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곡주 원료, 지역농가와 계약재배로 조달.."서천 관광지 연계해 체험 프로그램 만들 것"

이호준 기자 2021. 4. 14. 21:5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산소곡주' 대표 우희열 명인 '이달의 농촌융복합산업인' 선정

[경향신문]

충남 서천군 ‘한산소곡주’ 대표 우희열 식품명인.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충남 한산에는 과거를 보러 한양에 가던 선비가 목을 축이러 들른 주막에서 술맛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마시다가 결국 과거 시험에 낙방했다는 설화가 있다. 술을 빚는 며느리가 술이 잘 익고 있는지 젓가락으로 찍어 맛을 보다 결국 크게 취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한번 맛을 보면 멈출 수가 없어 몸을 가누지 못할 때까지 마시게 된다는 ‘한산소곡주’ 이야기다.

1500년 전 망국의 설움을 삼키며 백제인들이 마셨다는 이 ‘소곡주’의 명맥을 이어 대중화에 성공한 이가 있다. 충남 서천군 ‘한산소곡주’ 대표 우희열 식품명인(84)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4일 그를 ‘이달의 농촌융복합산업인’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부여에서 한산으로 시집온 우 명인은 소곡주 빚는 솜씨가 빼어났던 시어머니에게서 소곡주 빚는 법을 배웠다. 수많은 전통주가 사라진 일제강점기에 그는 시어머니를 따라 사람들의 눈을 피해 새벽밥을 짓기도 전에 일찌감치 술을 빚어가며 한산소곡주의 전통을 지켰다. 이렇게 새벽에 술을 빚는 습관은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소곡주 제조면허를 얻을 때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한산소곡주의 전통 제조법을 엄격하게 지키며 각종 대회에서 여러 차례 수상한 우 명인은 1976년 충남 무형문화재 3호로 지정됐다. 이후 1999년 12월 국가 식품명인 19호로 지정돼 한산소곡주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한창 때는 260ℓ짜리 술독 수십개를 하나하나 돌며 술을 담갔던 우 명인이지만 이제는 다음 세대에게 소곡주의 전통을 물려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 1500년 전 시작된 한산소곡주는 이제 우 명인의 아들인 나장연 전수자와 나 전수자의 두 아들에게로 이어지고 있다.

나 전수자는 이날 경향신문과 통화하면서 “어머니께서는 국내 유일의 소곡주 명인이라는 이름의 무게 때문에 평생 최선을 다해 소곡주를 빚으셨다”면서 “구할 수 있는 제일 좋은 원료와 위생 이 두 가지를 절대 포기해선 안 된다고 늘 강조하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 끝에 ‘한산소곡주’는 특허 및 ISO 품질경영 인증을 획득했고, 장기 보관이 가능한 제품까지 개발돼 판매 중이다.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한국의 대표 약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 60여개 지역농가와 장기 계약재배를 통해 연 약 120t의 멥쌀과 찹쌀을 조달하며 농촌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제조를 넘어 술빚기 체험 활동도 제공하는 농촌융복합산업 경영체로 성장했다.

우 명인은 “20~30대 젊은 세대를 포함한 다양한 연령층에게 사랑받는 한산소곡주를 개발하는 데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며 “서천 지역의 관광지와 연계한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