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존재'와 '시한부의 삶' 통해 인간의 욕망과 두려움을 동시에 자극

심윤지 기자 2021. 4. 14.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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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복' 이용주 감독

[경향신문]

영화 <서복>은 한국 영화 최초로 15일 극장과 OTT서비스 티빙에서 동시 개봉한다. CJ ENM 제공
‘건축학개론’ 이후 9년 만의 신작
“구원이 주제, SF는 도구일 뿐”

죽지 않는 존재가 되는 것. 중국 진시황의 평생 꿈이었다. 서복은 그런 진시황의 명을 받고 ‘불로초’를 찾아 중국 전역을 누빈 신하의 이름이다. 영생에 대한 욕망을 상징하는 이 이름은 영화 <서복>의 주제의식을 함축하고 있다.

<서복>은 <건축학개론>(2012)의 이용주 감독이 9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2013년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해 완성까지 꼬박 6년이 걸렸다. “<건축학개론> 흥행에 대한 강박이 저를 경직시켰던 것 같아요.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겁이 났거든요.” 14일 화상으로 만난 이 감독은 <서복>이 늦어진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서복(박보검)은 인류 최초 복제인간이다. 한 유전공학회사 연구실에서 태어난 그는 생명연장을 목적으로 비밀리에 만들어진, 죽지 않는 존재다. 뇌종양을 앓고 있는 전직 정보기관 요원 기헌(공유)은 어느 날 정보기관으로부터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받는다. 테러 위협을 받는 서복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주면,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임상시험에 참여하게 해주겠다는 것. 그렇게 죽음을 앞둔 기헌과 죽지 않는 서복의 동행이 시작된다.

이용주 감독. CJ ENM 제공

“ ‘복제양 돌리’가 나온 게 20년쯤 전이잖아요. 당시 인류의 생명연장이 가능해졌다며 환호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그렇게 환호할 만한 일인가 의문도 있었어요. 영화를 준비하면서 줄기세포 연구진에 자문했는데 ‘기술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세계 어딘가에선 인간 복제 실험이 진행되고 있을 수 있다’고 하시더군요. 그게 우리나라일 수 있다는 가정에서 영화가 시작됐죠.”

서복은 ‘불멸’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두려움을 동시에 자극한다. 누군가는 그를 이용해 부와 권력을 꿈꾸고,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재회를 기약하며, 누군가는 인류가 파멸할 것이란 공포에 사로잡힌다. “첫 영화 <불신지옥> 때부터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화두였어요. 사랑하는 사람의 투병과 죽음을 겪으면서 충격이 컸거든요.”

박보검과 공유를 캐스팅한 것으로 화제가 된 <서복>엔 ‘한국형 SF’라는 수식어가 달려 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가슴을 뻥 뚫리게 하는 액션신 대신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질문들이 그 자리를 채운다. “죽음이 두려운가요? 살아 있을 땐 행복했나요?” 죽음으로부터 필사적으로 도망치려던 기헌은 서복의 질문을 통해 비로소 자신의 두려움을 응시한다.

“복제인간이라는 소재 때문에 SF 장르에 대한 기대가 생긴 것 같은데,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저에게 중요했던 건 초월적 존재 서복과 유한한 인간 기헌의 구원이라는 주제였어요. SF는 이를 구현할 도구일 뿐이고요.”

<서복>은 15일 극장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에서 동시 개봉한다. 165억원을 들인 대작으로 지난해 12월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극장 개봉이 불투명해지자 차선을 택했다. 국내 영화로는 첫 시도다. “음악을 듣는 방식이 LP에서 CD, 스트리밍으로 바뀐 것처럼 영화 유통 방식도 극장과 OTT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겠죠. 어떤 방식일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과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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