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에 800개 쌓고 '배송완료' 문자.. 고덕동 대란 상황

이형민 2021. 4. 1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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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낮 12시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A아파트 출입구 근처.

택배 물품을 아파트 입구까지만 운반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이 아파트가 안전사고 및 시설물 훼손을 이유로 지난 1일부터 택배 차량의 지상도로 통행을 막자 택배노조는 이튿날 택배 배송을 거부했다.

진경호 택배노조위원장은 "사태 해결 때까지 계속 아파트 입구에서 물품을 분류하고 입주민들에게 직접 전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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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차 출입 안돼" vs "가구별 배송 중단"
주민 "저상차 유예기간 충분했다"
기사들 "저상차 노동 강도 극심"
택배 기사들과 전국택배노동조합 관계자들이 14일 ‘택배 대란’이 빚어진 서울 강동구 한 아파트 출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 뒤로 단지 내 개별 배송이 중단된 택배 상자 800여개가 쌓여 있다. 이한결 기자


14일 낮 12시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A아파트 출입구 근처. 택배 차량 3대에서 쏟아져 나온 택배 물품이 쌓이기 시작했다. 지난 2일 택배 기사들이 이 아파트 배송을 거부한 데 이은 두 번째 택배 대란이다. 800여개 물품을 내려놓기 위해 3명의 택배 기사와 전국택배노동조합 관계자 6, 7명이 달라붙었지만 하차 작업은 1시간 가까이 계속됐다. 택배 기사들은 배송 완료 문자를 보내 입구에서 찾아가시라 요청했고, 주민들은 하나둘 입구로 나와 택배를 받아갔다.

택배 기사들과 택배노조 관계자들은 이날 A아파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가구별 배송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택배 물품을 아파트 입구까지만 운반하겠다는 것이다. 택배노조는 “지난 8일 입주자대표회의에 대화 요청 공문을 보냈으나 13일까지 공식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사실상 대화를 거부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배송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 아파트가 안전사고 및 시설물 훼손을 이유로 지난 1일부터 택배 차량의 지상도로 통행을 막자 택배노조는 이튿날 택배 배송을 거부했다. 당시 아파트 후문 인근 경비실 앞에 1000여개의 물품을 내려두면서 첫 번째 택배 대란이 발생했다.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지하주차장으로 이동하거나 아파트 입구에서 손수레를 활용해 물품을 운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택배 차량은 이 아파트 지하주차장 진입제한 높이(2.3m)보다 차체가 높아 주차장 진입이 불가능하다. 기사들이 아파트 방침을 따르려면 입구에서 물품을 내린 뒤 각 가구로 옮겨야 한다. 택배노조 측은 “작업 시간이 늘어난다”며 이를 거부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택배 기사는 “저상차량은 허리를 굽힌 채 작업해야 해 노동 강도가 극심해지고 몸이 망가진다”고 말했다.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당장 해결은 어려운 상황이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이날 노조에 보내는 공문에서 “1년 전부터 저상차량 배차를 통한 지하주차장 운행 및 배송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는 등 유예기간을 충분히 뒀다”며 “노조가 우리 입주민들만 매도하며 갑질 프레임을 씌운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노조 측 해명이 있어야 협의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53개동이나 되는 이 아파트 단지의 택배 물품을 동별로 분류하는 작업은 기자회견이 끝난 오후 2시 이후에도 계속됐다. 오후 3시쯤에는 분류작업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입주민이 찾아와 택배 물품을 받아 가기도 했다. 한 입주민은 “여기서 어떻게 내 택배를 찾느냐. 빨리 찾아 달라”며 불편을 호소했다. 또 다른 입주민은 “택배 차량 출입제한 문제가 우리 단지만의 문제가 아닌데 왜 여기서 이러는 거냐”고 항의했다.

진경호 택배노조위원장은 “사태 해결 때까지 계속 아파트 입구에서 물품을 분류하고 입주민들에게 직접 전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매일 오후 10시까지 물품을 전하고 남은 건 차량에 실었다가 이튿날 아침 입주민들에게 전달할 방침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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