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럼] 건물주 행세하려는 정부
집값 올리고 국민에게 세금 전가
텅빈 나라곳간 서민 주머니로 메워
'고무줄' 공시가격 기준 손질해야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 마거릿 대처. 최장기 집권(1979∼1990년) 기록을 세운 그의 롱런 비결은 감세가 포함된 신자유주의 정책이다. 아이로니컬하게 그가 물러난 계기 역시 세금이다. 1980년대 말 성장 둔화에 따른 재정 악화로 ‘대처리즘’이 한계에 봉착하자 ‘인두세’라 불리는 지방세를 도입했다. 재산 정도에 따라 누진적으로 부과되는 부동산세가 있었음에도, 그는 모든 성인에게 같은 금액을 부과하는 인두세를 실행에 옮겼다. 저소득층의 세율이 더 높은 ‘역진세’다. 전국적인 시위가 들불처럼 번졌고 집권 보수당 내 위기감이 커지면서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문재인정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4·7 재·보궐선거에서 보여준 민심은 준엄했다. 뉴욕타임스는 집권여당의 참패원인을 ‘조국과 내로남불 때문’이라고 했다. 두 단어엔 위선, 불공정, 도덕적 타락의 의미가 담겨 있다. 다양한 패인이 있겠지만, 여권 지지층인 ‘이대남’(20대 남성)의 변심 등은 ‘영끌’ 등 숱한 신조어를 양산한 부동산정책 실패 탓이 크다. 올해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평균 19.08% 올랐다. 14년 만에 최대 인상폭이다. 지난해(5.98% 인상)와 비교해도 세 배 넘게 올랐다.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이 전국 52만가구로 늘었고, 서울은 무려 24.2%가 종부세 대상 주택에 포함됐다.
집값이 오르면 보유세가 늘어나는 건 맞다.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공시가격과 시세의 괴리를 좁혀야 한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은 정책 실패에서 기인한다. “집값은 정부가 올려놓고 부담은 우리가 져야 하느냐”는 원성이 쏟아진다. 공시가격 산정 기준에 대한 신뢰도는 곤두박질치며 이의신청이 빗발쳤다. 종부세는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라는 점에서 조세저항까지 우려되는 지경이다. 마땅한 수입 없이 집 한 채가 전부인 은퇴자는 살던 집을 팔고 떠나거나 빚을 내야 하는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징벌적 세금’ 운운하며 겁박한다. 꼬박꼬박 세금 내고 어렵게 집 한 채 장만한 국민들이 마치 부정한 짓이라도 저지른 듯 말이다.
부동산 시장은 경기 사이클과 금리, 주거 스타일 등 각종 변수가 영향을 미친다. ‘공급’이라는 시장원리를 외면하고 세금으로 집값을 잡으려 한 게 화근이다. 월세 등 임대료를 올려 세금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한다. 일부 청와대·여당 인사들도 임대료 인상에 앞장선 ‘공범’으로 등장했다. 과세는 공평성이 철칙이다. 올리더라도 국민이 감내하고 신뢰할 만한 수준에서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선거용으로 마구 돈을 뿌리고 나서 텅 빈 나라 곳간을 메우려고 서민 주머니를 털겠다는 속셈인가. 정부가 건물주인 양 국민들에게서 세금을 걷는 모양새여서는 안 된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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