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라이브] 외과 의사 생일날은 수술을 피하라?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2021. 4. 1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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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수술받은 날이 공교롭게도 집도하는 외과 의사 생일이라면 나한테 좋은 건가, 나쁜 건가. 최근 영국의학협회지에 외과 의사 생일날 수술 결과를 분석한 연구 논문이 실려 관심을 끈다. 미국 UCLA 보건대학 연구팀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병원서 담낭제거술, 심장 관상동맥우회술 등 17개 흔한 응급수술을 받은 65~99세 환자들을 찾아서 수술 후 30일 이내 사망한 사례를 조사했다. 전체 98만건 중 4만7489건이 거기에 해당됐다. 그중 2064건이 공교롭게도 응급수술 당일이 집도의 생일이었다. 이 의사들은 생일날 응급수술에 불려 나왔거나, 당직을 서다 응급수술을 시행했다.

조사 결과, 집도의 생일날 수술받은 환자의 사망률은 6.9%로, 그렇지 않은 날의 사망률 5.6%보다 높았다. 연구팀은 여러 가능성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수술을 빨리 끝내고 가족과 생일 식사를 하려고 수술을 서둘렀을 가능성이다. 생일 축하 전화나 문자를 받느라 마음이 들떠 있었고, 이것이 집중력을 떨어뜨려 실수를 유발했을 수 있다. 수술 후 약간의 문제가 생겼는데, 생일 잔치 주인공인 집도의가 다시 병원으로 가서 문제를 직접 확인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여러 이유로 외과 의사 생일날 시행한 응급수술의 사망률은 통계학적으로 다른 날보다 의미 있게 높았다. 이 이슈는 사소한 것일 수 있다. 응급수술 받는 환자가 집도의 생일이 언제인지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충분한 의료 인력 확보 측면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외과 의사가 생일날이나 중요한 학회 행사에 가 있는 날에는 응급수술 당직을 면해줘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숙련된 외과 의사들이 부족한 현실에서는 이와 유사한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수술이 필요하다고 진단된 환자라면, 갑자기 악화되어 응급으로 받지 말고 주중 통상 수술로 받는 게 좋다. 가능하다면 수술 다음 날이 주말인 금요일 오후 수술도 피하는 게 낫다. 수술 대기가 너무 많이 적체된 곳도 피하는 게 좋다. 하루에 처리할 수술이 많으면 외과 의사의 집중력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런 경우라면 오전에 받는 게 낫다. 고난도 수술은 외과 의사 여럿이 확보되고,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상주하는 병원에서 받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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