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의 시골편지] 케 세라 세라
[경향신문]
‘될 대로 되어라’ ‘어떻게든 일이 되긴 한다’는 뜻의 ‘케 세라 세라’는 노래로 널리 알려진 스페인 말. 노랫말을 옮기면 이런 뜻. “내가 어렸을 때 엄마에게 물었죠. 나도 예뻐질까요? 언젠가 나도 부자가 될 수 있나요? 엄마는 대답해주었죠. ‘케 세라 세라’ 어떻게든 되겠지. 누가 내일을 장담할 수 있겠니. 그래도 케 세라 세라. 내 연인도 똑같은 대답을 하더군요. 그리고 지금 나도 내 아이에게 똑같이 답해주고 있어요. ‘케 세라 세라’.” 영화 라이온 킹으로 유행한 말 ‘하쿠나 마타타’도 ‘문제없어. 잘될 거니까 지금을 즐겨!’라는 뜻. 복잡하고 어지러운 인도에서는 ‘노 프라블럼’을 입에 달고 낙천성으로 살아가야 한다. 일본 스님인 나토리 호겐의 수필집에서 봤는데, 오키나와 섬사람들은 사투리로 ‘난쿠루 나이사’라는 말을 자주 한대. ‘될 대로 될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뜻. 성경에도 있는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하라’. 로마사람들은 ‘카르페 디엠’, 오늘을 충실하게 즐기자는 말도 알고 보면 비슷한 말.
“녹음방초 승화시라 예부터 일러 있고….” 사철가 한 대목이 흘러가누나. 뜰에 모란과 작약이 피더니 어느덧 개구리 울고 농사철이야. 나만 묵은 밭을 핑핑 놀리고, 밭에 민들레꽃이 잔뜩 피자 박수를 요란하게 쳤어. 전에 고추나 가지, 상추 심어서 나눠주면 고마워하는 이들도 있더라만, 요샌 가져가기 귀찮아 하는 눈치. 나도 먹작거리에 환장을 한 산짐승도 아니고 이슬이나 마시면서 살란다. 산밭은 잡초의 세상, 케 세라 세라. 노안이 찾아와서 안경알을 새로 했는데, 안경점 총각이 나보다 더 늙어 보이던데 꼬박꼬박 내게 아버님 아버님. 아무튼 책 읽는 즐거움도 돋보기까지 써가며 볼 일은 아닌 듯. 음악을 사랑하길 잘했군 잘했어. 케 세라 세라. 문제는 정치권에서도 케 세라렷다. 눈뜨면 아무 말 대잔치, 무책임한 케 세라 세라 노래잔치.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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