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우리 동네는 지금 재개발 축제" vs "역세권 상가, 결사반대"
용두역·미아역 공공복합개발 환영..상가 지역은 반대, 의견 분분
(서울=뉴스1) 이훈철 기자,박승희 기자 = "손님들이 자꾸 전화 오는데 우리 동네는 지금 축제입니다."
정부가 도심공공주택복합개발사업(공공복합개발)을 진행할 2차 후보지를 발표한 날 사업 대상 후보로 선정된 서울 용두역과 미아역 인근 공인중개소 전화기에 불이 났다.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밀려드는 전화에 반색하며 이같은 지역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일부 지역에서는 정부의 느닷없는 발표에 허를 찔렸다며 허탈한 모습을 보였다. 상가가 밀집된 지역의 경우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며 공공복합개발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위기도 읽혔다.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14일)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방안(2·4 공급대책) 중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의 2차 선도사업 후보지로 서울 강북구 미아역 동·서측, 동대문구 용두역·청량리역 인근 등 13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앞서 발표된 1차 후보지 21곳에 이어 2차 사업 대상지 13곳이 추가되면서 선도사업 후보지는 총 34곳으로 늘어났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OK"…재개발 해제 지역 '환영'
우선 정부의 후보지 발표에 해당 지역들은 반색했다. 그동안 번번이 재개발이 무산됐던 지역일수록 환영의 목소리가 컸다.
서울 동대문구 용두역 인근에 위치한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공공이냐, 민간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찌 됐든 재개발이 된다니까 좋아하는 분위기다"며 "이 지역은 재개발이 추진됐다가 5년 전 해제된 곳이라 다들 울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규모를 보면 1500여가구 정도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용적률을 올려서 초고층으로 들어올 것으로 (주민들이) 다들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미아역 인근 공인중개소도 정부 발표 이후 전화가 밀려들고 있다고 귀띔했다.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손님들한테 전화가 오는데 다들 기뻐서 난리다"며 "혹시나 (집을) 산다고 해도 팔지 말라고 해서 매매나 이런 걸 거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소도 "사람이 못 살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낙후됐던 곳"이라며 "정비가 된다니까 살기 좋아지고 집값도 오를 것을 생각해 축제 분위기다"고 설명했다.
◇"언제 될지도 모르는데…상가 밀집 지역 거센 반발 예상"
공공복합개발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심지어 같은 동네에서도 상가 밀집 지역의 분위기는 달랐다.
미아역 인근 C공인중개소는 "박원순 전 시장이 옥탑방 체험했던 삼양동 일대가 고지대인데 그런 쪽을 완전히 밀어서 개발할 필요성이 있지 사실 (역세권)이쪽은 전혀 생각도 안 했는데 느닷없이 발표해서 완전히 허를 찔렸다"며 "미아역 일대는 도시계획이 입안된 지역이라 도로정비도 잘돼 있고 재개발 얘기도 나오지 않았던 곳"이라고 했다.
미아역 근처에서 오랜 기간 공인중개소를 운영 중인 D씨는 "미아역 서측은 재개발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상가들이 밀집해 있어서 상인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어 "미아역 동측도 상가는 결사반대할 것 같다"며 "공공복합개발이 추진될 경우 상가랑 주민들 간 분란만 조성하는 사업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공공복합개발을 찬성하는 지역에서도 주민들이 공공복합개발사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개발 호재만 따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아역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언제 (개발이 추진)될지도 모르고 어차피 현금 청산되는 곳이라 살 사람도 없는데 사람들이 매물을 팔지 말라고 한다"며 "지금까지 거래가 없기도 했지만 그래도 사려고 덤벼드는 사람이 가끔 있었는데 이제는 그것도 없어지게 생겼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민간 재개발·재건축 추진이 쉽지 않은 지역의 경우 공공이 주도하는 개발사업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공과 민간, 어느 한쪽에 치우쳐서 주택공급을 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 개발 사업 추진이 어려운 곳에 먼저 공공이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런 곳들은 사업성과 주민동의 등 실제 사업추진이 쉽지 않더라도 공공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boazh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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