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말하기] 신스틸러가 된 춤

김성한 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 예술감독 2021. 4. 15.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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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마주르카 포고>

영화 속 춤의 장면들이 영화보다 더 기억날 때가 있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 <왕의 춤>처럼 춤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아도 영화의 테마를 돋보이게 하고, 춤의 감성이 듬뿍 담겨 있는 영화들 말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내는 영화와 무용은 주·조역을 떠나 서로 통하는 면이 있기 마련이다.

김성한 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 예술감독

스페인의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2003년 개봉작 <그녀에게>는 식물인간이 된 발레리나와 여성 투우사를 돌보는 두 남자의 감동적이고도 가슴 아픈 러브 스토리이다. 남자 주인공은 지극정성으로 발레리나 주인공을 돌보며 그녀가 좋아했던 공연을 보고 그녀에게 리뷰를 들려주기도 한다.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에 무용공연이 나오는데, 거장 피나 바우슈가 안무한 부퍼탈 탄츠테아터의 <마주르카 포고>와 <카페 뮐러>이다. 첫 장면에는 바우슈가 직접 춤을 춘 <카페 뮐러>가 나오고, 영화 끝 장면에는 포르투갈 리스본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마주르카 포고>가 삽입되면서 영화를 주제에 맞게 상징적이고 서정적으로 이끄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바우슈의 도시 시리즈는 바우슈의 무용단이 한 도시에 레지던시 형태로 머물면서 그 도시만의 특색, 색깔, 인상, 사람들을 중심으로 제작한 영상과 춤이 무대를 채우는 바우슈의 독특한 창작 방법론이자 무용 작품 시리즈이다. 로마의 <빅토르>(1980)와 한국의 김장 배추를 소재로 택한 <러프 컷>(2005)을 비롯해 홍콩의 <윈도 워셔>(1997), 리스본의 <마주르카 포고>(1998), 브라질의 <아쿠아>(2001), 터키의 <네페스>(2003) 등 피나 바우슈의 세계도시 시리즈는 작품이 나올 때마다 전 세계의 관심을 받았다.

넷플릭스에서 상영된 <엔테베 작전>은 이스라엘을 출발해 파리로 향하던 에어프랑스 비행기가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들에게 피랍된 사건으로, 이스라엘 특수부대가 대테러작전을 펼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이 영화에는 이스라엘 국가대표급 무용단 바체바 댄스컴퍼니의 <Minus 7>이 삽입된다. 대테러작전에 참여한 군인의 연인이 무용수로 출연하고, 구출작전과 오하드 나하린 안무의 춤 작품이 오버랩되면서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극적으로 표현했다. 국내에도 여러 번 초청된 이 작품은 역동적인 신체 언어, 이스라엘 유월절에 부르는 노래와 함께 음악과 동작의 콜라주로 움직임을 주목하게 만드는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피랍 비행기의 구출작전과 바체바 댄스컴퍼니의 폭발적인 감성이 영화의 주요 장면을 더욱 ‘쫄깃’하게 부각시켰다. 이렇게 세계적인 안무가와 무용단의 작품들이 영화 속에서 주제와 장면의 분위기를 살리면서 어느 조연급 배우보다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김성한 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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