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 아파트 택배갈등에..'저상차량 안 쓰는 이유' 3년 전 글 소환
서울 고덕동 한 아파트에서 벌어진 '택배 대란'이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아파트 입주민들은 저상차량 배차를 통한 지하 주차장 배송을 요구하고 있지만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는 저상차량은 배송기사의 건강에 심각한 손상을 끼친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전직 택배기사로 추정되는 한 누리꾼이 3년 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 재차 눈길을 끈다.
지난 2018년 4월11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전직 택배 기사입니다. 저상차를 왜 안 쓰냐면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같은해 경기도 남양주 다산신도시에서 '택배 갈등'이 불거진 당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글쓴이는 "수시로 차량 안으로 들락날락하며 물건을 챙기고 정리도 해야 하는데 허리가 엄청 아프다"고 적었다.
현재 고덕동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 진입제한 높이는 2.3m로 일반 택배 차량 진입 자체가 어렵다. 따라서 지하 주차장을 통해 택배를 배송하려면 저상차량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택배노조는 14일 오후 "택배차를 저상차량으로 교체하는 것은 배송기사의 허리와 손목, 발목에 심각한 손상을 야기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파트 택배는 2L 생수 묶음이나 계절 과일, 쌀포대, 계절별 과일, 절임배추 등 대량의 배달물품이 많다"며 "이걸 다 적재하고 출발하려면 택배 차량의 높이가 높아야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또 "택배 특성상 늘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영업소에서 한 번에 물건을 다 싣고 배송 현장으로 출발해야 하는데 (저상차량 때문에) 두 번 왔다 갔다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하루하루 시간에 쫓기며 배달하는 택배기사들의 경우 시간 절약이 필수다. 일반 택배 차량을 저상차량으로 바꿀 경우 배송 속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저상차량 도입 비용 문제도 있다. 글쓴이에 따르면 택배기사 대부분이 개인 사업자로, 운행 차량을 저상차량으로 개조하기 위해서는 비용을 모두 기사들이 떠안아야 한다.
글쓴이는 "택배기사들은 차량도 본인이 구입하며 기타 유류비나 통신비도 직접 부담해야 한다"며 "아파트 한 곳을 위해 저상차량을 구입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했다.
아울러 "택배기사에게 무조건 저상차량으로 들어오라는 건 우리 아파트 들어오지 말란 얘기"라며 "고작 배송비 2500원짜리 받으면서 엄청난 대우를 받으려 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택배노조도 "택배사와 기사들의 관계는 전형적인 '갑을관계'로 택배사가 저상차량으로 교체를 요구하면 기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저상차량 도입은 택배기사들의 고통을 유발하는 배송방식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택배노조는 "개별 배송을 중단하고 14일부터 택배물품을 입구까지만 전달하겠다"고 맞불을 놓은 상태다.
앞서 이 아파트는 지난 1일부터 아파트 단지 내 지상 도로 차량 통행을 금지하고 지하주차장을 통해 이동하도록 했다. 안전사고와 시설물 훼손 우려가 있단 이유에서다.
하지만 택배 차량은 지하주차장 진입 제한 높이인 2.3m보다 차체가 높아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에 택배 기사들이 아파트 후문 경비실에 택배를 놓고 가 상자 1000여개가 쌓이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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