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이랜드 '일곱 살 생일잔치' 축포

황민국 기자 2021. 4. 14.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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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창단선언한 날..레안드로 헤딩결승골, FC서울에 1 대 0 승리
첫 '서울더비' 이변..FC안양·김천상무도 FA컵 16강행 '2부의 반란'

[경향신문]

승리의 순간 서울 이랜드FC 레안드로(70번)가 14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1 하나은행 FA컵 3라운드 FC 서울과의 경기에서 후반전 선제골을 넣고 있다. 연합뉴스

한강 너머로 서로를 바라보기만 했던 팀들이 만나니 불꽃이 절로 튄다.

윗물(1부리그)의 터줏대감인 FC서울 그리고 아랫물(2부)에 새롭게 터를 잡은 서울 이랜드FC의 첫 맞대결인 ‘서울더비’였다. 서울이 연고지인 두 팀이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1 하나은행 대한축구협회(FA)컵 3라운드에서 처음 만났다.

1996년 서울 공동화 정책에 따라 1995년 유공(현 제주 유나이티드)과 LG(현 서울)의 맞대결을 끝으로 사라졌던 서울더비가 재현된 것은 9318일 만의 일이다. 이랜드가 2015년부터 2부인 K리그2에 참가한 이래 한 번도 승격하지 못하고, 서울은 1부에서 강등된 적이 없어 FA컵에서 먼저 만나게 됐다. 이랜드가 꼭 7년 전인 2014년 4월14일 창단을 선언해 더욱 의미가 있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원정 응원이 금지돼 고요했던 관중석과 달리 그라운드의 라이벌 의식은 뜨거웠다. 서울이 럭키 금성 시절이던 1990년 서울 연고팀으로 처음 정상에 올랐다는 자부심으로 한 수 위를 자처했다면, 도전자를 자처한 이랜드는 조심스럽게 이변을 기대했다.

서울 최고의 팀을 가린다는 자존심을 걸고 몸과 몸을 부딪치니 부상도 나왔다. 서울 골잡이 조영욱이 경기 시작 14분 만에 어깨를 다치면서 교체됐다. 이랜드에 힘이 더 실렸다.

역습이 주무기인 이랜드는 전반 내내 서울의 거센 공세를 견뎌낸 뒤 후반 승부의 균형을 깨는 득점을 터뜨렸다. 후반 교체 투입된 레안드로가 승리의 일등 공신이었다.

레안드로는 후반 40분 코너킥 상황에서 팀 동료 김진환이 헤딩으로 연결한 패스를 헤딩 결승골로 꽂았다. 서울은 후반 44분 홍준호의 헤딩슛이 선방에 막힌 것이 아쉬웠다. 이랜드가 첫 서울더비를 1-0 승리로 장식하는 순간이었다.

정정용 이랜드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오늘은 서울더비에서 처음 승리한 역사의 순간”이라며 “오늘은 전초전이라 여기고, 내년에는 우리가 1부에 승격해 동등한 입장에서 서울과 싸워보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반면 박진섭 서울 감독은 “오늘 패배는 내 책임”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서울더비에서 웃은 이랜드처럼 다른 경기에서도 이변이 속출했다. 1부리그 광주FC가 세미프로인 3부 부산교통공사에 2-0으로 앞서다가 후반 막판 2골을 실점한 끝에 승부차기에서 3-5로 졌다. 인천 유나이티드와 수원FC도 나란히 안방에서 2부팀인 FC안양과 전남 드래곤즈에 졌다. 특히 안양은 이날 가장 큰 점수차인 3-0으로 웃었다. 올해 1부로 승격한 제주도 올해 김천으로 연고지를 옮겨 2부에서 재출발한 김천상무에 0-1로 졌다.

강원도 3부 청주에 선제골을 내주며 이변의 희생양이 될 뻔했으나 신창무의 동점골과 종료 직전 마사의 결승골을 묶어 2-1 역전승으로 자존심을 지켰다. FA컵 16강전은 오는 5월26일에 열린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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