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참사 10년..여전히 고통받는 피해자들

오효정 기자 2021. 4. 14.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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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으로부터 꼭 10년 전입니다. 2011년 4월 한 대형 병원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 환자들이 나왔습니다. 대부분 임산부였고 이 가운데 4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보건당국이 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세상에 처음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10년째 크게 달라진 건 없습니다. 지난 1월 법원은 증거가 부족하다면서 SK와 애경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목숨을 잃고 가족을 잃고 일상을 잃어버린 피해자들의 지난 10년을, 먼저 오효정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아침저녁으로 쓰던 가습기 살균제가 일상을 망가뜨리고 있었다는 걸 처음 알게 된 순간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김선미/가습기살균제 피해자 : 병원생활을 2~3년간 하면서 아이가 이미 아플 대로 아픈 상황에서 그 소리를 TV에서 하고 있더라고요. '위험할 수 있으니 쓰지 마라.' 어, 이게 맞나? 맞는 것 같은데? 그때부터 화가 나서…]

SK와 애경이 만든 가습기살균제 단 1통.

김선미 씨와 두 자녀는 하루 아침에 천식과 호흡기 질환을 얻었습니다.

4단계라는 이름표가 달렸고, 피해는 점점 더 커져만 갔습니다.

[김선미/가습기살균제 피해자 : 10년간이요? 악몽이었어요. 저는 약품 개수 하나 늘어날 때마다 공포심이 들어요. 발작 와서 죽으면 끝이에요.]

부인과 장모를 먼저 떠나보낸 송기진 씨도 목회자의 길을 내려놔야 했습니다.

[송기진/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유가족 : 개척도 할 수 없고 아내가 없으니까. 탁구장을 인수하고 작년 2월에 시작하게 됐어요. 그래서 제 앞길이 그냥 다 막혀 버린 거죠. 일반 목회를 할 수 없는…]

옥시가 만든 가습기 살균제 때문이라는 건 뒤늦게 알았습니다.

[송기진/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유가족 : (의사가) '이 병은 유전성이 아니고 말 그대로 특발성이에요.' 이러는 거예요. 그 전에는 가습기라는 말은 전혀 생각도 못했고 치료받는 와중에…]

정부의 피해 회복이 더뎌 싸움은 점점 길어졌고, 최근엔 기업마저 법원에서 면죄부를 받았습니다.

[김선미/가습기살균제 피해자 : '내가 이렇게 잘못했고 엄마가 이렇게까지 노력했고, 그래서 이 사람들이 이렇게 벌을 받게 됐고, 받게 될 거야.' 하고 저는 과정들을 설명해주고 싶었는데…]

[송기진/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유가족 : 정부가 나서서 중재 역할 해주는 것도 없고, 단지 환경부 도장 찍은 (피해)인정서 하나 보내주는 것으로 끝인가?]

10년간 피해자의 삶을 살아왔지만, 여전히 응어리는 풀어지지 않았고, 앞으로의 10년도 가해자에게 책임을 물어달라고 소리치며 살아가야할 지 모릅니다.

[송기진/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유가족 : 더 이상 돌아보지 않는 삶으로 회복되었으면 좋겠다 싶고…]

[김선미/가습기살균제 피해자 : 우리끼리 살자, 아주 소박한 꿈이에요. 그거 해보고 싶어요.]

(영상그래픽 : 한영주)

◆ 관련 리포트
피해자 있지만 가해자 없고, 손해 있지만 손해배상도 막막
→ 기사 바로가기 : http://news.jtbc.joins.com/html/325/NB1200032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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