이유가 갈수록 불분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막대한 인명 피해도 철군 이유로 들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 도중 상의 주머니에서 메모를 꺼내 “오늘 현재까지 아프간에서 싸우다 숨진 미군이 2488명”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아프간 전쟁에 지금까지 약 2조달러의 예산을 투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은 아프간 전쟁에서 손을 떼고 미국의 역량을 중국 등 당면한 도전에 집중해야 한다는 외교전략적 측면도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탈레반과 전쟁을 또다시 시작하기보다는 우리의 입지를 결정하고 오늘과 미래에 닥칠 도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갈수록 단호해지는 중국으로부터 우리가 직면한 극심한 경쟁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 의원 시절이던 2001년에는 탈레반이 몇 주 안에 패배할 것이라며 아프간 전쟁 개시에 찬성했다. 그러나 부통령 당선인 시절인 2009년 아프간을 직접 방문한 뒤 회의적으로 바뀌었고, 오바마 정부에서 아프간 미군 증원을 주장하는 국방·안보들과 충돌했다. 오바마 정부에서 아프간 주둔 미군은 오히려 늘어, 한때 9만8000명을 기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고 통수권자가 된 지 석 달도 안 돼 아프간 완전 철군을 선언했다.

미군 철수 계획 발표에 맞춰 이날 나토 30개 회원국도 성명을 내어 5월1일까지 아프간 주둔 병력 철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모든 나토 군대를 5월1일부터 철수하기로 결정했다”며 “몇 달 안에 철군을 마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아프간에 함께 들어갔고, 우리의 태세를 함께 조정했고, 함께 떠나기로 단합했다”고 말했다. 이 발표에 앞서 브뤼셀을 방문 중인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나토 지도부와 아프간 철군에 관해 논의했다.

미국과 나토가 아프간에서 철군하면 아프간에서 탈레반이 득세하면서 불안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은 “(철군 뒤) 군사적으로 아프간에서 계속 관여하지 않겠지만, 우리의 외교적이고 인도적 임무는 계속될 것”이라며 아프간 정부를 계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아프간 국방 및 안보군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며 “파트너들과 함께 거의 30만명의 인력을 훈련하고 장비를 갖추도록 하고 있고, 아프간 국민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사이의 평화협상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탈레반은 우리가 철수하는 동안 공격하면 우리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우리와 우방을 지킬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과 통화하고 개발, 인도, 안보 지원을 포함해 아프간 주민들을 계속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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