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도 없는 도로 개설?..전 고위 공무원 딸 땅값 4배 '껑충'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경남 진주역과 진주시농업기술센터 지역을 잇는 도롭니다.
2012년 국토지리정보원이 공공 측량을 진행한 뒤 도로 건설 계획이 세워졌고, 2014년 도로 건설의 기초가 되는 설계도가 나왔습니다.
당시 도로를 만들기 위해 '토지 보상'을 담당했던 진주시 전 건설과장 B 씨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이런 정황을 봤을 때 전 도시건설국장이 가족 명의의 땅값을 올리기 위해 '끼워 넣기' 형식으로 도로를 만들었다고 의심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남 진주역과 진주시농업기술센터 지역을 잇는 도롭니다.
2012년 국토지리정보원이 공공 측량을 진행한 뒤 도로 건설 계획이 세워졌고, 2014년 도로 건설의 기초가 되는 설계도가 나왔습니다.
■ 설계도에 없는 도로 짓기 위해 23필지 보상 드러나
도로의 길이는 약 1km, 도로가 만들어질 땅의 소유자에게는 땅의 용도와 면적에 따라 보상도 이뤄졌습니다. 이렇게 매입한 땅은 모두 36필지, 하지만 이 가운데 23필지는 도로 설계도에 없었던 부분이었습니다.
진주시의회 도시환경위원회 소속 류재수 의원은 '진주시가 도로와 전혀 상관없는 땅을 사들여 도로를 닦아 줬다'며 부당하게 보상한 땅은 진주시 옥산리 일대 23필지, 보상액은 2억 원이 넘었다고 밝혔습니다.
■ 문제가 된 도로 따라가니 마주한 '황량한 터'…7년 만에 4배 가까이 올라
류 의원이 문제를 제기한 도로를 가봤습니다.
20여 m를 걸어 올라가니 2,900여㎡ 규모의 너른 터가 나왔습니다. 이 땅의 주인은 2012년부터 2016년 말까지 5년 동안 진주시 도시건설국장을 지낸 뒤 퇴직한 전 공무원 A씨의 딸.
2013년 1억 2천만 원에 산 땅에는 차광막이 덮인 철제구조물 4동과 나뒹구는 나무만 있을 뿐, 농사 흔적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취재하기 하루 전 비가 내렸지만, 꼭 필요한 나무를 옮겨둔 흔적도 볼 수 없었고, 철제구조물 4동 안에는 잡초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이 땅으로 통하는 길이 없어 '맹지'였던 이 땅은 2015년 도로가 생기면서 지난해 4억 7천만 원에 팔렸습니다. 7년 만에 4배 가까이 가격이 치솟은 겁니다.
■보상 담당자는 '몰랐다', 의혹 당사자도 '우연이다, 억울하다'
당시 도로를 만들기 위해 '토지 보상'을 담당했던 진주시 전 건설과장 B 씨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B 씨는 "도시 건설국 안에는 5~6개 과가 있고, 해당과 안에도 여러 팀이 있어 모든 사업을 파악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라면서 설계안에 없던 도로가 생긴 이유를 묻자 "과장, 국장, 부시장, 시장 등 결재 체계에 따라 결재만 한 것"뿐이라고 답했습니다. 직속 상사였던 국장의 지시나 억압 또한 있을 수 없는 구조라고 적극적으로 해명했습니다.
의혹을 받고 있는 당사자, 전 도시건설국장 A 씨에게도 해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A 씨는 국장을 맡게 된 2012년보다 5년 앞선 2007년부터 도로 주변 땅에 대한 보상이 이뤄졌고, 본인은 보상 여부를 알지 못 한 채 땅을 샀다고 해명했습니다.
A 씨는 땅을 산 2013년쯤 딸이 결혼했고, 딸에게 '뭐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에 해당 땅을 본인이 아닌 딸의 이름으로 샀다고 말했습니다. 버섯 재배는 2019년 땅을 놀릴 수 없어 해보려 계획한 거라며 그냥 '던져둔 땅'이었는데 '시간이 딱딱 맞아 들어가게' 도로가 생기고 땅값이 올랐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2019년 10월부터 1년 3개월 동안 수사를 받은 뒤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안인데 또다시 의혹을 제기했다며 억울하다고 호소했습니다.
■ 당시 관련 업무 담당 팀장 등 3명 검찰 고발…투기 의혹 밝혀질까
류재수 시의원은 애초 계획과 다른 도로를 만들려면, 기존 도로를 만들고 남은 예산을 사용할 수 없고, 의회 예산 심의를 거쳐야 하지만 이런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정황을 봤을 때 전 도시건설국장이 가족 명의의 땅값을 올리기 위해 '끼워 넣기' 형식으로 도로를 만들었다고 의심할 수 있다는 겁니다.
류 의원은 당시 보상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과장과 팀장, 실무자 등 3명을 직권남용과 업무상 배임, 부패방지법 위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세금으로 땅을 보상했지만, 확인조차 하지 않고 승인한 전 건설과장, 2007년부터 도로 주변 땅 보상이 이뤄졌지만, 그 사실을 모른 채 주변 맹지를 사들였다는 전 도시건설국장.
미심쩍은 부분들, 이번에는 해소할 수 있을까요.
김효경 기자 (tellme@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 “안 처먹네”·“굶겨봐”…결심공판서 드러난 정인이 양부모의 ‘일상적 학대’
- 5g만 팔에 붙여도 '힘이 번쩍'..부착형 '근육옷감' 개발
- "아들의 한 풀었습니다"..'가짜 검사 김민수' 결국 잡았다
- 수명 다 한 전기 배터리, 이륜차 거는 "안 받아요?"
- 강남 야산에 피 묻은 마네킹, “산 사 달라” 1인 시위
- [사건후] 내연 관계 여성 폭행·협박에 주거침입…법원 판단은?
- 미얀마 여성들이 ‘화분’들고 거리에 나선 이유는?
- 국내 자가검사키트, 수출만 하고 자국민 사용은 외면?
- “준프로 골퍼예요. 믿어도 됩니다”…골프채 허위 중고판매 20대 검거
- 다시 쌓인 '택배 상자탑' .."아파트와 합의 불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