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친화시설 '먼 길'.."주민센터, 문턱 없애야"

조선우 2021. 4. 14.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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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전주]
[앵커]

'베리어 프리'.

장애인이나 노약자 등을 가로막는 장벽을 허물고 사회 곳곳의 문턱을 낮추자는 의미입니다.

전라북도가 도내 주민센터 전체를 대상으로 이동 약자의 인권친화도를 조사했는데요.

휠체어 바퀴와 노약자의 약한 걸음을 가로막는 크고 작은 불편이 여전해, 지역사회의 관심과 개선 노력이 필요합니다.

조선우 기자입니다.

[리포트]

전주시내 한 주민센터 지하 주차장.

장애인 주차면에 차를 세운 뒤 휠체어로 옮겨타는 김용규 씨.

민원실로 향하는 통로로 들어섰지만 비좁은 계단에 가로막힙니다.

지상에는 장애인 주차장이 없고 지하로는 승강기가 연결되지 않아, 장애인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휠체어를 탄 채 주차장 경사로를 다시 올라가야 합니다.

[김용규/전주시 평화동 : "휠체어 타고 업무를 보러 올라가기에는 경사로가 너무 심하고. 전혀 이용할 수 없는 현실이거든요, 지금. 주민센터 앞의 주차장을 많이 이용하는데…."]

또 다른 주민센터.

장애인 주차장 표시가 없다 보니 비장애인이 무심코 자리를 차지하기도 합니다.

지난 2천17년 새로 지은 완주의 한 주민센터.

코로나19로 정문을 닫아 좁은 후문을 이용해야 하는데, 입구까지 가더라도 휠체어에 앉은 채 여닫이문을 여는 건 불가능합니다.

좁은 여닫이문으로 이어진 점자 블록을 바로 옆 자동문으로 연결했어야 합니다.

지은 지 30년이 넘은 이곳 역시 방역 문제로 민원실 입구가 폐쇄되면서 하나뿐인 출입구에 경사로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주민센터 직원/음성변조 : "저희가 도움을 드려서 옮기기도 하고. 활동보조인 같이 나오시거나. 연락을 또 밖에서 하세요."]

남성 칸과 여성 칸이 바로 붙은 비좁은 화장실엔 장애인 전용칸이 따로 없습니다.

바뀐 제도에 따라 장애인 화장실이 의무적으로 설치되고 있지만 자동문이 없는 곳도 적지 않습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몸을 맡겨야 하는 손잡이엔 걸레가 걸려 있고, 아예 청소도구를 보관하는 공간으로 쓰는 곳도 있습니다.

걸레가 뒤덮은 건 시각장애인의 걸음을 지탱하는 점자 손잡이입니다.

[유경옥·장애인 활동보조인/채지윤 : "급히 화장실 갈 일이 많거든요. 남녀 구분이 없어요. 민망해요,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물도 안 나오는 데도 있고요. 이 분은 손잡이도 잡아야 하는데 없는 데도 있고요."]

업무 공간 안쪽에 마련된 수유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각종 비품이 쌓인 창고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신축 건물이지만 노인과 장애인을 위해 꼭 필요한 계단 손잡이를 설치하지 않은 곳도 있습니다.

이처럼 장애인과 노약자, 임산부 등 이른바 '이동 약자'의 공공기관 접근이 크고 작은 불편에 가로막힌 현실.

2년마다 인권실태를 조사해 온 전라북도가 전북지역 주민센터 2백43곳, 전체를 대상으로 시설 접근과 이용에 대한 인권친화도 조사를 했습니다.

이동 약자의 특성을 고려해 공공기관의 문턱을 낮추고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입니다.

조사 결과 임산부 휴게실과 화장실, 건물 경사로 등의 인권친화도가 가장 낮았고, 출입문과 주차장 기준은 상대적으로 양호했습니다.

새로 지은 건물일수록 친화도가 높았는데, 전북지역 주민센터의 87퍼센트가 지은 지 20년 넘은 낡은 건물이다 보니 시설 개선이 시급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정로/전라북도 인권정책팀장 : "조사 결과를 시·군과 공유해서 향후 시·군 읍·면·동사무소 개·보수나 신축할 때 이런 부분을 반영해서 인권 친화시설이 되도록…."]

승강기를 탄 잠깐의 시간이라도 누구나 쉬어갈 수 있도록 마련한 작은 의자.

이동 약자를 가로막은 장벽을 허물고 불편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베리어 프리'는, 이처럼 공공의 세심한 노력에서 시작됩니다.

KBS 뉴스 조선우입니다.

촬영기자:정성수/그래픽:최희태

조선우 기자 (ssu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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