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11월 집단면역, 이러다간 끝
‘벼락 맞을 확률’은 희박한 일을 일컬을 때 쓰곤 한다. 기상청 낙뢰 연보에 따르면, 유독 벼락(낙뢰)이 잦았던 2017년 31만6679번 벼락이 내리쳤는데, 이를 맞고 2명이 죽고, 2명이 다쳤다. 벼락 맞을 확률(사상자 4명)을 따져 보면 0.001%로 계산된다.
공교롭게도 이 정도 확률은 요새 말 많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고 뇌정맥동혈전증(CVST)이란 희소 혈전증이 나타날 확률과 비슷하다. AZ 접종이 많았던 유럽 지역 사례를 분석한 유럽의약품청(EMA)은 920만명 접종자 중에 62명에서 CVST가 나타났다고 했다. 대략 10만명 중에 한 명꼴, 0.001%다. 결국 AZ 백신에 대한 불안감은 크지만, CVST란 희소 혈전증 부작용이 생길 확률은 ‘벼락 맞을 확률’ 정도란 얘기다. 미국에서 13일(현지 시각) 사용 중단을 권고한 얀센 백신의 경우는 680만명 접종자 가운데 6명에 희소 혈전 부작용이 나타나 ‘벼락 맞을 확률’도 안 된다.
벼락과 혈전 부작용의 닮은 점은 또 있다. 특정 조건에서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 벼락도 여름철 비가 많이 내릴 때(7월 58%) 집중적으로 내리치고, 골프장처럼 평평한 곳에서 골프채를 휘두르면 더 위험해진다. 마찬가지로 AZ·얀센 백신 혈전 부작용도 특히 여성과 젊은 층에 더 많이 나타난다는 특징을 보인다. 장마철에 골프장에서 골프채 들고 서 있는 일만 피하면 벼락은 그리 위험하지 않은 것처럼, AZ 백신도 젊은 층을 피해서 접종하면 위험도는 더 떨어진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렇게 확률 얘기로만 풀기는 곤란한 부분이 있다. 우리는 벼락 맞을 확률이 적다고 벼락 칠 때 마구 나가서 야외 활동을 하진 않는다. 아무리 벼락 맞을 일이 적더라도 혹시나 하는 마음, 벼락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일단 안전한 장소로 피한다. 백신도 비슷하다. 아무리 백신 부작용이 일어날 확률이 극히 적어도, 혹시나 하는 마음과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 탓에 흔쾌히 백신 맞는 일을 주저하게 된다. 그래서 이 두려움을 해소하지 않으면 아무리 ‘과학적’ 설명이라며 방역 당국이 수치를 줄줄 읊어봐야 사람들은 AZ 백신을 피할 수밖에 없다. 벼락을 맞을 확률이든 백신 부작용이 생길 확률이든 개개인의 관점에서 보면 당하면 1, 당하지 않으면 0인 확률일 뿐이다.
그런데도 방역 당국의 적극적인 백신 접종 설득 작업은 실종된 상태에 가깝다. 매일 하는 언론 브리핑, 간간이 몇 번 진행한 유튜브 전문가 설명회 말고 국민 두려움 해소와 접종 동참을 유도할 어떤 전략도 눈에 띄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접종한 사람들에게 ‘나는 코로나 백신을 맞았다. 모두의 건강을 위하여’라고 쓰인 스티커까지 나눠주며 국민들을 설득한다. 꼬일 대로 꼬인 백신 공급 계획에다, 백신 접종률까지 떨어지면 도대체 어떻게 ’11월 집단면역의 꿈’을 이루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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