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썰] "아이들 한끼 먹이기 왜 이리 힘들었을까"
유요한 기자 2021. 4. 15. 06:06
급식카드 지원금 50% 인상한 단양 가보니
'거르지 않을 약속'
어디에 살고 있든 밥 거르는 아이 만큼은 없게 하자는 취지로 정한 기획입니다. 전국 곳곳을 돌면서 아이들의 끼니 문제를 살펴보기로 했지만 모든 시·군·구를 한 번에 다룰 수 없기에 우선순위를 정해야 했습니다. 가장 먼저 가보기로 마음먹은 곳은 단양이었습니다. 지난 3월까지 아동급식카드 지원금이 4000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던 곳입니다.
3월 말 단양에서 만난 A군, B군, C양. 3명의 학생은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카드를 2~3년 동안 사용하면서 단 한 번도 식당에 가보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나마 가본 곳은 읍내 패스트푸드점이 유일했습니다. 식당에 가지 않은 이유로는 예상대로 모두 '부족한 금액'을 꼽았습니다. 결국 이들의 발길이 향한 곳은 편의점. 그마저도 4천원짜리 편의점 도시락을 하나 집으면 액수가 딱 맞기에 더 먹고 싶은 걸 구입하지는 못했습니다.
취재 도중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단양군이 4월부터 아동급식카드 지원금을 4천원에서 6천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4월초 다시 만난 학생들은 여전히 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있었습니다. 이유는 카드를 받아주는 식당이 없어서였습니다. 실제 B군과 함께 들어간 3곳의 식당에서 '이게 무슨 카드에요?', '아직 가맹점 등록을 안 해서...' 등의 대답만 들은 채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군청에서 받은 아동급식카드 가맹점 목록을 받았습니다. 가맹점 68곳 중 40곳은 마트·슈퍼·편의점이었습니다. 남은 가맹점 중 패스트푸드·중국집 등을 빼면 학생들이 갈 수 있는 식당은 십여 곳. 학생들의 입맛에 맞을 것 같은 식당은 몇 개 되지 않았습니다. 그 중 학생들과 함께 가장 최근 가맹점 등록을 마친 한 가맹점을 찾았습니다.
가맹점 등록 후 처음 손님을 받아 본 사장님의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았습니다. 사장님은 아이들이 맛있게 음식을 먹는 모습에 흐뭇하면서도 한편으론 '왜 미리 가맹점 신청을 하지 못했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습니다. 사장님은 최근 단양군청에서 가맹점 신청서를 돌리고 있다면서 이웃 식당 사장님들에게 동참의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다양한 음식들을 아이들이 번갈아가면서 먹으면 영양에도 좋고 질리지도 않을 테니까 많은 참여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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