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버허버' '오조오억' 인터넷 신조어..상처많은 이대남은 남혐으로 봤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쓰이는 신조어가 ‘남성 혐오’의 의미를 담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달 18일 NC다이노스 공식 유튜브 채널의 한 영상에는 ‘오조오억’이라는 단어가 남성 혐오 표현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동원참치 CF를 따라 만든 해당 패러디 영상에 삽입된 ‘콘텐츠 레시피 오조오억개’라는 자막이 남성을 비하하는 단어라는 주장이다.
해당 영상에 댓글을 단 한 작성자는 "‘오조오억’이라는 표현은 남성의 정자가 오조오억개라는 뜻으로 성을 희화화하는 표현"이라고 항의했다.
‘오조오억’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24일 하하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10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달성하자 ‘실버버튼’을 받는 영상을 게시했다. ‘오조오억년만에 온 실버버튼’이라는 자막이 문제가 됐다. 항의가 잇따르자 현재 해당 영상은 삭제된 상태다.
‘남성 혐오 표현’ 논란은 꾸준히 제기돼 온 문제다. ‘오조오억’ 이전엔 ‘허버허버’라는 단어가 대표적인 남성 혐오 단어로 꼽힌다.여성 커뮤니티에서 급하게 음식을 먹는다는 표현으로 사용된 ‘허버허버’가 남성을 비하할 때 주로 서술됐다는 주장이다.
구독자 수가 99만명에 이르렀던 유튜버 ‘고기남자’는 음식을 먹는 영상에 ‘허버허버’라는 자막을 삽입해 일부 사람들에게 비판을 받았다. 이후 해당 유튜버는 "허버허버라는 단어의 유래를 모르고 자막에 넣은 점 죄송하다"는 사과문을 게시했다.
카카오 역시 ‘허버허버’ 사용으로 문제가 제기됐다. 카카오는 지난달 15일 ‘허버허버’가 쓰인 카카오톡 이모티콘 3종 판매를 중단하고 "해당 작품의 작가로부터 그런 의도가 아닌 것을 확인했지만 언어의 시대상을 반영하여 판매 종료를 결정하게 됐다"며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사과문을 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투 운동과 젠더 이슈가 터지면서 남성들도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특히 젊은 남성층은 기성세대에 비해 누리고 있는 특권이 없는데 가해자, 피해자 프레임에 갇히는데 대한 저항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 교수는 "혐오 표현은 보편적으로 극복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계층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남성 혐오 표현 논란이 일부 남성 커뮤니티 사용자들 사이에서만 불거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오조오억이 왜 남혐(남성 혐오) 용어인거냐’, ‘오조오억은 남혐 사이트에서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유래가 남혐도 아니지 않느냐’ 등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실제 2030 남성들 사이에선 ‘허버허버’와 ‘오조오억’라는 단어에 대해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대학생 도모(27)씨는 "해당 남성 혐오 표현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고 답했지만 "성평등은 물론 중요하지만 실제로 시행되는 정부 정책을 보고 있으면 황당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남성 혐오 표현은 잘 모르겠지만 사회적 박탈감이 느껴질 때는 있다는 얘기다.
중견기업에서 일하는 홍모(26)씨는 "인터넷 용어 논란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면서도 "최근에 문제가 된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성인지 교육’ 영상 같은 경우엔 주변에서도 불만을 많이 표시한다. ‘앞으로 소개팅할 때 경찰서 가서 범죄 기록 조회하고 증명서라도 떼와야 하는 거 아니냐’는 등의 푸념이 나온다"고 말했다.
실제 20대 남성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4·7 보궐선거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 출구조사 결과 20대 남성의 72.5%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 성향이 강한 60세 이상 남성(70.2%)보다 높은 수치다. 문재인 정부가 여성주의 기조를 이어가자, 현 정부를 지지했던 20대 남성들이 국민의힘으로 몰표를 던진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20대 남성의 경우 특히 ‘우리도 힘든데 페미니즘만 얘기하면 어떡하느냐’는 태도와 ‘남녀는 이미 동등하다’는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다"며 "이전 세대의 남성들과는 다르게 개인주의가 더 강화된 세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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