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프리즘] '진보도시' 세종의 흔들리는 민심
행정수도 세종은 ‘진보도시’로 불린다. 2012년 출범 이후 이른바 ‘진보 성향’ 후보가 대거 당선됐다. 현재 세종시장은 민주당 소속이고, 교육감은 전교조 출신이다. 국회의원 2명과 선출된 세종시의원 16명 모두 민주당이다.
왜 이런지는 세종시 인구 구성을 보면 알 수 있다. 지난 3월 말 현재 세종시민 평균 나이는 37.4세로 17개 광역단체에서 가장 젊다. 20~30대 비율도 27%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젊은 층이 민주당 지지세력이란 것은 여론조사를 통해 많이 보아왔다.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전북 등 호남 인구가 꽤 이주했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세종은 보수 진영의 불모지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모임 등에서 민주당을 비판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지난 2월까지만 해도 세종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의 투기 의혹 관련 글이 올라왔지만, 반응은 시큰둥했다. 외려 “국민의힘이 더 문제다”는 반응이 주류였다. “세종에서 민주당원 행세를 해야 입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다”는 말도 돈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가 바뀌었다. 집권 세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한 주민은 “조기축구회 나가보니 10명 중 9명이 민주당을 욕하더라”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촛불 들고 시위했던 게 얼마 전 같은 데 전보다 더 힘든 건 왜 인지요”라던가 “국민을 우습게 알면 180석도 0석이 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대한민국이 왜 이러나” 등의 반응도 쏟아진다.
철옹성 같던 세종 민심을 흔든 것은 부동산 정책이다. 전국적인 현상이었지만 지난달 LH 직원 부동산 투기 의혹에 이어 아파트 공시가 발표 직후 정부 비판이 봇물 터지듯 했다. 세종의 아파트 공시가는 최고 134% 올랐다. 상승률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압도적 1등이다. 세종 시민은 “‘세금폭탄’이 떨어진다”며 공시가 이의신청 서명운동에 나섰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폭정을 거듭해 왔지만, 국민은 조용한 편이었다. 줄곧 묻지마식 지지를 보내거나, “내가 직접 손해 보는 일이 아니면 신경 쓰기 싫다”는 태도였다. 일종의 선택적 무관심이다. 소득주도성장으로 자영업자 등이 벼랑으로 몰렸지만, 봉급생활자는 실감하기 어렵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로 위협해도 내 집에 미사일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남의 일이다.
그런데 지갑이 털릴 상황에 몰리자 움찔했다. 드디어 내가 손해 볼 일이 생긴 것이다. 정권의 열성 지지층도 당혹스러워한다. 정권을 열심히 지지해도 세금은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국민적 각성의 결과는 이번 재·보궐 선거로 나타났다. 하지만 집권 세력은 변하지 않는 모습이다. 검찰 개혁 부진을 탓하거나 야당을 지지한 20대가 ‘비정상’이라고 한다. 그럴수록 국민의 아우성은 커져만 간다.
김방현 대전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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