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집단감염 사과했던 법무부..재소자들엔 "과밀수용 소송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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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교정시설 내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본격화한 올해 초, 교도소 내 방송을 통해 재소자들에게 '과밀수용과 관련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응하지 말라'고 종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포항교도소 관계자는 "과밀수용 문제로 배상을 받을 수 있다며 외부에서 우편으로 재소자들에게 소송 위임장을 요구한 사례가 있어서 주의해 달라는 방송을 한 적이 있다"며 "교정본부에서 '소송 사기'로 개인정보 유출 등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시켜 달라는 지침이 내려와 방송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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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청주교도소 재소자들 증언
교정본부 "소송 사기 막으려고"
법무부가 교정시설 내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본격화한 올해 초, 교도소 내 방송을 통해 재소자들에게 ‘과밀수용과 관련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응하지 말라’고 종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집단감염의 원인으로 지목된 과밀수용을 해소하겠다고 한 법무부가 뒤로는 재소자를 압박해 문제 제기를 못 하도록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의 교정시설은 지난 1월 전후 “과밀수용 문제에 대한 소송을 위임해 달라는 외부인 요구에 응하면 안 된다”는 내용의 교도소 내 방송을 했다. 방송에는 “과밀수용 소송 대부분은 취하되거나 기각 판결을 받았다”는 정보도 담겼다. 서울동부구치소를 중심으로 전국 교정시설 관련 확진자가 1200명을 넘어섰고, 확진판정을 받은 동부구치소 수용자 4명이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던 시기와 겹친다.
경북 포항교도소에 수용 중인 재소자 이아무개씨는 지인에게 편지를 보내 “(교도소에서) 과밀수용문제로 변호사(가) 소송(을) 해준다고 위임장을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한데, 해주면 안 된다고 지속해서 방송을 한다”며 “과밀수용이 잘못됐다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충북 청주교도소 재소자 윤아무개씨도 지인 앞으로 보낸 편지에서 “대법원에서 (과밀수용) 판결이 나오지 않아 소송해도 이길 수 없다는 방송을 여러 번 들었다”며 “대부분의 사람들(재소자들)은 소송을 제기하면 불이익을 받을까 봐 눈치를 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재소자들은 감염 확산으로 과밀수용이 문제가 된 시기에 “집단 소송을 막기 위한 압력”이라고 입을 모았다.
교도관과 면담 과정에서 관련 소송을 하지 말라는 직접적인 압력을 받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교정시설 내 집단감염이 확산하던 지난해 말 포항교도소에서 출소한 김아무개씨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교도관에게 과밀수용 문제를 제기하면서 소송 관련 이야기를 꺼냈는데, ‘소송을 하면 (교도소 생활이) 불편해질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교도관의 평가가 가석방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엄청난 압박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해당 방송이 소송 대리 사기를 막기 위한 조처였다는 입장이다. 포항교도소 관계자는 “과밀수용 문제로 배상을 받을 수 있다며 외부에서 우편으로 재소자들에게 소송 위임장을 요구한 사례가 있어서 주의해 달라는 방송을 한 적이 있다”며 “교정본부에서 ‘소송 사기’로 개인정보 유출 등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시켜 달라는 지침이 내려와 방송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 교정본부도 “피해를 막기 위한 안내이지, 소송을 막기 위한 의도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재소자들이 문제 삼는 과밀수용은 코로나19로 전국 교정시설 내 감염이 확산했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법무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국 교정시설 1일 평균 수용인원은 5만3873명으로 수용정원인 4만8600명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수용률이 110%에 이른다.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동부구치소의 경우에도 지난해 12월 기준 수용인원은 2410여명으로 수용정원인 2070명을 크게 웃돌았다.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과밀수용 문제가 도마에 오르자 법무부는 중·장기적 대책의 하나로 ‘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을 제정하고, 재소자 1명당 수용 면적을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런 대책들은 비용 문제에 가로막혀 전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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