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 변화에 대비하는 재미난 상상

송민령 공학박사 2021. 4. 15.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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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세상은 코로나19로 멈춘 듯하면서도 부지런히 바뀌고 있다. 코로나 이전에도 고요히 계속되던 비대면,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은 코로나19로 인해 급속히 진전됐다. 카톡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대면 만남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고, 줌 화상회의는 일상이 되었으며, 클럽하우스라는 새로운 모델도 부상했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로 우리에게 충격을 안겼던 인공지능도 성큼성큼 발전하고 있다.

송민령 공학박사

이제 SNS와 인공지능 두 가지를 합친 서비스를 상상해보자. 기왕이면 코로나19로 수요가 폭증한 분야면 좋겠다. 이를테면 정신건강 같은 분야 말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기분장애로 치료받은 사람이 사상 최초로 100만명을 넘었다. 기분장애란, 기분 조절이 어렵고 비정상적인 기분이 장기간 지속되는 상태를 뜻한다.

SNS에 올라온 정보로 사용자의 우울증, 자살 위험, 약물 남용 등을 진단 또는 예측하는 인공지능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개발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의 밝기, 사진 속 사람 얼굴의 유무, 코멘트의 수, ‘좋아요’를 누른 횟수, 포스팅 빈도 등을 분석해 우울증 여부를 진단하는 것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다른 SNS에 대해서도 비슷한 분석을 할 수 있다. 성능을 평가하는 표준적인 방법의 부재, 재현 가능성, 해석의 어려움 등 몇몇 과제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인공지능은 머잖은 장래에 전문가만큼 높은 정확도로 정신질환을 진단하게 되리라 기대한다. 일부 연구에서 인공지능이 SNS 데이터에 기반해 일반의(전문의가 아닌 의사)보다 높은 정확도로 우울증 환자를 찾아낼 수 있음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인공지능 진단의 개발에는 빅데이터가 필요하고, 빅데이터는 개인정보 보호와 충돌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이 경우는 SNS에 올린 일상적인 정보를 분석해 정신건강처럼 민감한 결론을 도출하는 서비스가 아닌가. 의사가 ‘왓슨’처럼 병원에 구비된 인공지능 서비스를 환자에게 제안하고, 환자가 이에 동의하여 제한적인 용도로 SNS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라면 문제가 덜하다. 의사가 인공지능의 사용 여부와 최종 진단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울증을 탐지하는 인공지능이 SNS에서 자동적으로 작동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된다. 우선, 인공지능이 흑인의 얼굴을 잘 알아보지 못하는 사례에서 밝혀진 것처럼 인공지능은 어떤 데이터로 학습되었느냐에 따라 편향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외향성을 강조하는 미국의 기준으로 보면 다수의 한국 사람은 우울하거나 자폐 성향을 가졌다고 여겨질 수 있다. 또 환자가 필요성을 느껴서 병원을 방문한 상황과 달리, SNS 사용자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당신은 현재 우울증에 걸린 것으로 보입니다’라는 판단에 노출되는 것은 정말 불쾌할 수 있다. 따라서 정신건강과 관련된 서비스는 사용자의 명시적 동의가 있을 때만 작동해야 하며, 이 서비스를 사용하라고 사용자를 귀찮게 만들지도 말아야 한다. 생업을 위해서 SNS를 사용하는 사람도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모든 기술은 윤리적 문제와 성능의 불완전함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크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던 러시아와 중국산 백신을 불신하는 분위기가 세계적으로 팽배했으나, 백신 수급이 어려워지자 분위기가 바뀐 게 그 예다. 코로나로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폭증한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므로 해외에서 정신건강 진단 인공지능 서비스가 허용된 뒤, SNS를 타고 한국으로 유입될 수도 있다.

그러니 코로나19 때문에 집 안에서 뒹굴거리는 동안 상상해보자. 저런 기술이 도입되면 어떤 일들이 생길지. 그 상상을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고, 웹툰이나 웹소설로 펼쳐내고, 상상 속 사회에서 돈이 될 기술(코딩 등)을 공부하며 자기계발도 해보자. 그러다 보면 비교적 재미있게 즐기면서도 개인과 사회가 함께 변화에 대비할 수 있지 않을까? 이 봄에, 예쁘게도 솟아나는 새잎처럼.

송민령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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