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에 K트롯도 힘 더하면 한류 더 풍성하겠죠?"

정지섭 기자 2021. 4. 15.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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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롯의 부활-가요로 쓴..' 펴낸 김장실 前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1972년 가요계 최대 라이벌로 오빠 부대를 몰고 다니던 나훈아와 남진이 각각 ‘고향역’과 ‘님과 함께’를 발표한다. 각자의 대표곡이 된 이들 노래를 통해 두 사람은 당시 시대상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표현해 냈다. ‘님과 함께’의 경쾌한 리듬에 고속 성장과 경제 발전을 이뤄낸 자신감이 배어있다면, ‘고향역’의 애잔한 선율에는 이촌향도(離村向都)가 남긴 좌절과 한의 정서가 짙게 배어있다.

저서‘트롯의 부활’을 들고 있는 김장실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그는“세계 한류 열풍의 뿌리에는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온 선배 예술가와 문화 산업 종사자들의 헌신이 있다”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예술의 전당 사장·국회의원을 거치며 문화예술행정가로 일한 김장실(65)은 남진과 나훈아의 노래를 이렇게 분석했다. 그는 최근 낸 책 ‘트롯의 부활-가요로 쓴 한국현대사’에서 일제강점기부터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까지 각 시대를 풍미한 히트곡의 뒷얘기와 그 안에 담긴 사회상을 풍성하게 풀어냈다. “경남 남해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오도록 용기를 북돋워준 가수들에 대한 헌사이기도 하다”고 했다. 이애리수의 황성옛터(나라 잃은 민족의 설움)로 시작되는 책의 18개 장은 주현미의 신사동 그사람(80년대 유흥가의 사랑 풍속도)으로 마무리된다.

그 60여 년간의 이야기는 빌보드차트와 아카데미 시상식 주역으로 우뚝 선 한국 대중문화의 든든한 토양이 됐다고 김 전 차관은 말했다. “한류 열풍이 우연히 터진 게 아닙니다. 과거와 연결이 돼있고, 끊임없이 융합하고 변신하면서 오늘에 이른 겁니다. 1920년대 일본을 통해 이식된 서양음악은, 1960년대 미 8군 무대에 선 한명숙·최희준·패티김 같은 새로운 가수들을 통해 변화합니다. 그리고 60~70년대에는 포크와 록, 디스코 리듬과 만나고 90년대에는 랩이 등장하죠. 음악은 끊임없이 융합하며 변신했고, 음악 산업 종사자들은 좁은 국내 무대를 너머 세계 시장을 개척하면서 보아와 싸이가 나왔습니다.” 그는 최근 가요계 태풍이 된 트로트의 인기에 대해서도 ‘K트롯’으로 정의하면서 “하나의 장르로 해외에서 성공해 한류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김 전 차관은 “책을 쓰면서 그동안 살아온 궤적을 돌아볼 수 있어 행복하고 감사했다”고 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당대 최고 트로트 가수들의 노래를 구성지게 불러 좌중을 휘어잡고 타향살이의 외로움과 학업 스트레스를 노래로 풀었다고 했다. 1979년 10·26 사태 직후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을 때 문화공보부(현 문화체육관광부)를 지망한 것도 “너에게 정말 맞는 부서다”라는 주변의 권유 때문이었다.

미국 공연장에서 노래 솜씨를 뽐낼 기회도 있었다. 국회의원이던 2015년 뉴욕 카네기홀에서 열린 광복 70주년 기념 ‘대중가요로 본 한국 근대사회의 발전상’ 콘서트에서 한국 정치인으로는 최초로 노래를 불러 카네기홀 와일 리사이트홀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박수 갈채를 받았다.

영호남과 보수·진보 정권을 가리지 않고 중용된 그는 문화부 장관 유력 후보로도 여러 차례 거론됐다. 관료·CEO·국회의원을 지내고 공직 인생에서 물러난 그의 바람은 “내가 누렸던 우리 사회의 ‘기회의 사다리’가 없어지지 않고 유지되는 것”이라고 했다. “가난한 시골집에서 태어난 저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은 혜택을 입은 사람 중의 한 명입니다. 그 혜택을 어떻게 돌려줄 수 있을지 이제부터 고민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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