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노조 "개인배송 중단" VS 입주민 "공원형 아파트라 차량 통행 안돼" [영상]

김현주 2021. 4. 15.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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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아파트 입주민들이 죄인 취급을 받고 있다. 입주 당시부터 택배차량이 지상을 다닐 수 없다고 알고 있었다"
차량의 지상 출입을 통제한 서울 고덕동 한 아파트에 14일 '택배대란'이 다시 벌어졌다. 5000세대에 육박하는 대규모 단지 입구에는 택배기사들이 쌓아놓은 800여개의 택배들로 가득했다. 연락을 받은 주민은 아파트 입구로 나와 택배를 직접 받아갔다.

해당 아파트는 지난 1일부터 단지 내 지상도로로 차량이 다니지 못하도록 전면 통제했다. 공원형 아파트로 설계돼 택배차량이 지상으로 다니면 단지 내에서 안전사고의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택배노조는 이같은 아파트 입주민대표회의의 통보를 '갑질'로 규정하고 대응에 나섰다. 아파트가 일방적으로 진행한 조치와 요구사항이며 결정 과정에서 택배기사들의 의견은 배제됐다는 것이다. 택배노조는 아파트대표회의에 대화를 요구하며 공문에 대한 답이 없을 경우, 이날부터 개별배송을 중단하겠다는 강수를 뒀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이날 오후 강동구 고덕동 한 아파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주자대표회의의 일방적 결정에 맞서 택배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오늘부터 개인별 배송을 중단하고 아파트 앞 배송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택배노조는 "입주자대표회의의 결정이 택배노동자의 노동시간과 강도를 현격히 높이고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등 모든 걸 택배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택배사와 정부를 향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태완 전국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애초 건설사가 택배를 고려하지 않고 공원형 아파트를 건설했고, 이를 허가한 정부와 지자체는 지난 2018년 법 개정 이전 아파트에 대해선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택배사 역시 뒷짐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입주민대표회의에서 제시하고 있는 저상탑차를 이용한 지하주차장 이용은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김 수석부위원장은 "차량을 저상탑차로 개조하기 위해서 자영업자인 택배기사가 자비로 돈을 들여 수리해야 한다"며 "또 낮은 천장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많은 택배기사가 근골격계 질환 등 고통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는 "나의 가족과 나의 아이들, 나의 안전만 챙길뿐 그 이상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또 택배기사들이 사회적 약자라는 생각 때문에 곧 순응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재안을 마련해야 할 정부와 택배사가 뒷짐을 지고 있다"며 "택배노동조합이 단호히 대처해 대다수 국민이 함께 살기 위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아파트 측에서는 처음부터 공원형 아파트로 지어졌으며 1년 전부터 택배차량의 지상 진입 금지를 알리며 충분한 계도기간을 제공했다는 입장이다.

해당 아파트의 입주민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장명섭(53)씨는 "아파트 입주민들이 죄인 취급을 받고 있다"며 "입주 당시부터 택배차량이 지상을 다닐 수 없다고 알고 있었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실제 택배차량과 자전거가 부딪치는 사고도 있었다"며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을 질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양측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당분간 해당 아파트 주민들의 택배물품이 아파트 앞에 쌓이게 됐다. 지난 1일에도 해당 아파트 후문 입구에 물품 1000여개가 쌓이는 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택배노조는 이날부터 계속해서 아파트 정문에 택배를 적재하겠다는 뜻을 밝혀다.

총 5000세대 규모로 알려진 해당 아파트는 주민 안전 등을 이유로 지난 1일부터 택배차량의 단지 내 지상도로 진입을 막았다.

하지만 해당 아파트 지하 주차장 입구 높이가 2.3m라 진입하지 못하는 택배차량이 있어 논란이 불거졌다. 일반 택배차량의 높이는 2.5~2.7m다. 이 때문에 택배기사들은 단지 안에서는 손수레를 이용해 배송하거나, 사비로 저탑차량으로 바꿔야만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영상=이우주 기자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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