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남 신부의 속풀이처방] 카인의 후예

입력 2021. 4. 15. 00:31 수정 2021. 4. 15.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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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의 학살극
목숨건 투쟁 나선 청년들
기꺼운 마음으로 도와야
홍성남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

인류 역사상 첫 범죄자로 불리는 카인. 창세기에서는 자신의 동생을 죽인 카인에게 이런 저주가 내려진다. “네 아우의 피가 땅에서 나에게 울부짖고 있다. 땅이 입을 벌려 네 손에서 네 아우의 피를 받아내었으므로 너는 그 땅에서 쫓겨날 것이다.”

우리는 카인처럼 피의 범죄를 저지른 자들을 카인의 후예라고 부른다. 지금 미얀마에서는 카인의 후예들이 극악무도한 학살극을 벌이고 있다. 염수정 추기경을 만난 미얀마 청년들은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로 극악무도한 군인들의 만행을 고발했다. 그들의 살상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보도되었지만, 현재 미얀마 군부의 행보는 상식을 넘어선 상태라고 한다. 한 외국인 점쟁이가 시위대의 머리에 총을 쏴야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이를 시행하고 있다. 신한은행 직원 등 여러 사람이 머리에 총상을 입은 것은 우연이 아니란 것이다. 또한 불상의 머리에 자기 머리 모형을 얹어놓고 스스로 부처님 행세를 하는 자들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비정상적인 미얀마 군부의 지시를 받는 군인들은 이미 로힝야족을 학살하며 피 맛을 본 자들인데 자국민에게도 다시 잔인한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이들을 보고 사람들은 어떻게 인간이 저런 짓을 할 수 있을까 한탄하는데 이들은 인간의 탈을 쓴 괴물이지 인간이 아니다. 종교인들은 총상 입은 환자를 불에 던져 산 채로 죽이는 이들을 두고 악령이 씐 괴물들이라고 경악을 한다. 잔학한 살상행위를 서슴없이 저지르고 동영상을 찍어 자랑하며 파티까지 하는 그들은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 그 자체다. 그렇다면 미얀마를 공포의 도가니로 만드는 이들의 최후는 어떠할까? 창세기 속 카인처럼 이들에게도 저주가 내려질까?

속풀이처방 4/15

첫 번째 저주는 죽은 원혼들에 대한 공포다. 대량학살자의 대표자로 불리는 스탈린은 누군가 자기를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집안을 미로처럼 만들었고, 침대를 여러 개 준비해서 매일 잠자리를 바꾸었으며, 심지어 밤마다 누군가 찾아온다며 공포에 떨었다고 한다. 사람을 죽인 후 심리적 후유증이 일어난 것이다. 이런 현상은 월남전에서 돌아온 우리 군인들에게도 나타났다. 자신이 죽인 베트남 사람의 모습이 자꾸만 보여서 임종 시 공포에 떨었다는 이야기는 어느 한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얼마 전 광주에서 자신이 죽인 시민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다 유족들에게 엎드려 사죄한 공수부대원의 기사가 실렸다. 원혼의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죄한 것으로 짐작된다. 이런 일은 비단 군인들에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낙태 수술로 많은 돈을 번 한 의사는 임종 시 자신이 죽인 어린아이들의 원혼에 시달렸다고 한다.

이런 사례를 보면 사람을 죽인 사람들이 세월이 흐른 뒤에 겪을 고통이 짐작된다. 미얀마 군부도 지금은 승자가 된 듯이 굴지만, 노년에 원혼들과 온갖 질병에 시달릴 것이 분명하다. 심지어 이렇게 학살을 자행한 자들의 무덤에는 또 다른 저주가 퍼부어진다고 한다. 다시는 살아나지 말라고 무덤에 십자가를 박아버리거나 무덤을 파헤치고 시신을 훼손하는 것이다.

두 번째 저주는 그들의 후손에게 내려진다. 조상이 죄를 지으면 그 저주가 후손에게 미친다는 이야기는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 역사 안에서 이어져 내려온 이야기다. 이런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원혼을 달래려 노력한다. 오래전 우리나라에서 만행을 저지른 일본인의 후손들이 조상의 죄를 대신해 사죄의 기도를 하는 것, 우리가 베트남 민간인 학살지역에 여러 가지 복지혜택을 주는 것은 그들의 한을 풀어주고 그 한의 저주가 후손들에게 미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것이다. 독일 총리들이 유대인 학살에 대하여 때마다 사죄의 모습을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리라.

지금 미얀마 군부는 자신들이 하는 짓이 무엇인지 모르는 듯하다.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고 종처럼 부리고 싶어할 뿐, 자신들의 미래가 지옥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은 모르는 것이다. 그런 군부의 만행에 미얀마 청년들은 목숨 건 투쟁을 하고 있다. 오랜 억압에서 풀려나 5년간의 자유를 맛본 청년들은 다시는 예전과 같은 노예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외친다. 우리는 이들의 외침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겪었던 일이고 다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기에 한마음으로 미얀마의 미래를 위해 싸워야 한다. 미얀마 청년들이 말하기를 그들은 절대 은혜를 잊지 않는다고 한다. 신뢰할 수 없는 나라들에 둘러싸인 우리나라에 미얀마는 든든한 미래의 동반자가 될 수 있다. 청년들이 훗날 미얀마의 기둥이 되었을 때를 생각한다면 기꺼운 마음으로 도와야 할 것이다.

홍성남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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