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센은 '혈전' 모더나는 "美 우선"..韓 집단면역 달성 언제?
● 잇단 해외 리스크에 흔들리는 백신 공급
미국 모더나는 13일(현지 시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 정부에 올 5월 말까지 백신 1억 회분을 공급하고, 7월 말까지 추가로 1억 회분을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외 지역에 대해선 구체적 일정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미국 우선공급 원칙에 따라 타 지역 공급이 순차적으로 밀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5월부터 모더나 백신 2000만 명분을 공급받기로 한 한국도 공급일정 연기 가능성이 나온다. 한국은 유럽연합(EU)과 영국, 일본, 카타르, 스위스, 싱가포르, 캐나다 등보다 늦은 지난해 말 모더나와 계약을 체결했다.
얀센 백신의 사용 중단 여파는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이 해당 백신의 사용중단을 결정한 13일(현지 시간)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접종 중단은 수일 또는 수주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미국에 이어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얀센 백신 접종을 중지시켰다. 4월부터 얀센 접종을 시작하려던 캐나다도 접종 중단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유럽에선 얀센 백신 출시가 당초 4월에서 기약 없이 연기됐다.
한국은 2분기(4~6월) 중 초도물량 10만 명분을 시작으로 연내 얀센 백신 600만 명분을 공급받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선 차질이 불가피하다. 얀센 전에 혈전 논란을 겪었던 아스트라제네카처럼 미국 보건당국의 조사 결과에 따라 일부 연령제한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는 EU에 공급하는 백신의 가격을 도스당 기존 12유로(약 1만6000원)에서 내년 이후에는 19.5유로(약 2만6000원)로 62.5% 인상할 것을 요구했다고 13일 영국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 백신 부족에 19~64세 접종은 가물
백신 공급 변수가 커지면서 백신 보릿고개가 현실화하고 있다. 올 상반기(1~6월) 국내 도입이 확정된 백신 물량은 1045만 명분이다. 도입 백신의 90%가량이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다. 정부의 상반기 접종 목표인 1200만 명이 2차 접종까지 마치기엔 약 155만 명분이 부족한 상황이다.
상반기 백신 접종이 줄줄이 미뤄진다면 하반기(7~12월)까지 연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2월 26일 백신 접종 이후 6월까지는 요양병원 환자를 시작으로 의료인, 119구급대, 65세 이상 노인 등 특정 연령이나 직업군이 백신을 맞았다. 하지만 7월 이후부터는 19~64세 모든 성인이 접종에 나선다.
추가 물량 확보가 지지부진할 경우 이들의 접종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2분기 뿐 아니라 3분기 백신 공급전망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일반 성인에 대한 접종이 시작은 하겠지만, 정부 계획만큼 전면 확대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들에 대한 접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집단면역 달성도 미뤄질 수밖에 없다.
● 1일에야 구성된 백신도입 태스크포스(TF)
정부 안팎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백신 도입 초반 질병관리청에 ‘전권’을 준 것이 악수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백신 접종을 지휘하면서 해외 제약사와의 협상까지 이끌기에 조직 역량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1일 뒤늦게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을 팀장으로 하는 ‘범부처 백신도입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정부 관계자는 “차관급인 질병청장이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의 전폭적 협조를 얻고 해외 협상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최재욱 고려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접종계획을 짤 수도 없는 게 지금 백신 도입의 현실”이라며 “지금 같은 협상으로는 한계가 있고, 백신 위탁 생산 등 공동생산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부가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15일부터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위변조가 불가능한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증명서를 발급하기로 했다. 정부는 향후 이 증명서 소지자에게 자가격리 완화 등의 혜택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유근형기자 noel@donga.com
김소민기자 somin@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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