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78] 테마파크가 되어 가는 국토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시간을 내 지방을 여행한다. 군데군데 유치한 조형물이 눈에 띈다. 복숭아 특산지에 복숭아상(像), 사과 생산지에 사과상, 닭 요리로 알려진 지역 입구엔 닭 간판이 서있다<<b>사진>.국도의 풍경이 사뭇 우습다. 누가 어디서 이런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지 궁금하다.
소음 방지벽까지 설치된 고속도로야 그저 지루하고, 목적지까지 빨리 가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국도에서는 주변 산천에 여기저기 흩어진 집과 마을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언제부턴가 무질서한 간판과 현수막 등으로 망가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이런 조형물까지 더해져 가관이다. 억지로 웃음과 재미를 주려고 설치해 놓은 듯하다. 거기에 온갖 박물관, 체험관, 안내판까지 첨가되어 있다. 전 국토가 테마파크가 되어 가는 것 같다. 가끔 일상을 벗어나 비현실적 공간에서 하루를 노는 곳이 테마파크다. 일상을 테마로 만들면 저급해진다.
지방의 경쟁력은 대도시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와 다른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서울은 살기 좋은 도시가 아니다. 그래서 모범이 되지 못한다. 아파트나 상업 건물도 서울과 비슷하게 짓고 이런 조형물까지 가져다 놓으면 지방의 특색은 사라진다.
우리나라의 지방에는 그 나름의 경관이 있다. 도시와는 지형이 다르고 소리도 다르고 냄새도 다르다. 한적함을 느끼는 것도 도시를 벗어나는 특혜고 지방이 가진 장점이다. 사과가 유명한 마을이라면 조형물이 아니라 사과나무를 보면 된다. 요란한 간판이 없어도 맛집은 다 찾아간다. 논두렁에 앉아 있는 백로(白鷺)까지는 아니더라도, 시골에서 보고 싶은 건 마을을 돌아다니는 닭이지 닭 간판이 아니다.
이런 조형물은 사람과 교감하기 어렵다. 지방자치 단체마다 경쟁적으로 이런 조형물을 만드는 유행은 사라져야 한다.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두는 것보다 못하다. 환경 미화에는 힘이 들어가면 안 된다. 기존 환경에 거슬리지 않고 조화되는 최소한의 정돈 작업만 하면 된다. 지역 풍토와 어울리는 생태 친화적 환경 구성에 대한 새로운 계획과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아름다움은 억지로 획득하거나 연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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