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집단면역' 멀고도 험난.. 수급 불안한테 확보 백신마저 안전문제

이진경 2021. 4. 1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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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얀센은 안전문제.. 모더나 4000만회분은 美에 밀려 '감감'
상반기 1808만8000회분 확보 계획
실제 납품완료 물량 362만회분 그쳐
정부선 접종 속도.. 접종센터 대폭 늘려
하반기 모더나·얀센·노바백스 등
8600만회 계약 불구 수급 안갯속
모더나 "美 제외 공급 한 분기 지연"
부작용 경고에 美 CDC 긴급회의 개최
남아공 접종 중단.. 유럽 도입 연기·포기
바이든 "모더나·화이자 6억회분보유"
얀센·AZ백신 외에도 물량 충분 강조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얀센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중단한 것은 혈전 발생 원인을 조사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오는 1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면역 형성으로 가는 길이 멀고도 험하다. 코로나19 백신 수급은 불안한데, 확보한 백신마저 안전성 등과 관련한 문제가 잇따라 불거지고 있다.

14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상반기 도입이 확정된 백신은 1808만8000회분이다. 이날 국내 들어온 개별 계약 화이자 백신 25만회분을 포함해 도입 완료된 물량은 362만3000회분이고, 1446만5000회분은 공급 예정이다.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화이자 백신 11만700회분이 공급돼 코로나19 치료 의료진 약 6만4000명이 1, 2차 접종을 진행하고 있다.

개별 계약 화이자 백신은 150만회분이 공급됐고, 6월까지 550만회분이 더 들어온다. 700만회분은 만 75세 이상 고령층 약 350만명과 노인시설 입소·종사자 약 16만명 몫이다. 정부는 이들의 접종 속도를 높이기 위해 현재 71개인 예방접종센터를 15일 175개, 29일 264개로 확대하고, 센터 상황에 따라 주말, 공휴일, 야간에도 운영하도록 했다. 지난 1일 접종 시작 후 13일 동안 접종자는 24만1732명에 불과하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총 200만6000회분이 들어왔다. 866만8000회분이 추가로 상반기 공급 예정이다.

요양병원·요양시설 입원·종사자, 1차 대응요원, 병원급 의료기관, 장애인시설 등 취약시설, 장애인 돌봄교사·학교 보건교사 등 134만여명이 아스트라제네카를 접종하고 있다. 65~74세 어르신 494만3000명, 유치원·어린이집, 초등학교(1~2학년) 교사, 의료기관·약국 종사자 등도 2분기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대상자들이다. 희귀혈전증 부작용이 인정된 만 30세 미만 64만명은 접종 대상에서 제외됐다.
상반기 확보 물량으로 1181만6000명이 맞는 셈이다. 화이자 3주, 아스트라제네카 10주 간격인 2차 접종을 고려하면 추가 백신 확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백신 확보 경쟁이 치열해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상반기를 무사히 넘긴다 해도 하반기 백신 도입은 더 불투명하다. 하반기 들어와야 할 백신은 전체 계약분의 88%에 달한다.

얀센 600만회분, 모더나 4000만회분, 노바백스 4000만회분을 공급계약했지만 도입 일정은 안갯속이다. 모더나는 오는 7월까지 미국에 먼저 2억회분을 공급하고 이외 국가에 대한 수출은 한 분기 늦어질 수 있다고 밝힘에 따라 국내 접종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캐나다 등이 먼저 계약해 우리나라는 순서가 뒤로 밀릴 수 있다.
지난 13일 오전 광주 북구예방접종센터(북구국민체육센터)에 오는 15일부터 75세 이상 주민과 노인시설 입소자들에게 접종할 코로나19 화이자 백신이 도착해 보건소와 군 관계자들이 백신이 든 상자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얀센은 안전성 문제가 제기됐다. 일부 연령의 접종 제한이나 전면 사용중단 등 전문가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얀센 백신의 혈전 이상 사례 정보와 미국 보건당국의 조사 결과, 평가 내용 등을 확인한 뒤 추가 조치가 필요할지 검토하기로 했다.

우려가 크지만 정부는 “협의 중이다”는 말만 되뇐다. 백영하 중앙사고수습본부 백신도입총괄팀장은 “얀센, 모더나 등 백신 도입계획은 변경되지 않았고,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확정되는 대로 신속히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제관계고 뭐고 어떤 방법을 쓰든 무조건 백신을 확보해야 한다”며 “최악의 상황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정부가 접종률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국민이 불안을 해소하지 못하는 것은 모두 정부의 책임”이라고 꼬집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워싱턴 AP=연합뉴스
◆‘혈전 논란’ 얀센, 美 이어 유럽 등 줄스톱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14일(현지시간) 백신 자문기구인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 긴급회의를 연다. 존슨앤드존슨(J&J)의 제약 부문 계열사 얀센의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여성 6명이 혈전 증상을 일으켜 그중 1명이 숨진 데 따른 것이다. 미국에선 이미 680만회분의 얀센 백신이 접종된 가운데 세계 각국이 접종 중단을 선언하는 등 파장이 크다.

회의에서는 혈전 증상과 얀센 백신 간 연관성을 살펴보고 얀센 백신의 긴급사용 승인을 계속 허용할지, 승인 대상을 제한할지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미 언론은 전했다. 미 식품의약국(FDA)도 자체 조사를 벌이면서 ACIP의 분석 결과를 검토할 예정이다.

CDC와 FDA의 접종 중단 권고에 따라 뉴욕과 캘리포니아 등 최소 35개주가 얀센 백신 접종을 즉각 중단했다. CDC는 “최근 얀센 백신을 맞은 사람은 발열·기침 등 일반적인 코로나19 증상과 다른 증세가 나타나는지 유심히 살펴보라”고 권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나는 우리에게 얀센이나 아스트라제네카(AZ)가 아닌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6억회분이 있다는 걸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물량을 이미 충분히 확보한 만큼 부작용 논란이 큰 얀센이나 AZ 백신은 사용하지 않으면 그만이란 뜻이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의 자회사 얀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접종 중단 권고가 내려지자 일리노이주 엘진의 '엘진 이스트사이드 레크리에이션 센터'에 마련된 대규모 백신 접종소가 문을 닫은 채 입구에 폐쇄 알림판이 세워져 있다. 엘진 AP=연합뉴스
미국의 접종 중단 조치 이후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얀센 백신 접종을 중지시켰다. 얀센 백신 사용을 승인했지만 아직 백신을 제공받지 못한 캐나다는 J&J 측에 혈전 사례와 관련한 정확한 정보 제공을 요구했다. 얀센 백신은 이달 말부터 캐나다로 배송될 예정이다. 호주는 얀센 백신을 구매하지 않기로 했다.
J&J는 올해 유럽 지역에 최소 2억회분의 백신을 공급하기로 했으나 유럽 각국도 도입을 늦추거나 포기할 조짐이다. 결국 J&J는 성명을 내고 “유럽에서 우리 백신의 출시를 선제적으로 연기한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영국은 아직 백신 사용을 승인하지 않았지만 일단 3000만회분을 주문한 상태다.
혈전 부작용이 우려되는 아스트라제네카(왼쪽)와 얀센의 코로나19 백신.
◆백신 혈전 발생은 ‘아데노바이러스’ 탓?

아스트라제네카(AZ)와 존슨앤드존슨(J&J) 얀센의 코로나19 백신은 화이자와 모더나의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과 달리 ‘바이러스 매개체 백신’이란 공통점이 있다. 두 백신 개발에 쓰인 ‘아데노바이러스’가 혈전 부작용을 일으킨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13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AZ와 얀센 백신은 코로나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면역 체계가 인식하도록 훈련시키기 위해 감기 바이러스인 아데노바이러스를 체내에서 스파이크 단백질 유전자를 운반하는 데 사용한다. 아데노바이러스를 코로나 항원 전달체로 쓰는 것이다. AZ는 침팬지, 얀센은 인간의 아데노바이러스를 인체에 무해하도록 변형해 썼다.

AZ 백신의 경우 면역 체계가 백신에 이상 반응을 보이며 혈소판을 공격하는 항체를 형성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노르웨이와 독일의 연구진은 혈전 부작용이 나타난 AZ 백신 접종자들 혈액에서 혈소판을 공격하는 항체를 발견했다. 이 두 연구 결과는 최근 의과학 저널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실렸다.

면역학 전문가인 엘리노어 라일리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는 AFP통신에 “아직까지는 특정 코로나19 백신, 혈소판 이상, 혈전 사이의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이런 희귀 사례가 AZ와 얀센 백신의 아데노바이러스 성분에 의해 유발될 수 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V와 중국 칸시노 바이오로직스의 코로나19 백신도 아데노바이러스를 사용한 바이러스 매개체 백신이지만 혈전 부작용 사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진경·박유빈·정필재 기자,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박진영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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