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록다운 세대

장주영 입력 2021. 4. 15. 00:24 수정 2021. 4. 15.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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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영 내셔널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갑자기 익숙해진 표현들이 제법 된다. 팬데믹(대유행)이나 자가격리, 비대면,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말들이다. 사전으로 유명한 영국 출판사 콜린스가 올해의 단어(2020년)로 꼽은 ‘록다운(lockdown)’도 마찬가지다. ‘도시봉쇄’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이 단어는 일상에서 자주 사용되지 않는 말이었지만, 이젠 세계인이 아는 단어가 됐다.

콜린스의 설명에 따르면 이 단어는 본래 감옥 용어에서 비롯됐다. “재소자가 소란을 피울 때 감방에 가둬 제재할 때 쓰는 말”이라는 것이다. 미군은 전쟁이나 훈련 같은 특별한 이유로 병사들의 휴가나 외출을 통제하는 것을 가리켜 록다운이라는 말을 쓴다. 일부 구기 종목에선 상대 선수를 밀착 수비해 꽁꽁 봉쇄하는 방식을 록다운 디펜스라고도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록다운을 경험한 나라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코로나 진원지로 알려진 중국의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는 지난해 1월 말부터 4월 초까지 록다운 조치가 취해져 완전히 고립됐다. 이후 미국과 유럽 국가, 호주 등 전 세계 곳곳에서 감염자가 폭증하는 도시에 봉쇄령이 내려졌다. 다행히 한국은 아직까지 이런 조치는 없었다.

록다운을 경험하지 않았다 해도 코로나 시대를 견뎌내기란 버거운 일이다. 달라진 일상에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편함과 고통을 느낀다. 특히 청년층이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절망이 크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코로나19로 고통받는 현재 청년들을 ‘록다운 세대’라고 표현했다. 교육과 취업의 기회가 줄어들면서 빈곤에 시달리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록다운이 아니라 녹다운 세대라 불러야 될 판이다.

코로나 터널은 길기만 하다. 더구나 그 터널 끝에 이른다 해도, 청년 세대에 별안간 희망의 빛이 번쩍하고 나타날 것 같지도 않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이 문제에 대비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국무회의에서 “청년들의 어려움을 해소해주지 못하면 ‘록다운 세대’가 될 수도 있다”며 특단 대책을 지시했다. 보궐선거에서 드러난 20대 성난 표심을 달래기 위한 정치적 수사(修辭)가 아니길 빈다. 청년이 절망하는 나라에 미래는 없다.

장주영 내셔널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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