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같은 '참사'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기억하고자 기록했죠"

김경애 2021. 4. 14.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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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7주기를 맞아 한국화가 정태관(63)씨가 오는 16~20일 전남 목포시 무안동 오거리문화센터에서 '세월호 목포신항 거치 기록전'을 마련한다.

이번 기록전에서 그는 2017~20년 4년 동안 목포신항의 세월호 현장을 수백차례 방문하면서 그려온 세로 50㎝, 가로 35㎝ 크기 수묵화 100점을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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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세월호 참사][짬] 한국화가 정태관씨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아야 비로소 무고한 희생이 반복되는 걸 막을 수 있지 않겠어요?“

세월호 참사 7주기를 맞아 한국화가 정태관(63)씨가 오는 16~20일 전남 목포시 무안동 오거리문화센터에서 ‘세월호 목포신항 거치 기록전’을 마련한다. 이번 기록전에서 그는 2017~20년 4년 동안 목포신항의 세월호 현장을 수백차례 방문하면서 그려온 세로 50㎝, 가로 35㎝ 크기 수묵화 100점을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100점의 그림을 담은 화첩 5권과 일필휘지 추모 퍼포먼스 등을 찍은 30분짜리 영상 등도 준비했다.

2017년 세월호 선체 목포신항 도착 때
‘세월호 잊지 않기 목포 공동실천회의’
대표 맡아 “가슴 찡한 순간들” 수묵화로
100일째 ‘304명 이름쓰기’ 퍼포먼스 시작

16일 7주기 맞아 5년간 작업 ‘기록전’
100점 담은 화첩 5권·영상도 함께 전시

20019년 1월14일 세월호 선체 참관하는 안산 단원고 학생들.(왼쪽) 2018년 5월10일 세월호 직립 작업을 지켜보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오른쪽) 정태관 화가 제공

전남 영광 출신인 정씨는 목포대를 나와 모교에서 강의를 하며 목포에서 정착했다. 그가 예술가로서 세월호 참사를 정면으로 마주한 것은 사고 직후가 아니라 3년 뒤부터였다. 지난 2017년 3월31일 참사의 현장 진도 맹골수도에서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의 선체가 목포신항의 부두에 거치된 것이 계기였다.

“세월호가 목포에 도착한 순간, 이 시대의 예술가로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됐어요. 날마다 눈물을 흘리는 유가족들과 아무런 대가 없이 팔을 걷어붙인 봉사자들을 보면서 가슴이 찡했지요. 가슴이 찡한 상황과 인상을 그대로 기록해 보기로 했어요.”

그는 ‘세월호 잊지 않기 목포지역 공동실천회의’ 대표를 맡아 그뒤 몇달 동안 추모 문화제를 준비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며 기록자로서의 다짐을 잊지 않고자 애썼다. “세월호 주변은 이동·직립·수색·절단 등으로 상황이 수시로 바뀌고 사람들도 수없이 오갔다. 사실을 전달할 장면은 많았지만 이를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영감을 떠올리기 어려워 며칠씩 고민하기도 했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첫번째 결과물은 그해 7월 세월호 목포거치 100일에 맞춰 목포 평화광장에서 펼친 ‘세월호 304 서화 퍼포먼스'였다. 그는 304m의 천에 세월호 희생자 304명의 이름을 한 자씩 써 내려가며 넋을 위로하는 행위미술을 전개했다.

2018년 4주기에는 ‘세월호 기록화 70점’을 에스엔에스(SNS)을 통해 공개했다. 2019년 5주기 때는 목포에서 시민들이 참여하는 ‘304명 추모 서화 릴레이 퍼포먼스’를 펼쳐 희생자를 기억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지난해에도 ‘세월호 신항 거치 기록화 에스엔에스 수묵화전’을 이어갔다. 이번 7주기 전시는 그동안 온라인으로만 소개했던 기록화들을 광장에 펼쳐 시민들과 만나는 자리인 셈이다.

세월호 인양 이후 5년 사이 커다란 역사적 변화가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이 되었고, 촛불집회에 의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으며 세월호선체는 물론 놓여있는 목포신항도 역사적 현장이 되었다. “유가족의 통곡과 전국적 추모 행렬, 세월호 선체 직립, 미수습자 수색, 촛불추모문화제 등의 장면과 인상을 그렸어요. 화폭마다 날짜와 상황, 참여자 등을 기록했고, 상징색인 노랑을 두드러지게 채색하는 등 사진보다 더 세심하게 표현하려 애썼어요.”

2017년 7월31일 세월호 미수습자 수색을 위한 절단 작업 때 불이 나 소방차가 출동한 순간. 정태관 화가 제공

그는 기억에 남는 작품을 묻자 “바닷속에서 3년 만에 인양한 선체에서 미수습자의 뼛조각이 나왔을 때 울컥했다. 세월호 선체를 절단하면서 불이 나 소방차가 출동했을 때는 ‘안전은 아직 멀었다’는 생각에 분통이 터졌다. 이런 감정 변화까지도 그림에 녹여내려고 애썼다”고 답했다.

목포 구도심의 북교동에서 갤러리 겸 카페 ‘화가의 집’을 열고 있는 정씨는 목포문화연대 공동대표도 맡아 지난해 작가의 생가터에 ‘차범석 작은 도서관'을 꾸미는 등 지역 문화운동에도 열성을 다하고 있다.

정씨는 “세월호 참사는 국민 모두에게 너무나 큰 트라우마를 남겼다. 엄청난 희생을 치르고 그 대가로 얻은 교훈과 다짐이 유야무야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화가의 방식으로 기억투쟁에 계속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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