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한 세기 이상 '해양 원전 오염수 저장고'에 갇히는 셈 [연중기획 - 지구의 미래]
오염수 지금도 매일 평균 140t 새로 생성
삼중수소외 방사성 물질 포함 확률 높아
獨 연구소 "방출되면 200일내 제주도 도달"
국내 연구진 "日 정확한 정보공개 최우선"
체르노빌 원전 폐로 100년 더 필요한데
후쿠시마 원전 30년 만에 매듭 어불성설
오염수내 세슘·플루토늄 등 정화 어려워
골격·생식장애·암 등 치명적 질환 유발
일본 정부는 지난 13일 각료회의를 통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한다는 ‘처리수 처분 기본방침’을 확정했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발생한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오염수를 끝내 해양에 버리기로 결정한 것이다.
14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등에 따르면 방류된 오염수가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은 어느 시기에, 얼마나 깊이, 얼마만큼의 양을 한 번에 방류할지 세부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해양과학기술원은 2019년부터 해양방사능 분석과 예측 고도화 연구를 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2017년부터 오염수 방류 시 미칠 영향을 연구해 1차 예측 모델은 완성했지만 일본 정부가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위험도를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
오염수 방류 시 시나리오를 예측한 해외 연구가 있기는 하다. 지난해 10월 독일 헬름홀츠 해양연구소는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출되면 200일 안에 제주도에, 280일 안에 동해 앞바다에 도달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또 후쿠시마대학교가 원전사고 이후 해류를 따라 방사성물질이 어떻게 이동했는지 연구한 결과 원전 사고 1년 만에 동해에서 세슘 농도가 높아지기 시작했고 3∼4년 뒤 최고치를 기록했다.
강진과 쓰나미가 덮친 지 10년이 지났지만 후쿠시마 원전 내부에서는 현재도 끊임없이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모호한 입장을 취하다 지난해에야 “산에서 유입되는 지하수가 원자로 건물로 침투해 냉각수 및 용융 핵연료와 혼합되고 경화된다”며 “이로 인해 고준위 방사성 물질을 함유한 물이 매일 발생한다”고 인정했다. 이 ‘물’은 물론 오염수로, 지난해 8월 도쿄전력 보고에 따르면 일일 발생량이 적게는 4만1000ℓ, 비가 내리면 65만ℓ까지 만들어졌다.
더 큰 문제는 일본 정부가 30∼40년 만에 폐로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일반 원전조차 폐로에 걸리는 기간을 50∼80년으로 잡는다. 1986년 사고가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은 폐로까지 100년 이상이 더 필요하다고 우크라이나 정부는 판단한다. 게다가 후쿠시마 원전은 원자로가 3개여서 1개인 체르노빌보다 많고 핵연료도 더 많이 들어 있어 전체 규모가 체르노빌의 6∼10배에 달한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를 ‘처리수’라고 부른다.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를 통해 정화한 상태로 탱크에 저장해 오염물질을 처리했음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알프스는 다핵종 62가지만 처리할 수 있고 삼중수소, 스트론튬, 세슘, 플루토늄 등은 거르지 못한다. 일본 정부가 삼중수소는 바닷물을 섞어 희석시킨 채 방류하겠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원전을 가동하면 나오는 냉각수에 원래 삼중수소가 포함된다는 점을 들어 일본은 삼중수소 방류를 합리화하려 한다. 그러나 서 교수는 “일반 냉각수와 오염수는 비교 불가”라며 “삼중수소 외에는 거의 깨끗한 냉각수와 핵연료가 부서지고 터져서 200종에 달하는 방사성 원소가 득실득실한 오염수는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삼중수소는 일본이 제거기술을 갖추지 못했을 뿐, 이 물질을 거를 수 있는 장치는 존재한다. 서 교수는 정말 걱정해야 할 방사성 물질은 그 밖에 오염수에 포함돼 있을 스트론튬, 세슘, 플루토늄, 탄소-14, 요오드 등이라고 말한다. 일본 정부가 오염물질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 물질들은 정화 처리가 어렵다. 게다가 골격 장애, 생식 장애, 암 등 각종 질환을 유발해 치명적이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 뒤 가장 우려되는 일은 원전사고 당시 일본 수산물 기피현상이 나타났듯이 우리나라 수산물까지 먹고 싶어하지 않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현재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수입하지 않는 국가들이 우리나라 수산물까지 수입 금지해 국내 경제에 타격이 갈까 걱정됩니다.”
13년간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에서 활동하면서 탈원전캠페인 팀장으로서 2019년부터 후쿠시마 캠페인을 이끌고 있는 장마리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최근 전화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린피스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인근지역 방사능 오염에 주목해왔다. 특히 2019년부터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을 알리고 해양 방류가 얼마나 위험한지 경고했다. 장 캠페이너도 한국 정부가 국제법상 권한을 행사해 더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캠페이너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우리나라가 WTO에서 승소해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금지할 때 방출된 오염수가 300t가량이었다”며 “일본 정부가 이제 125만t을 방류하겠다는데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유지할 논리가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도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내부회의에서 잠정 조치 청구를 포함한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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