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취업 늘었다고요?..취준생은 체감 못하겠는데요

신다은 2021. 4. 15.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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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취업자 수 31만4천명 늘어
코로나 사태 이후 첫 증가 전환
청년층 고용률 개선폭도 컸지만..
단순 노무직 증가율 11%로 최고
기업채용 한파..사무직 고작 1.6%↑
도·소매업 취업자 감소도 여전
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 디자이너 안아무개(31)씨는 코로나19 1차 유행이 한창이던 지난해 3월 회사에서 해고된 뒤 1년 동안 은행 창구직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냈다. 재취업을 시도했지만 코로나19로 일감이 줄어든 디자인 회사들이 채용 공고를 내지 않아 기회가 없었다. 안씨는 “취업은 이미 마음에서 접었고 프리랜서 일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3월 고용 지표가 개선됐다지만 청년들이 체감하는 일자리 사정은 여전히 좋지 않다. 기업 채용 수요가 크게 줄어든 사정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 노무직 등에서 일자리 증가 폭이 컸기 때문이다.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고용동향’을 보면, 3월 취업자 수는 2692만3천명으로 1년 전보다 31만4천명 늘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1년 내내 이어지던 마이너스 행진을 끊고 13개월 만에 증가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청년층(15∼29살) 고용률(취업자 대비 인구)이 43.3%로 지난해 3월(41.0%)보다 2.3%포인트 올라 모든 연령층 가운데 개선 폭이 가장 컸다. 배규식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은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한 지난해 3월과 비교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나아져 보이는 측면(기저 효과)이 있고 전반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돼 서비스업 등의 취업자 감소 폭도 줄어들었다”고 짚었다.

하지만 취업준비생들이 체감하는 고용 개선 상황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 배 전 원장은 “주로 단순 노무직 증가 폭(11%)이 크고 대졸 취업자들이 지원하는 사무직(1.6%)은 증가 폭이 크지 않다”며 “제조업과 도·소매 등 서비스업도 전년도와 견줘볼 때 아직 감소세라서 당장 청년들이 고용 개선을 체감하긴 어렵다”고 봤다.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도 “공공 일자리 효과 등으로 청년 고용 지표가 양적으로 개선된 것은 맞지만 단순 노무직 증가율이 높고 도·소매업 취업자 감소도 여전해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고용동향에서 15~29살로 묶인 청년층 가운데 실제로 고용이 개선된 연령대는 24살 이하로 제한된다. 19살 이하와 20∼24살 고용률은 다소 올랐지만, 대졸 취업자가 중심인 25∼29살 고용률은 67.4%로 비슷했다. 20∼24살 취업자도 절반 이상이 대학에 다닌다는 점(김소라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을 고려하면, 고용률이 올랐다 해도 단기 일자리 중심이라고 봐야 한다. 3월 취업준비자는 84만4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만1천명(3.8%) 늘었고 청년 실업률도 10%로 비슷했다. 취업준비생에겐 지난해 봄과 다를 게 없는 환경인 셈이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15개 부처 차관들이 참석한 고용위기대응반 회의에서 “코로나19 장기화로 기업의 신규 채용이 줄고 청년들이 구직 활동을 포기하는 등 이중고가 이어지고 있다”며 정책적 지원을 당부했다.

취업준비생들이 채용 기회로 여기는 기업의 공개채용은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3∼4월에 집중됐지만 지난해는 연기하거나 취소했고 올해도 수시채용으로 전환한 뒤 구직 공고가 크게 줄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정기공채로 32개사 계열사 전체에서 신입사원(일반전형)을 뽑았지만 수시채용으로 전환한 올해는 9개 계열사만 뽑았다. 지난해 4개 그룹사 신입사원을 뽑았던 포스코그룹도 올해는 2개사만 공고를 냈다. 지난해 6개 계열사 신입을 모집했던 에스케이(SK)그룹 역시 올해는 3개 계열사만 일반전형 모집 공고를 냈다. 지난해 상반기 공개채용을 하지 않은 현대자동차와 케이티(KT), 엘지(LG), 한화는 올해도 일부 계열사만 수시 채용하거나 아직 채용 공고를 내지 않았다. 현재 공개채용을 진행 중인 그룹사는 삼성전자와 씨제이(CJ)그룹에 그친다.

코로나19로 산업 구조조정이 빨라지면서 기존 인력 위주로 운영하려는 기업들도 많다. 디지털 전환 목적으로 국내 점포를 300개 이상 줄인 국내 시중 은행들은 폐쇄된 영업점 소속 인력을 대거 재배치하면서 신입 공개채용을 수시채용으로 전환했다. 상반기 채용 예정이었던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아직 채용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처럼 인수합병으로 조직이 대거 합쳐진 경우에도 중복 일자리를 해소하기 전까진 신규 채용을 적극적으로 하기 어렵다.

게다가 청년층 80%가 종사하는 대면 서비스업 일자리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면 감소 폭이 커질 가능성이 상당하다. 고용노동부도 이날 보도 참고자료를 내어 “고용시장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인 방역 상황이 여전히 엄중한 만큼 최근 회복세가 민간 일자리 중심으로 지속·확대되도록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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