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귀한 음식 생태탕, "이래서 먹는구나"

한겨레 2021. 4. 15.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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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늘 변하기 마련이다.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식당 중 하나가 생태탕 집이었다.

그 옛날 '생태탕 골목'도 사라진 지 오래다.

요즘 들어 '제대로 생태탕을 먹어본 적이 있었나'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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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 백문영의 먹고 마시고 사랑하기]

한강생태의 생태탕. 사진 백문영

세상은 늘 변하기 마련이다. 세월이 흘러가면서 과거에 흔히 무시당하던 것이 귀하게 대접받는 경우도 생긴다. 식재료 계에서도 예외는 없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그물만 던지면 잡혔다는 명태, 생태, 그리고 지금에서야 한여름 보양 생선으로 추앙 받는 민어 같은 생선이 그렇다.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식당 중 하나가 생태탕 집이었다. 좁디 좁은 드럼통 테이블에 부글부글 끓어 넘치는 빨간 국물을 하나씩 끼고 앉아 있을 때는 직업도, 계급과 나이에도 경계가 없었다. 하루 치의 피로에 찌든 직장인, 주머니 가벼운 학생, 건설 노동자 모두가 그저 술친구이자 함께 살아가는 인생 동료였을 테다.

하지만 그 흔한 생태도 이제는 귀하신 몸이다. 우리나라 영해에서는 포획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다. 그 옛날 ‘생태탕 골목’도 사라진 지 오래다. 대구나 동태 같이 비슷하면서도 접근하기 쉬운 생선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요즘 들어 ‘제대로 생태탕을 먹어본 적이 있었나’ 생각이 들었다. 굳이 찾아다니면서 먹을 만한 음식 종류도 아니었거니와 생태탕을 파는 음식점을 본 적조차 없는 듯 낯설었다. 최근 생태탕 시국을 핑계 삼아 ‘제대로 하는 집에서 먹어보자’는 결심이 들었다. 주변 지인을 통해 찾은 식당은 삼각지의 ‘한강집’과 마포 ‘진미생태’였다. ‘한강집이 낫다, 진미생태가 국물이 더 진하다’ 설왕설래가 많았지만 최종적으로 선택한 곳은 삼각지 ‘한강집’이다. 상호를 들어본 경험이 있었고, 아저씨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는 이야기에 확신이 섰다.

저녁 6시도 되지 않은 시간이었는데도 매장 앞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대기 줄이 늘어져 있었다. 편하게 소주 한 잔 마시기에는 아무래도 눈치가 보이는 상황, 생태탕 2인분을 포장 주문한 뒤 집으로 친구를 불러들였다. 생태탕 2인분에는 큼지막한 생태가 4조각, 얇게 썬 무우, 단단한 두부와 대파가 가득 들어 있었다. 생태가 잠길 정도로 자작하게 육수를 부어 한소끔 끓였다. 알싸하고 구수하고 비릿한 향이 온 집안에 맴돌았다. ‘국물 향만으로도 소주 반 병은 먹겠다’ 싶은 생각이 들 무렵 육수를 마저 붓고 다시 끓였다. 떠먹어 본 국물 맛은 상상했던 그대로였다. 생선 매운탕 국물 특유의 시원하고 알싸한 맛, 칼칼하고 뜨거운 육수가 목구멍을 타고 내려갈 때마다 느껴지는 짜릿함까지 완벽했다. 단단한 생태 살은 오히려 아무런 맛이 나지 않았다. 비린 맛도, 짜거나 쌉싸래한 맛도 나지 않았다. 그저 생선살 그대로의 맛이라 국물과 함께 떠먹었을 때 빛을 발했다. ‘이래서 생태탕을 먹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흔하고 평범하다고 여겨 소중히 다루지 않았던 것들이 많다. 친근하고 흔한 것들이 곁에서 사라졌을 때 느끼는 상실감은 굉장하다. 평범하다고, 익숙하다고 해서 그 가치가 빛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백문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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