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금태섭 16일 회동.. 타이밍 재는 윤석열 '밑자락 깔기' 나서나

이현미 2021. 4. 1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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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제3지대 개편' 움직임 주목
금 "국민의힘 중심 통합 방식 아닌
새로운 인물과 세력 나서야" 강조
김종인 "국민의힘 아사리판" 비판
중도·개혁 가치에 무게 실은 행보
野, 김 전 위원장 재추대론 관측도
윤석열, 다양한 전문가 접촉 정중동
한자리에 모인 초선 의원들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초선 의원 전체모임에서 당내 현안 문제를 논의하기에 앞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제3지대 신당 창당 의사를 밝힌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이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이번 주 내 회동한다. 향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치적 행보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김 전 위원장이 야권 정계개편을 염두에 둔 정치 행보를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금 전 의원은 14일 통화에서 “김 전 위원장과 오는 16일 만나기로 했다”며 “가끔 통화하고 만나는 사이”라고 밝혔다.

금 전 의원은 신당 창당과 관련해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국민의당과 통합하는 방식은 제가 생각하는 야권개편과 달라서 새로운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방향을 말씀드린 것”이라며 “새로운 인물과 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가에선 김 전 위원장이 향후 야권 정계개편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김 전 위원장과 가까운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김 전 위원장이 야권재편 때 역할을 할 것은 당연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특히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이 정치권에 진입하기 위한 판을 마련해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국민의힘을 떠난 김 전 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국민의힘은 아사리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제3지대에 있는 금 전 의원과 회동을 추진했다. 중도·개혁적 가치에 무게를 실은 행보다. 이러한 움직임을 통해 국민의힘 내 중도·개혁 목소리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연합뉴스
야권주자 지지율 1위인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가 구성된 이후 정치권에 등판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3일 JTBC와 통화에서 “내가 어떻게 할지 정리가 돼야 (정치권 인사를) 만날 수 있지 않겠느냐. 특히 여야 모두 당내 개혁이나 구조 변화를 모색하는 상황 아니냐”고 말했다. 또 “내가 정치권 인사와 만나게 되면 밥만 먹고 헤어질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4·7 재보선 이후 여야 지도부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밝힌 것이다.
국민의힘은 4·7 재보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제1야당 플랫폼’이 가진 경쟁력을 입증했다. 윤 전 총장이 함께할 명분도 커졌다. 하지만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가 강성 보수로 구성되거나 당내 권력다툼이 격화돼 내분에 휩싸이면, 윤 전 총장이 함께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윤 전 총장이 제3지대에서 야권재편을 도모할 가능성이 있다. 금 전 의원 등이 이미 그러한 공간을 마련하고 있는 셈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9일 서울 광화문 개인사무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들어가든, 제3지대에 있든 ‘킹메이커’로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28년 검사’ 외길을 걸어온 윤 전 총장에게는 경제, 외교, 교육 등 국정 전반에 대해 현실 정치 상황을 고려해 도움을 줄 멘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국민의힘에는 쇄신파를 중심으로 ‘김종인 재추대론’이 여전하다. 현재 유력 대선주자가 없는 국민의힘이 차기 지도부를 구성한 이후 자중지란에 빠질 경우, 김 전 위원장 재추대론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 전 위원장이 다시 국민의힘에 들어가 윤 전 총장이 들어올 명분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의 관측이 분분한 가운데 윤 전 총장은 당분간 다양한 분야 원로와 전문가들을 만날 전망이다. 지난달 ‘101세 철학자’인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를 만난 데 이어 지난 11일에는 노동문제 전문가인 정승국 중앙승가대 교수를 만났다. 사실상 대권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과 중진 의원들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양석 사무총장, 정진석, 박진 의원, 주 권한대행, 권영세, 이명수, 서병수 의원. 연합뉴스
◆‘힘의 공백’ 국민의힘… 당권 신경전 치열

차기 지도부 선출을 앞둔 국민의힘이 일대 혼돈에 빠졌다. 국민의당과 합당 논의가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진들 간 당권을 둘러싼 날카로운 신경전이 벌어졌다. 당 의석의 과반을 차지하는 초선 의원들도 ‘세대교체’란 기치를 내걸고 지도부 입성에 도전할 예정이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을 떠난 뒤 ‘힘의 공백’ 상태가 지속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과 당내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14일 연석회의를 열었다. 중진들이 모인 건 4·7 재보궐선거 이후 처음이다. 중진들은 모두발언에서 일제히 ‘야권 통합’의 필요성을 촉구했다. 현 비대위를 중심으로 ‘선(先) 전당대회론’이 힘을 얻고 있는 데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5선 서병수 의원은 “선거 때 약속한 국민의당과 합당은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4선 박진 의원도 “야권 통합 없이 정권 교체가 될 수 없다는 게 국민의 생각이고 당의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주 권한대행은 국민의당과 합당 논의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뒤 내분 양상이 전개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권 도전을 준비 중인 홍문표 의원은 경쟁자로 꼽히는 주 권한대행과 정진석 의원이 단일화를 추진한다는 언론 보도를 언급하면서 “담합한다는 게 사실이냐. 구태의연하게 ‘나눠먹기식 정치’를 해서 되겠나”라고 쏘아붙였다. 이에 주 권한대행은 “그런 일 없으니 우려하지 말라”고 해명했고, 정 의원은 “근거 없는 얘기 하지 말라”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권한대행의 조기 사퇴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또 다른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조경태 의원이 “빨리 결정하라”며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초선 의원 모임이 열리고 있다. 이날 모임에서 초선 의원들은 당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뉴스1
초선 의원들도 이날 오후 총회를 열고 지도부 선출 문제 등을 논의했다. 김웅 의원이 이 자리에서 처음 당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화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정식 출마를 선언하기 전에 동료 의원들에게 출마의사를 먼저 밝힌 것이다. 김미애·박수영·이영·황보승희 의원 등은 최고위원직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선 지도체제 개편을 놓고도 이견이 나오고 있다. 당 대표가 전권을 행사하는 현행 지도체제 유지와 최고위원들에게 권한이 분산되는 집단 지도체제로의 전환이 그것이다. 특히 유승민 전 의원이 집단 지도체제를 적극 강조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오는 16일 의원총회, 19일 시도당위원장 회의를 잇달아 열고 합당과 전당대회 등에 대한 여론을 수렴할 방침이다. 한편 재보선 당일 개표 행사에서 당직자를 폭행한 일로 물의를 빚은 송언석 의원(전 비대위원장 비서실장)이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했다.

이현미·김주영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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