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신고제, 임차인 보호 기대..과세 활용 가능성은 우려"
"추가 과세·표준임대료 도입 수순?"..국토부 "추가규제 도입 검토 안해"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홍국기 기자 = 전문가들은 6월 '전월세신고제'가 본격 시행되면 임대차 시장이 투명해지고 임차인 보호 기능이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좋은 취지의 제도이지만, 규제는 규제인 만큼 시행 초기 전월세 시장에서 공급이 다소 위축되거나 일부 혼선이 발생하는 등 영향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특히, 정부의 부인에도 전월세신고제를 통해 구축된 부동산 거래 정보가 과세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이 경우 임대차 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전월세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됐다.
"임차인 보호·전월세시장 투명성 제고 기대"…초기 일부 혼선은 우려
15일 정부가 전월세신고제 도입을 위한 관련 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자 전문가들은 "이미 예고됐던 수순"이라며 "임대차 3법이 완성된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임대차 시장을 투명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과제로, 임차인 보호와 정보의 비대칭성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제도 수립 과정에서 계약 신고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인지 등 작은 부분에서부터 다소 혼란이 있었지만, 임대인·임차인 누구나 신고가 가능하고 공인중개사 등에게 위임할 수 있도록 정리했다.
또 신고 대상을 아파트·연립·다세대 등 주택뿐 아니라 오피스텔, 고시원 등 준주택과 공장, 상가 내 주택 등 비주택으로 확대해 신고에 빈틈이 없도록 했다. 주민센터를 방문해 직접 신고하는 것뿐 아니라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신고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등 제도 시행 준비를 마무리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법 시행에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지역별로 정확한 전월세 정보가 구축되기 때문에 정부가 주거복지 등 정책을 수립하는 데 정확한 근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 역시 "전월세 실거래가격이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에 임차인은 적정가격으로 계약을 할 수 있고, 임대인의 탈세나 임대료 폭등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전월세 시장의 동향과 추이를 빠르게 파악하고 정책 수립에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장의 투명성이 강화되고 거래 질서가 바로 잡히는 순기능이 있지만, 사실 시장에서 보면 규제가 하나씩 둘씩 늘어나는 것"이라며 "사적 자치 원칙에 의해 이뤄지는 사적 계약까지도 모두 정부가 들여다본다는 측면에서 보면 장점만 얘기할 순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심교언 교수도 "제도 장점에도. 시장에서는 이것 역시 새로운 규제로 받아들여 전월세 공급이 다소 위축되는 등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신고제가 도입되면 세입자에게 이중계약서를 쓰자고 하고 비싸게 계약한 뒤 낮은 가격에 신고해 세입자를 불안하게 하는 등의 행태가 사라질 것"이라며 "신고제를 통해 지역별 거래 건수와 금액이 노출되면 임대차 시장의 구조를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임대차 시장에 대한 통계적 접근과 운영, 관리 대응이 가능해진다는 게 가장 중요한 정책적 효과다"라고 말했다.
반면,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제도 도입에 따른 순기능을 기대하면서도 "임대차 거래 전수 신고는 처음 도입되는 것이라 초반에 혼선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매매와 달리 임대차 계약은 순수 전세와 월세 말고도 보증금과 월세를 함께 내는 형태의 보증부월세(반전세)나 보증금에서 월세를 매달 제하는 형식의 이른바 '깔세' 등 다양한 유형이 산재해 있어 신고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보증금이 낮은 수준이거나 소액의 월세나 자영업 세입자(소득공제 불필요)를 대상으로 한 소득세 탈루 목적의 하향 부정 신고도 일부 있을 수 있다고 예상하는 전문가도 있었다.
또 매물 부족으로 임대료 상승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서는 세금 부담을 세입자에게 일부 전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추가 과세나 표준임대료 도입에 활용 가능성 우려"
국토교통부는 이날 전월세신고제 시행 관련 보도자료 뒤편 질의응답(Q&A) 란에 "임대차 신고제 정보를 과세 자료로 활용코자 하는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는 전월세 신고 정보가 과세 근거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심교언 교수는 "사실 시장에서 우려하는 건 정부가 전월세신고제를 통해 새로운 세원을 파악해 나중에 세금을 추가로 부과할 가능성"이라며 "정부가 거래 정보를 국세청 정보와 취합해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 교수는 "정부가 지금은 아니라고 하지만, 머잖은 미래에 이를 바탕으로 실제 증세에 나설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전월세 공급이 줄고 서민은 더 힘들어지는 상황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권대중 교수 역시 "정부가 이 제도를 임차인 보호를 위한 수단으로만 쓰면 좋을 텐데, 전셋값이 크게 오르고 전월세 시장이 혼란스러울 경우 과세 카드를 고민하지 않겠나. 정부가 이걸로 또 다른 무엇인가를 하려 한다면 부작용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도 "정부는 과세와 무관하다고 하지만, 궁극적으로 투명 과제 때문에 도입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며 "결국 임차인에게만 좋은 제도인데, 민간 임대 물량이 감소할 경우를 대비해 공공개발·공공임대가 뒷받침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전월세신고제가 지난해 여당 일각에서 도입을 주장했던 '표준임대료' 논의와 연계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심교언 교수는 "전월세신고제를 통해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국가가 임대료를 일정 수준으로 묶는 '표준임대료' 도입을 추진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전월세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공급이 급감해 매물 잠김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토부는 이날 Q&A 자료에서 전월세신고제 도입이 표준임대료 등 임대료 규제를 위한 준비 작업이 아니며 도입을 검토한 바 없다고 했다.
임대차 3법이 한 번에 함께 시행되지 못하고 시차를 두고 시행되는 것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함영진 랩장은 "실거래가 신고 정착을 통한 지역별, 상품별, 가액별 통계가 나오면 이를 활용해 임대료 규제와 제도를 운용하는 게 더 실효성이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이미 임대차 3법이 시행된 만큼 앞으로 제도 운용의 묘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임대차 2법 시행 후 신규·갱신계약 간 가격 격차가 벌어져 시장의 혼선이 있는 만큼 실거래가 공개 시 신규·갱신 여부를 구분해 공개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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