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코로나 확산 억제할 '골든타임' 놓쳤다. 지금이라도 '거리두기' 단계 격상해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이날 0시 기준으로 731명을 기록했다. 엿새 만에 다시 700명대로 올라섰다.
야외 활동과 이동이 많아지는 봄철이어서 감염이 급격하게 확산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대로라면 '더블링(감염자 배수 이상 증가)'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전 국민 대비 2.38%에 불과해 백신 접종에 따른 면역 효과는 아직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방역에 지름길은 없다며 정부가 더는 사태를 지켜만 보지 말고 거리두기를 강화하고 유전자증폭(PCR) 진단검사 횟수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늦으면 늦을수록, 국민이 더 길고 큰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학교와 노래연습장 등에서 신속진단키트를 활용하겠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이른바 '상생방역'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전문가도 있었다.
다음은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 천병철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 김남중 서울대 내과학교실 교수 등 전문가 3명의 상황진단과 제언을 정리한 것이다.
지난주가 골든타임이었는데, 굉장히 위험한 시기를 한번 놓쳤다.
이번 주, 다음 주까지 특별한 방역 조치가 없다면 확진자도 계속 늘어나서 3차 때보다 훨씬 더 많은 2천명대까지 올라갈 것으로 본다.
정부의 '시그널'에 문제가 있다. 현재가 위기 상황이고, 급박한 시기라는 신호를 국민에게 줘야 하는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올리는 거다.
그런데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의견도 달라지는 것 같고, 정부가 거리두기 상향을 주저하고 있어서 국민들에게 '통제 가능한 범위'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점점 통제가 가능한 시기는 지나가고 있고, 이번 주라도 늦지 않았으니, 추가 방역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3차 유행 때 선별진료소를 늘려서 검사를 많이 했던 것처럼, 신속진단검사가 아닌 PCR 기반 진단검사량을 대폭 늘려야 한다.
자가검사 키트는 학교·직장 등 한정적인 조건에서만 사용할 수 있지만, 비용 대비 효과는 떨어지고, 민감도 문제도 너무 크다. 그보다는 선별진료소나 역학조사를 확대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당분간 신규 확진자가 늘어나는 추세가 이어질 것이다. 정부가 거리두기를 강화한 것도 아니고, 기존 수칙을 강조하는 선에서 그쳤는데, 그 효과라도 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릴 것이다.
지금처럼 일교차가 클 때 호흡기 환자는 증가한다. 지역사회에서 소규모 감염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그만큼 감염자들이 많이 돌아다니고 있다는 뜻이다. 언제든지 감염이 확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이미 늦었다. 신규 환자가 500명대였을 때 강하게 거리두기를 해야 했는데 정부는 '계속 두고 보자'는 식이었다. 그러다가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 결국 국민이 고통을 받게 된다.
정부가 '4차 위기 상황'이라고 말만 할 시점이 아니다. 어렵겠지만, 이제라도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쪽으로) 올리자고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방역에 지름길은 없다. 지금 불길을 못 잡으면 더 큰 불과 더 오래 싸워야 한다. 지금 불을 끄는 게 고통이 덜하다.
전체 확진자 수를 감소시킬 것인가, 경제 손실을 최소화할 것인가의 두 가지 전략 중에서 목표를 세우고 대응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대응한다면 환자 수는 당연히 늘어난다.
정부가 환자 수를 조절할 목적이라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상향하거나 방역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
다만 국민들의 가치가 경제 손실을 줄이는 데 있다고 본다면 지금 중환자 숫자가 늘어나는 상황은 아닌 만큼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방역 대책을) 갈 수도 있겠다. 국민들의 가치가 무엇인가가 핵심이다.
오세훈 시장은 '상생 가능한 방역'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지금은 (확진자) 숫자 줄이기가 목적인데 여기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해볼 만한 이슈라고 생각한다.
자가검사키트는 허점이 많지만, 상생 방역을 위한 한 가지 방법으로 고려할 수 있는 방식이다. 목표가 무엇이냐에 따라 (정확도가) 100%가 아니더라도 활용할 수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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