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이민자의 미나리와 가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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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를 보았다.
한인 이민 1세대 가정의 질긴 삶을 보여주기 위해 미나리가 소환된 셈이다.
미나리 같은 기억이 떠올랐다.
좋은 교육을 받은 이민 2세대에게도 씹기도 어렵고 뱉기도 난감한 미나리는 어쩔 수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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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태권도 잘하지?”
마찬가지로 고개를 저었다.
“김치 잘 만드니? 나 좀 배우고 싶은데.”
나는 직접 김치를 담가 본 적도 없고 김치를 좋아하는 편도 아니었다. 나는 쓰리 쿠션을 맞고서 충격을 받았다. 한국인으로서의 나의 정체성을 처음으로 응시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곳에서 이방인으로 사는 것도 익숙지 않은데 한국인으로서 정체성도 흔들렸던 것이다.
‘이러고도 내가 한국인 맞나?’
캘리포니아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넣었다. 대학을 마친 뒤 미국 유학을 시작해서 미국 문화에 익숙한 친구다.
“내가 있는 연구실 대표도 뉴욕에서 태어나고 하버드에서 박사공부를 한 한국계 미국인이야. 정말 핸섬하고 똑똑하거든. 그런데 동부에서 백인 아내와 살다가 캘리포니아에서 정착한 계기가 말이야….”
캘리포니아 거리 여기저기에서 아시아계 경찰을 본 후, 그 의학박사는 캘리포니아에 정착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뉴저지에서 ‘공부 잘하는’ 아시아 사람으로 살았고, 무례한 백인이나 흑인으로부터 놀림 받을 때 경찰의 도움을 ‘받았다’. 공부 잘하는 ‘연약한’ 이주민으로 살다가 캘리포니아에서 도움을 주는 아시아계 경찰과 재기발랄한 한인과 한인 범죄자가 널려 있는 걸 보면서 마음이 해방되는 걸 느꼈다고.
“외국에 살면 이방인이라는 생각 때문에 힘들거든. 그런데 또 자기가 딱히 한국인다움을 갖추지 못한 것 같은 생각이 들어 힘들기도 해. 내가 누구인가 그런 생각을 하는 거지.”
한인 자녀가 하버드에 입학했다거나 의사 변호사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드물지 않다. 그러나 언어를 세심하게 다루거나 언어적 논리를 깊이 있게 펼쳐야 하는 문사철 분야에서 한인의 성취는 쉽지 않다. 소설 ‘네이티브 스피커(Native Speaker)’를 쓴 이창래가 드물게 돋보이는 경우다.
한국계 가정에서 자란 이창래(혹은 주인공 헨리 박)는 영어를 원어민처럼 구사하지만 소설 전체에서 영어 사용에 유려함과 어색함이 겹치고 무언가 숨기는 듯한 문화적 이방인으로서의 정체성과 끊임없이 싸운다. 문화의 용광로라고 불리는 미국에서 이민자 지식인의 내면에서 긁어대는 언어문화적 이질감을 읽을 수 있다. 좋은 교육을 받은 이민 2세대에게도 씹기도 어렵고 뱉기도 난감한 미나리는 어쩔 수 없어 보인다.
나는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여러 차례 고민하며 이빨에 미나리가 낀 듯이 낑낑댔지만, 귀국 후에는 그런 생각을 덜하게 되었다. 최근 나의 친구는 가야금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냥 시작했단다. 이주민에게 정체성이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지독한 질문이다.
조형숙 서원대 교수·다중문화 이중언어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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