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이어 현대차·한화도..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동 거나

장하나 2021. 4. 15.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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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인적 분할 추진 공식화..신설 투자회사로 신사업 투자 확대
현대엔지니어링 IPO 추진·한화 경영권 승계에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김영신 기자 = 재계가 해묵은 과제인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그룹이 먼저 SK텔레콤의 인적 분할을 통한 중간 지주사 전환을 공식화한 가운데 현대차그룹과 한화그룹의 지배구조 개편도 가시권에 들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SK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SK, SK텔레콤 중간지주사 전환 추진 공식화

15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그룹 중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먼저 시동을 건 것은 SK그룹이다.

SK텔레콤은 전날 AI&디지털인프라 컴퍼니(SKT 존속회사)와 ICT투자전문회사(SKT 신설회사)로 인적분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SK텔레콤 인적 분할의 핵심은 기업가치 제고다.

업계 안팎에서는 분할 이후 존속회사와 신설회사의 합산 가치는 3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말 기준 SK텔레콤의 시가총액은 22조원이다.

SK텔레콤은 이번 인적 분할로 통신 사업과 신성장 사업을 분리해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인프라 등 혁신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SK그룹은 SK㈜→SK텔레콤→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최 회장은 이달 5일 기준으로 SK㈜ 지분 18.29%를 보유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는 인수합병(M&A)을 하려면 인수 대상 기업의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해 그동안 투자를 확대하는 데에 제약이 있었다.

인적 분할 후에도 SK하이닉스는 여전히 SK㈜의 손자회사지만,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게 될 신설 투자전문회사가 국내외 반도체 관련 회사에 적극 투자하며 기존 키옥시아 투자,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이상의 활발한 투자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설회사인 ICT투자전문회사와 SK㈜와의 합병 가능성이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현대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현대엔지니어링 IPO 추진…정의선 1.2조 실탄 어디에

현대차그룹의 비상장 건설사 현대엔지니어링은 연내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다.

현재 현대엔지니어링의 시가 총액이 7조5천억원 수준으로 추산되는 점을 고려하면 상장 후 기업 가치는 1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 경우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를 보유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1조2천억원의 실탄을 쥘 수 있게 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정 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으로 확보한 현금으로 현대차나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에 나서며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개정된 공정거래법에 따라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려면 올해 안에 정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을 합해 29.99%인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해 20%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는 점도 이 같은 전망에 무게를 더한다.

현대글로비스 역시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이후 기업 가치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도 호재다.

정 회장이 지배구조 정점에 오르려면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현대모비스의 지분 확보가 필수다. 현재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은 0.32%에 불과하다.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 지분도 2.62%다.

이에 따라 현대엔지니어링 상장과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입 등으로 현금을 확보하면 현대모비스나 현대차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영향력을 늘리거나 정 명예회장의 지분 상속을 위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이 2018년 추진했다가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의 반대 등으로 무산됐던 지배구조 개편안을 보완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모비스 전체 기업 가치의 60∼70%를 차지하는 AS 부문을 분할, 상장한 뒤 이를 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시나리오 등이 제기되고 있다.

김승연 한화 회장, 경영 일선 복귀 [한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경영권 승계 앞둔 한화, 에이치솔루션 역할에 관심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7년 만에 경영 일선에 공식 복귀한 한화그룹은 향후 세 아들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동관 50%, 동원·동선 각 25%)를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에너지의 지분 100%를 갖고 있고, 한화에너지는 한화솔루션과 함께 한화종합화학을 지배하고 있어 사실상 또 다른 지주사 형태를 띠고 있다.

현재 한화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으면서 실질적 지주사격인 ㈜한화의 최대 주주는 지분 22.65%를 보유한 김승연 회장이다. 반면 장남인 김동관 사장은 4.44%, 2·3남인 동원·동선씨는 각각 1.67%로 지배력이 약하다.

한화그룹의 경영권 승계에 에이치솔루션이 키를 쥐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에이치솔루션은 작년부터 ㈜한화의 지분을 잇달아 매수해 ㈜한화 지분 보유율을 5.17%까지 늘린 상태다.

재계에서는 한화그룹의 불완전한 지배구조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한화와 한화솔루션이 합병하거나 에이치솔루션이 ㈜한화의 지분을 추가 매입한 뒤 합병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래픽] 한화그룹 주요 지배구조 (서울=연합뉴스) 장예진 기자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7년 만에 경영 일선에 공식적으로 복귀하면서 앞으로 한화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지난해부터 '3세 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다. jin34@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재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주주의 반발을 고려해 신설회사와 SK㈜의 합병 계획이 없다고 밝혔듯 현대차와 한화 등 다른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시장의 공감을 얼마나 얻을 수 있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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